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니]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

메이크오버 포맷은 강력하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부정적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드라마적 요소 때문일까? 많은 소재가 이 포맷에 사용된다. 아이, 외모, 몸, 집, 패션, 공부습관 등 사용되고 사라진 소재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자 고민거리가 된 것은 ‘새로움’이다. 새로운 소재라고 내놓은 것도 시청자에겐 새롭지 않다. OTT의 발달로 해외 프로그램에도 접근하기 쉬운 게 현실이다.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새로움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반려견과 강형욱 훈련사라는 익숙한 소재

KBS <개는 훌륭하다>(이하 개훌륭)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작년 11월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반려견’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룬다.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하 세나개)라는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확고한 이미지를 확보한 강형욱 훈련사를 출연시킨다.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개훌륭>이 <세나개>의 또 다른 버전일 것이라는 우려를 극복하고, 새로움을 달성한 방법은 무엇일까?

▲ 2019년 11월 4일 정규 편성되었다. © KBS

<개훌륭>은 특정 소재를 더 높은 범주로 끌어올리며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익숙한 ‘반려견 행동교정’ 소재는 ‘반려인 교육’으로 확장된다. 일반적으로 훈련사는 문제견 행동교정에 집중한다. 이 프로그램은 강형욱 훈련사의 반려견 행동 교정이 아니라, 이경규와 이유비라는 초보 반려인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반려견의 이상 행동은 결국 문제 있는 반려인 때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질적인 차이보다 컨셉의 변화로 새로움을 모색한 것이다.

새로움과 재미를 함께 제공하는 두 출연자

강형욱의 두 제자 이경규와 이유비는 ‘반려견’이라는 소재를 유지하면서도 이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는 핵심 요소다. 강형욱 훈련사는 정식 ‘반려인’ 수업을 받아본 적 없는 두 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친다. 개들이 사는 환경, 견종별 특성, 반려견의 나이에 맞는 놀이나 교육 등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한다. 시청자는 이 과정에서 특정 견종에 국한되고 파편적 정보만 제시하는 여타 반려견 프로그램과 달리, 반려견 전체에 적용되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정보는 초보 반려인이나 반려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이유를 제공한다.

▲ 이경규와 이유비의 상반된 캐릭터는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 KBS

두 초보 반려인의 조합은 이런 교육적 의미에 예능적 재미를 더한다. 이경규는 까칠하지만 반려 경험이 많고, 이유비는 착실하지만 반려 경험이 없다. 이경규는 ‘뺀질대는’ 행동을 하고, 이유비는 착실하게 일을 하지만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이다. 대칭되는 두 출연자의 상반된 모습은 쏠쏠한 재미를 제공한다.     

‘문제견 행동교정’을 넘어선 ‘반려문화 정착’

새로움의 두 번째 요인은 개별 반려견 행동교정에 한정된 주제를 ‘반려문화’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반려견 행동교정에 더해 올바른 ‘펫티켓’과 ‘반려문화’ 정착으로 기획의도를 확장했다. 공동체 내에서 반려견이 사람과 잘 어울리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반려인과 반려견, 비반려인과 반려인이 갖춰야 할 다양한 태도를 알려준다. 동네 전역의 강아지를 만나 다른 개와 어떻게 인사를 시키는지 설명하고, 보호자의 올바른 행동을 교육하는 장면을 통해 이런 사회적 의미를 살리고자 한다. ‘개와 사람이 행복해지는 펫티켓’을 배우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반려문화’를 고민해 본다는 기획의도에 부합한다.

올바른 반려문화라는 화두는 개별 반려견에 집중한 기존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던 관점이다. 대중의 갈증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18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및 양육 현황’에 따르면, 전 국민의 43%와 양육인의 61%가 ’성숙한 반려문화 정착‘을 가장 필요한 반려동물 정책으로 꼽았다. 충분한 수요가 있었던 셈이다. 강형욱 훈련사는 사람의 관점뿐 아니라 반려견의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반려인의 태도를 모색하고 제공한다. 반려문화에 개와 인간 모두를 위한 방법을 제공한다는 시도는 새롭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 시청자는 재미는 있지만, <개훌륭>과 <세나개>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 twitter

그러나 초반의 이런 시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개훌륭>의 새로움은 무엇보다 ‘두 제자’의 교육에 달렸지만, 1.9%라는 첫 화의 시청률 때문인지 기획의도와 다르게 강 훈련사의 반려견 행동교정으로 초점이 돌아가고 만다. 이런 경향은 점점 더 강해진다. 두 초보 반려인의 교육 비중은 견사 청소와 강아지 교육이 있던 7~8화 이후로 점점 줄어든다. 3월 31일 방영한 21화에서는 반려인 교육 할당 부분이 견종 소개에 그친다. 80분짜리 프로그램에서 20분이 고작이다. 나머지 60분은 강 훈련사의 반려견 행동교정으로 채워진다.

시청률에 연연하면서 사라진 기획의도

‘반려인 교육’이라는 차별점이 사라진 것은 대중의 호응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 대중의 관심이 적었던 것은 자극이 부족하거나 예능적 요소가 적기 때문이 아니다. 이경규와 이유비가 좋은 반려인이 되는 것을 봐야 할 이유가 프로그램 내에서 효과적으로 제시되지 못했고, 초반의 노력이 꽃을 보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MBC <러브하우스>는 전문가들이 집을 개조하기 전에 의뢰자의 일상을 담아 개조 필요성을 피력했고, 왜 해야 하는지 몰랐던 MBC <무한도전> 조정 편은 장기간 출연자의 땀이 섞이자 감동이 나타났다. 이경규와 이유비가 진심으로 반려인 교육에 임해야 하는 계기가 제시되어야 했고, 반려인 교육 활동도 더 드러나야 했다.

반려인과 반려견의 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초기에 사회적 의미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바람직한 반려문화의 수요로 볼 때 확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개별개체의 행동교정에 틀이 맞춰진 뒤, 사람과 개의 관계를 돌아보는 사회적 의미가 드러날 공간이 축소됐다. 반려견의 문제행동과 강 훈련사의 교정훈련만 부각하는 쪽으로 후퇴했다.

방송 초기에 시청자는 옆집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반려견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반려견과 반려견의 관계에 보호자가 어떻게 나서야 하는지를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개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이해를 위해서는 대상화하기보다 같은 주체로 공감해야 한다. 그저 반려동물을 키우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서 개와 인간이 올바로 관계를 맺는 방식을 보여주어야 시청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의미가 정착할 때까지 시간을 두고 노력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프로그램이다.


편집 :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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