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의 통계 이야기] ㉚

성장률 통계의 올바른 해석 ①

▲ 이재형 박사

한국남 씨가 2019년 1월 새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 매출액은 1분기 200, 2분기 300, 3분기 400, 4분기 500으로 사업이 급성장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매출액이 300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그러면 금년 1분기의 한국남 씨의 사업성장률은 숫자로 표시하면 어떻게 될까? 금년 1분기와 작년 1분기를 비교하면 매출액은 50% 성장하였다. 그런데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40%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런 마이너스 성장률이 금년 2, 3, 4분기에도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금년도 매출액 성장률은 마이너스 160%가 된다. 이처럼 동일한 사업실적을 두고 그것을 측정하는 방식에 따라 한국남 씨의 사업실적은 극단적으로 달라진다. 어떤 통계숫자가 한국남 씨 사업의 금년 1분기 실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일까?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일정부분 제약을 가했고, 이에 따라 개인의 사회활동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 결과 소비는 크게 위축되고, 이는 다시 생산을 위축시켜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이에 따라 고용도 크게 악화했다.

전반적 경제 위축으로 경제활동 성적표라 할 수 있는 통계지표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에 관한 가장 종합적인 성적표는 GDP 통계이며, 고용통계는 국민의 현실 생활체감과 가장 밀접한 지표라 할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와 관심 대상국의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을 보자.

한·미·중·일 어느 나라 경제가 제일 어려운가?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4%이며, 전년 동기 대비 1.3%라 한다. 이는 전기와 대비하면 2008년 4분기의 –3.3%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며, 전년 동기와 대비하면 2009년 3분기의 0.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한국은 2020년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 Pixabay

미국 역시 1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의 수렁에 빠졌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률 –4.8%로 나타났으며, 재닛 옐런과 벤 버냉키 두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올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6.8%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전분기의 6.0%보다 12%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이다. 일본은 1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9%, 연율로는 –3.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0.6%로 상향 조정한다고 수정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 4개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 실적이 나타나 있는데, 이 수치들을 보면 어느 나라의 성적이 좋고 어느 나라가 나쁜지 얼른 판단하기 어렵다. 언론 등에서는 여러 국가의 GDP 통계를 한꺼번에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에서 발표하는 통계자료를 하나씩 전하면서 그 나라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자료가 이렇게 국가별로 따로 발표되다 보니 뉴스를 접하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도대체 어느 나라가 가장 혹독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느 나라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저 막연히 우리나라 뉴스가 나오면 우리 경제가 지금 어렵구나, 미국 뉴스가 나오면 미국 경제도 매우 어렵구나, 중국 뉴스가 나오면 중국도 어렵구나, 이런 식으로 생각할 뿐, 도대체 어느 나라가 얼마나 더 어려운지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라마다 성장률 발표 기준 달라

각국 경제실적을 비교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나라마다 발표하는 성장률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간 경제성장률을 계산하는 것은 작년과 올해의 1년간 GDP를 단순히 비교하면 되므로 기준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몇 개 기준이 있고 그에 따라 동실한 실적에 대해서도 성장률 수치는 달라진다.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계산하는 기준으로는 먼저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있다. 이는 작년 올해의 특정 분기 GDP와 작년 같은 분기의 GDP를 직접 비교해 성장률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방식인데, 올해 1분기와 작년 1분기, 올해 2분기와 작년 2분기를 비교해 성장률을 구한다.

다음은 ‘전분기 대비 성장률’인데 이는 지금 분기와 그 직전 분기의 GDP를 비교해 성장률을 계산한다. 즉, 금년 1분기 성장률은 작년 4분기와 금년 1분기를 비교한 것이며, 금년 2분기 성장률은 금년 1분기와 금년 2분기의 GDP를 비교한 것이다. 그리고 ‘전분기 대비 연율 성장률’이란 앞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1개 분기, 즉, 3개월 간의 성장률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성장률이 1년 동안 계속된다면 연간 성장률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즉, 전분기 대비 성장률에 4를 곱하면 전분기 대비 연율 성장률이 된다.

그러면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을 동일한 기준으로 계산하면 그 차이는 어떻게 될까? 필자가 통계작성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며, 어림잡아 추정해본다. 그래도 이 계산이 크게 틀리는 것은 아니며, 오차는 아마 소수점 이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짐작된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한국이 1등, 중국이 꼴찌

먼저 전년 동기 대비 금년 1분기 성장률을 보자.

* 한국은 한국은행 공식통계에 의해 +1.3%로 나타났다.

