[저널리즘특강] 곽윤섭 <한겨레> 사진팀 선임기자
주제 ① 시각 문맹과 저널리즘

“당신이 누구든 어떤 환경에서 어떤 어른, 어떤 선생님한테 무엇을 배우고 경험했느냐에 따라 보는 것이 달라집니다. 사진을 읽는 능력도 여러분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겁니다.”

<한겨레> 사진팀 곽윤섭 선임기자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저널리즘특강’에서 영상 메시지는 ‘알고 있는 만큼 볼 수 있고, 읽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주얼 일리터러시, 곧 ‘시각 문맹과 저널리즘’을 주제로 시작한 특강에서 곽 기자는 라슬로 모호이너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초·중·고 미술 시간 이후 일반인들은 문자 아닌 시각 이미지를 배우는 횟수가 줄고, 영상·시각 이미지를 배우지 않게 됐다”면서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카메라 사용에 관해 무지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영상 문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통달한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어야 시각 이미지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가 지난 5월 14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왔지만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안형기

LA 다저스 선수들 등번호가 왜 똑같지?

특히 언론인이 시각 이미지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야구선수들의 등번호가 ‘42번’인 보도사진을 스크린에 띄웠다. 야구를 좋아하고 특히 메이저리그 역사를 잘 알고 있다면 사진을 ‘읽을 수 있다’며 사진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 배경을 알고 있어야 사진을 읽어낼 수 있다. 위 사진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매년 4월 15일 재키 로빈스를 기리고 있는 장면이다. ⓒ 곽윤섭

곽 기자가 보여준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15일 LA 다저스 선수들이 신시내티 레즈와 벌인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모두 등번호 42번을 달고 나온 장면이다. 곽 기자는 “메이저리그의 인종 장벽을 허문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기리기 위해,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2009년부터 매년 4월 15일에 그의 등번호를 달고 그를 기리는 행사를 한다”면서 “만약 그 배경을 모른다면 이 사진의 의도나 의미도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지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냥 보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며 “언론인은 모든 분야에 통달한 관심과 지식이 있어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에 사선을 강조한 이유

사람이 본다는 것은 점, 선, 형태를 본다는 것이다. 사진을 볼 때 사물에 ‘어떤 선’이 있는지, ‘어떤 형태’가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어야 광고나 영상 이미지의 ‘의도’도 읽어낼 수 있다. 선은 직선, 수직선, 수평선, 사선 등이 있고, 형태는 사각형, 원, 삼각형 등이 있다.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비행기 사진을 사선으로 찍으면 역동감을 느끼게 할 수 있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 그림처럼 소실점이 예수에게 향하게 해 관람객 시선을 한 곳에 모이게 할 수도 있다.

곽 선임기자는 “바닷가 선착장에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노는 것을 담기 위해 어떤 선이 더 어울릴지 아는 사람은 수평선보다는 사선으로 사진을 찍을 것”이라면서 “언론인은 이미지를 활용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을 읽어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점, 선, 형태를 활용하면, 영상이나 사진의 이미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고, 반대로 사진이나 영상을 만든 이의 의도도 읽어낼 수 있다. ⓒ 곽윤섭

한 시간여 동안 사진을 읽어내는 연습을 마친 학생들에게 곽 선임기자는 프랑스 몽티냐크 마을에서 발견된 라스크 동굴 벽화에 담긴 정보가 무엇인지 물었다. 한 학생이 몰이사냥을 하는 모습 같다고 하자 곽 기자는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어요. 앉아 있는 사람도 있고 역동적인 모습을 한 사람도 있어요. 그것은 그림을 그린 사람의 의도입니다. 네 명의 동작이 모두 다른 것은 의도인데, 우리는 그 의도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할 때에는 모두 말해야 한다. 우리는 대체로 보고 싶은 것을 말하고 생략하는 경우가 많지만, 구체화를 한다는 것은 숫자, 형태, 크기, 방향이 모두 포함되는 것을 말한다. 곽 기자는 구체성이 있을 때 그림의 의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2009년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유에스 에어웨이즈 항공기 사진 두 장. 한 장은 일반인이 핸드폰으로 찍은 것(위)이고, 한 장은 로이터통신 기자가 망원렌즈로 찍은 것이다(아래). ⓒ 곽윤섭

설명으로 이해되는 사진은 ‘실패작’

곽 선임기자는 2009년 1월 15일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 한 유에스 에어웨이즈(U.S Airway) 소속 항공기 사진 두 장을 보여줬다. 한 장은 허드슨 강가 주변 도시까지 담긴 사진이고, 다른 사진은 여객기만 확대한 사진이다. 앞 사진은 현장을 우연히 지나던 한 회사원이 유람선 위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고, 뒤 사진은 로이터통신 사진기자가 먼 거리에서 망원렌즈로 찍은 것이다. 곽 기자는 일반인의 사진이 사진 전문가보다 정보의 양이 더 많고 좋다고 판단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정답은 시간의 제약 때문이었다. 곽 기자는 “로이터통신 사진기자도 위 사진처럼 찍고 싶었지만, 승객들이 모두 구조되어 사건 현장이 끝나버려 안 됐다”면서 “취재기자들은 사고 현장이 종료돼도 목격담을 통해 쓸 수 있지만, 사진기자들은 현장이 종료되면 찍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의 양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광각으로 찍지 않고 망원으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곽 선임기자는 “사진설명이 있어도 우선 사진만 보고 의도나 배경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라면서 “올드 헉스리의 말처럼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 더 많이 볼 수 있듯 사진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1학기 [저널리즘 특강]은 김언경, 김양순, 곽윤섭, 정연주, 강진구, 고경태, 민경중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정민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