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이슈] 제천시, 소멸위험지역 진입

충북 제천시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지속적 인구감소로 소멸위험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적극적인 인구증가 대책 없이 그대로 두면 30년쯤 뒤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지난 6일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19와 지역의 기회’란 연구보고서에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작년 5월 기준으로 93개(40.8%)였던 것이 1년만에 제천시 등 12곳이 추가돼 모두 105곳(46.7%)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가임여성 비율 0.457

‘소멸위험지역’은 한 지역의 20~39세까지 가임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인 ‘소멸위험지수’가 0.5 이하로 내려간 곳으로, 인구유입 등 다른 변수가 없으면 30년쯤 뒤에는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일본 도쿄대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교수가 자국내 지역 쇠퇴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내놓은 분석기법을 이상호 연구위원이 도입해 지난 2013년 이후 전국 시∙군∙구 지역의 인구 유입과 유출 실태를 분석한 뒤 매년 보고서를 내고 있다.

▲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천시가 이대로 가다가는 30년 뒤에는 소멸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제천시청

소멸위험지수가 1 이하일 때, 다시 말해 한 지역의 20~39세 가임여성 인구가 그 지역의 65세 전체 고령인구보다 적을 경우를 ‘소멸주의단계'라고 정의하며, 기존 고령인구보다 출산하는 아이들 숫자가 더 적어지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런 소멸위험지수가 1.5 이상이 되면 ‘소멸위험이 매우 낮음’으로, 0.5~1까지를 ‘소멸주의단계’, 0.2~0.5까지를 ‘소멸위험단계’로 정의하며, 0.2 미만 지역은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

제천시는 지난 2018년 조사에서 소멸위험지수가 0.532였던 것이 불과 2년만에 0.457로 떨어지면서 ‘소멸위험단계”로 진입했다. 2020년 5월 현재 제천시 인구 13만3513명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만8512명인데 20~39세 가임여성 인구는 1만3020명으로 고령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산면 등 읍∙면 전지역이 소멸고위험 지역

<단비뉴스>가 2020년 6월 현재 제천시의 연령별 남녀별 주민등록인구자료를 분석∙집계한 읍∙면∙동 별 소멸지수를 보면, 8개 읍∙면 지역은 평균 소멸지수가 0.118로 전지역이 ‘소멸고위험지역'(소멸지수 0.2 미만 지역)으로 나타났다. 그중 수산면이 소멸지수 0.059로 가장 소멸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이 덕산면(0.074), 백운면(0.096), 한수면(0.100), 청풍면(0.108), 금성면(0.109), 송학면(0.122), 봉양읍(0.178) 순으로 소멸위험이 높았다.

2018년 조사 때는 수산면 덕산면 한수면 청풍면 백운면 등 5개면만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는데 불과 2년 만에 8개 읍∙면 전지역이 ‘소멸고위험지역'으로 진입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수면은 지난 2018년 행정안전부가 조사해 발표한 ‘신생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지역’ 17곳에 포함된 지역으로, 2020년 6월 현재 면 전체 인구가 708명밖에 안된다. 14세 이하 아동수가 33명에 불과하고 20~39세 가임여성 인구가 26명밖에 안되는데 비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60명이나 된다.

▲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1리 마을.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신생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곳’ 17곳 중 한 곳인 이 마을은 한낮인데도 길가에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구가 급감한 지역이다. © 황진우

반면 제천시내 동지역은 소멸위험지수가 평균 0.597로 ‘소멸주의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각 동별로는 남현동(0.312)과 중앙동(0.316) 청전동(0.404) 영서동(0.480) 등 4개 동은 소멸지수가 0.5 이하로 ‘소멸위험지역’으로 진입했고, 신백동(0.549) 화산동(0.713) 의림지동(0.831) 교동(0.850) 용두동(0.858) 등 5개동은 ‘소멸주의단계'로 분류됐다.

▲ 충북 제천시의 읍∙면∙동별 소멸위험지수. 읍∙면 지역은 전부 소멸지수가 0.200 이하로 ‘소멸고위험지역'으로 진입했다. © 김정민
▲ 제천시 읍·면·동 지역 소멸위험지수. ©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소멸고위험’지역으로 진입한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곳곳에 있는 빈집들의 모습.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오래돼 마치 폐허를 방불케 한다. ‘소멸고위험’지역이 아니라 이미 소멸되고 있는 곳이다. © 황진우

제천시는 지난 5월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만8512명으로 전체 인구의 21.4%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 단계로 들어섰다. UN보고서 기준에 따르면 65세 고령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어가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어서면 ‘고령사회’라고 분류하며, 20%를 넘어 가면 ‘초고령사회’가 된다. 지금 제천시는 80세 이상 고령인구만 6958명에 이르고 이중 90세 이상이 874명, 100세 이상이 74명이나 된다. 반면 제천시의 합계출산율(한 사람의 가임여성이 가임기간인 15세에서 49세까지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은 2016년에 1.334에서 2018년에는 1.118로 떨어졌다.

