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임지윤 기자

안녕하세요. 충북 제천에서 저널리즘을 공부 중인 27살 청년, 임지윤입니다. 이번 21대 국회에 초선 의원이 전체 의원 300명 중 절반이 넘는 151명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7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있는 일로 역대 두 번째 높은 기록이라더군요. 낡은 정치는 가고 새바람이 불 것이라는 희망이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첫 당선에 기뻐할 새 없이 다가올 21대 국회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겠지요? 초선 의원 각자가 국회 개원 전부터 1호 법안을 서둘러 준비한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각종 법안부터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다양한 철학이 살아 숨 쉬더군요. 일하지 않는 ‘동물 국회’ 오명을 쓴 20대 국회를 신바람 나게 일하는 국회로 바꿔 갈 여러분의 열정에 감사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초선(初選)-, ‘처음’이라는 뜻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사회 초년생이 될 저에게도 ‘처음 초’가 곧 달릴 것이기 때문이겠죠. 언제나 처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마지막입니다. 그래서 연말 시상식을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신인상을 치켜세웁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처음 가졌던 열정은 식고 현실과의 타협은 빨라져 도전하는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21대 초선 의원, 당신은 청년’이라는 것입니다. 그대들이 청년의 마음으로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법을 마련해 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한편, 이번 국회는 지난 국회보다 사정은 나아졌지만, 역대 두 번째 ‘고령 국회’이기도 합니다. 20대 의원이 2명 등장했지만, 여전히 평균 연령은 54.9세로 국민 평균연령인 40.8세보다 14살이나 많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늙은 국회에 해당합니다. 유권자의 35%가 2030 세대임을 봤을 때 답답한 현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청년’이란 단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한국형 뉴딜’을 발표했지만 5,083개 글자 속 ‘청년’이란 단어는 단 한 번 등장합니다. 초선 의원 여러분이 준비하는 제1호 법안에도 청년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정부도, 여러분도 마음속에 청년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겠죠. 지난 4월 총선에서도, 19대 대선에서도 정치권 화두는 ‘청년 마음 사로잡기’였는데 어찌 된 걸까요? 각 정당의 공약집에는 항상 청년 임대 주택 확대, 무상 등록금, 지역 일자리 활성화 등이 보입니다. 실현되지 않아서 문제죠. 초선인 여러분이 먼저 기존의 청년 공약에 여러분만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얹어 정부에 제안하는 건 어려울까요? 여야가 함께 ‘청년 뉴딜’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 21대 국회에 초선 의원이 대거 입성했다. 이들은 과연 '동물 국회', '식물 국회' 오명을 벗고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을 넘어 포기했던 청년의 꿈과 희망을 되찾는 ‘청년 뉴딜’이 초선 의원들의 입을 통해 퍼져 나가길 바란다. ⓒ KBS

대한민국 청년은 많은 걸 포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연애와 결혼, 출산, 나아가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선택적 포기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포기입니다. 취업이 힘들고 기껏 잡은 일자리는 불안정하며 평생 일해야 겨우 집 한 채 가질 수 있는 정도니까요. ‘88만 원 세대’라는 말이 생긴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절망은 그대로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20년간 국회가 청년을 위해 만든 법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하나뿐이었습니다. 지난 1월 자유한국당이 20대 국회 개원 첫날부터 1호 법안으로 내걸었던 ‘청년 기본법’이 텅 빈 국회를 떠돌다 4년 만에 통과됐습니다. 각종 선거에서 청년 투표율이 저조한 것도, ‘헬조선’이란 말이 청년들 사이에 유행어로 떠돈 것은 이와 같은 국회의 무관심과도 관련이 있을 겁니다. 기성 정치인은 무관심을 넘어 청년에게 막말도 일삼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냐고 물으면 다 중동 갔다고 할 정도로”라고 말해 청년들의 큰 공분을 샀고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 역시 "헬조선 탓하지 말고 아세안 국가로 가라"는 발언으로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죠.

초선 국회의원 여러분, 그대들이 진정한 ‘청년’입니다. 청년은 단순히 나이 어린 사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다시 오지 않는 ‘처음’이라는 시간 위에 있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청년학우회 취지서’에서 “그 나이는 청년이로되 그 기력의 쇠약함은 늙은이와 같고 그 모습은 청년이로되 그 지식의 어둡고 어리석음은 어린아이와 같으니 청년, 청년이여, 이것이 어찌 청년이리오”라고 말했습니다. 청년에게 한 쓴소리지만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나이가 많아도 청년과 같이 산다면 청년이 될 수 있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21대 초선 의원 151명 여러분께 희망을 다시 걸어봅니다. 청년이 되어 주십시오. 각자가 가진 껍데기를 내려놓고 향그러운 흙가슴의 마음으로 청년 현실에 다가가 주십시오. 당신의 뜨거운 마음이 청년인 우리에게 전달되게 해주십시오.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을 넘어 포기했던 청년의 꿈과 희망을 되찾는 ‘청년 뉴딜’이 그대들의 입을 통해 퍼져 나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편집 : 박서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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