*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연률로 –4.8%이므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이를 4로 나눈 –1.2%가 된다. 또 미국의 2019년 성장률이 2.35%로 나타났으니, 분기별 성장률은 평균 0.6% 정도가 되며, 따라서 2-4분기의 성장률은 +1.8%가 된다. 그런데 1분기 성장률은 –1.2%이므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6%(+1.8%-1.2%)가 된다.(추정)

*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6.8%이다.(중국 통계청 공식통계)

* 일본의 2019년 성장률은 +0.7%이므로, 2019년의 분기별 성장률은 대략 0.2%가 조금 못 미치는 정도가 된다. 그러므로 작년 2, 3, 4분기 성장률은 0.6%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일 것이다. 금년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0.6%이므로, 전년 1분기 대비 성장률은 0%(–0.6%+0.6%=0%) 정도가 된다.(추정)

이상의 통계치를 정리하면,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은 한국 +1.3%, 미국 +0.6%, 일본 0%, 중국 –6.8%가 된다.

전분기 대비로는 일본이 1등, 중국이 꼴찌

그럼 미국식 기준인 ‘전분기 대비 연률 성장률’로 계산하면 어떻게 될까? 함께 계산해보자.

* 한국은 한국은행 공식통계인 전분기 대비 –1.4%이므로 전분기 대비 연율 성장률은 (-1.4%×4=-5.6%)가 된다.(공식통계)

* 미국은 정부 공식발표대로 –4.8%이다.(공식통계)

* 중국은 2019년 경제성장률이 6.1%이므로 분기별 성장률은 대략 1.5%가 되며, 2, 3, 4분기 성장률은 4.5% 정도가 된다. 즉, 작년 4분기는 1분기에 비해 4.5%나 성장했는데, 금년 1분기는 작년 1분기에 비해서도 오히려 –6.8%라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그러므로 금년 1분기의 성장률은 –11.3%((–4.5%)+(-6.8%))가 되며,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45.2%(–11.3%×4)가 된다.(추정)

* 일본은 전분기 대비 –0.6%이므로 이를 연율로 전환하면 –2.4%가 된다.(공식통계)

이를 정리하면 미국 방식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을 표시할 경우 일본 –2.4%, 미국 –4.8%, 한국 –5.6%, , 중국 –45.2%가 된다.

이렇게 경제성장률 계산 기준을 바꾸면 통계치는 엄청나게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분기별 경제성장률 통계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것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우며, 각 기준에 따른 분기성장률 지표는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의 경우 그 계산에 있어서는 실질적으로 지난 1년간의 경제실적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지금이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경제실적이 어느 정도 나아졌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번 분기의 실적이 다소 나쁘더라도 지난 1년간 실적이 좋았다면 경제성장률은 양호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경제의 민감한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전분기대비는 경제동향 포착 민감, 장기 흐름 놓쳐

그 대신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경제동향의 민감한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장점이 있으나, 전체적인 경제성장의 흐름을 놓치기 쉽고, 돌발변수에 의해 성장률 지표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 두 가지 지표를 모두 작성해 통계이용자들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지표로 사용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전반적 흐름과 수시적인 동향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과 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모두 발표하는 우리나라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 돌발적인 경제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통계 자료를 선별할 수 있는 소양이 필요하다. ⓒ Pixabay

경제가 큰 변동이 없고 평탄한 시기에는 어느 기준으로 분기별 경제성장률 통계를 작성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으며, 통계수치 또한 비슷하게 나타난다. 그렇지만 팬데믹 현상처럼 경제에 돌발적인 충격요소가 발생했을 때는 달라진다. 작성방식에 따라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엄청나게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어떠한 성장률 지표를 보는 것이 적절한가인데, 이것은 일의적으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통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관찰하고자 하는 경제현상을 어느 방식의 통계가 가장 잘 알려줄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계에 관한 이해와 함께 경제에 관한 소양을 스스로 키워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건전한 공론장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공론장이 건전해지려면 객관적 현실 인식을 공유해야 하며 그 바탕이 되는 게 통계다. 통계가 흔들리면 정책도 여론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도 통계 왜곡에서 출발한다. 언론인은 통계 해석을 잘못하면 ‘사회의 공적’이 될 수 있지만 잘하면 ‘해석특종’을 할 수 있다. 통계전문가인 이재형 박사가 통계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들을 풀어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하는 그는 <국가통계시스템발전방안> <한국의 산업조직과 시장구조> 등 많은 연구와 저술을 해왔고 통계청 통계개발원장을 역임했다. (편집자)

편집: 유희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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