 

 
제천시 한수면 송계1리에 있는 한 상가 블록의 모습. 인구가 줄어들면서 상가도 쇠락해 이 블록에는 8개 가게가 나란히 비어 있다. ©김정민
▲ 제천시의 초∙중∙고교 학생수 감소 추이. © 제천교육지원청

아동 청소년수 7년간 20~30% 급감

이에 따라 제천시의 초∙중∙고교 학생수도 줄어 들고 있는데, 초등학교의 경우 2011년에 학생수가 8113명이던 것이 2018년에는 6399명으로 7년 동안 21.3% 감소했다. 중학교는 2011년 5490명에서 2018년 3336명으로 39% 감소하고, 고등학교는 2011년 5472명에서 3953명으로 27.7% 감소하는 등 제천시의 아동 및 청소년 수가 급감하면서 지역소멸이 가시화하고 있다.

▲ 제천시 한수면 송계1리 한수중학교 폐교사. 아동 및 청소년 인구 급감으로 20년전 폐교된 것을 지난 2013년 축구학교로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으나 그마저 지난 2016년에 문을 닫고 지금은 폐허처럼 변해 있다. © 김정민

이상호 연구위원은 “(전국적으로) 소멸위험지역은 지난 2017년 5월에서 2018년 5월까지, 2018년 5월에서 2019년 5월까지 각각 4곳이 늘어났던 것에 비해 작년 5월 이후 1년간 늘어난 지역이 12곳이나 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읍∙면∙동 단위로 분석해 소멸위험지역도 크게 늘어났다. 2017년 5월 조사 때 전국 3천549곳의 읍∙면∙동 중  41.7%에 해당하는 1천483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던 것이 2018년 5월에는 1천554곳(43.7%), 2019년 5월에 1천617곳(45.3%)으로 늘어 나고, 2020년 5월에는 1천702곳(48%)으로 전체 읍∙면∙동의 절반 가까은 곳이 소멸위험단계로 접어들었다.

▲ 충북에서는 이번에 제천시가 시 단위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 통계청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군 단위 지역들의 소멸위험단계 진입이 완료되고 제천시(소멸위험지수 0.457)와 경기도 여주시(0.467), 경기도 포천시(0.499), 강원도 동해시(0.469), 강원도 강릉시(0.493), 전남 나주시(0.499) 등 시 단위 지역들이 본격적으로 소멸위험단계로 접어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위원은 덧붙였다.

이 위원은 또 “광역 대도시 낙후지역들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며 “부산은 기존 위험지역인 영도구, 중구, 동구 외에 서구(0.462)가 신규로 진입했고, 인천은 도서 지역인 강화군과 옹진군 외에 동구(0.465)가, 대구는 서구(0.472)가 새롭게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강원도에서도 소멸위험지역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영동지역의 주요 거점도시인 동해시(0.469) 강릉시(0.493)와 함께 최근 군부대 철수로 인구감소 위협이 커지고 있는 양구군(0.476)과 인제군(0.477)이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충북에서는 그동안 5개 군 단위 지역이 들어간 데 이어 이번에 제천시(0.457)가 시 단위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전남 무안군(0.488)은 전라남도청이 소재한 신도시이고, 나주시(0.499)는 혁신도시로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된 곳으로, 인구유입과 지역균형발전의 모델로 여겨졌으나 역시 소멸위험단계로 들어갔다.

▲ 서울, 광주, 대전, 울산, 세종시,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시∙군∙구에서 소멸위험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 통계청

코로나로 청년층 수도권 유입, 지역소멸 가속화

이 연구위원은 “불황기에는 상대적으로 고용상황이 덜 나쁜 수도권으로 인구유입이 증가한다”며 “그동안 감소추세를 보이던 수도권 인구유입이 최근 3년간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서 지역의 인구유출이 급증하면서 소멸위험지역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대량실업이 발생하자 1998년 한 해 동안 9천명에 불과하던 수도권 순유입인구가 2002년에는 21만명까지 증가했다”며 “코로나 19 사태 이후 3월과 4월 수도권 순유입인구가 작년의 1만2800명의 두 배가 넘는 2만750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지난 3월과 4월 수도권으로 유입한 인구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가 2만741명으로 전체 유입인구의 75.5%를 차지했다”며 “이처럼 지방에서 청년층이 집중적으로 수도권으로 빠져 나오면서 지방소멸위험도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의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편집 : 오동욱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