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의 시선2] ‘4,15총선, 이것만은 바꾸자’ ③ 원 이슈 정당

닭발은 호불호가 분명한 음식이다. 혼자 먹기에는 양도 많아 누군가와 함께 시켜야 한다. 의기투합한 친구가 닭발을 좋아하지 않으면 닭똥집이나 오돌뼈볶음을 추가하면 된다. 친구를 더 포섭할 필요가 있을 때는 계란찜을 좋아하는 친구가 단골 섭외 대상이다. 우리는 모두 입맛이 다르지만, 여럿이 먹는 식탁은 더 다채롭고 풍성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원하는 공약, 이념, 정책은 다르지만 이들이 모이면 한국 정치는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 

정체성 모호한 거대양당의 정쟁에 묻힌 정책들

한국 정당정치는 매운 비빔밥이었다. 누가 진보이고 보수인지 모호한 거대 여당과 야당은 비슷한 스펙트럼의 주장을 하면서도, 서로를 ‘심판’해야 한다고 성토한다. 분노로 비벼진 비빔밥엔 자기 정당만의 영양소나 정책이 부족하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분노를 원동력 삼아 정치적 영합과 입법 거래로 권력을 차지하는 데 급급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을 사회주의, 포퓰리즘, 반기업 정당이라 공격했고, 민주당은 반대로 친재벌, 기득권 정당이라 공격했다. 한국 ‘정치식탁’은 다양하지도 않고 자신만의 영양소도 없는 비빔밥이다. 

▲ 2016년 20대 총선(위)에서 정권심판론을 외치는 김종인 대표와 2018년 7회 지방선거(아래)에서 정권심판론을 외치는 당시 이인제 한국당 충남도지사 후보. 집권여당을 겨냥한 제1야당의 정권심판 프레임은 정권이 교체되고, 여야가 바뀌어도 한결같다. ⓒ KBS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결과물은 그리 다르지 않다. 2012년,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초이노믹스’ 기조 속에 부동산경기 부양 정책, 친재벌 정책으로 선회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입법은 당시 민주당과 진보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가이드라인에 그쳤다. 민주당이 집권여당이던 작년 8월에는 ‘삼성보호법’이라 비판받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반대자 한 명도 없이 통과됐다. 지난 1월에는 개인의 개인정보 권리를 빼앗아 대기업의 이윤추구를 보장하는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경제·노동 정책만이 아니다. 여성정책, 환경정책, 성소수자정책 등 다양한 이슈들은 두 거대 보수정당 간 힘겨루기에 희생돼 왔다. ‘저 당이 이기면 나라 망한다’는 선동 프레임 속에서 경제·정치·안보 외 이슈들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저 당 때문에’ 지금 나라가 이 꼴이라는 분노는, 성소수자는 비례대표 후보로 받아들이지 않아도(더불어민주당), 기후위기 정책이 없어도(미래통합당), 그저 나라를 망친 ‘저 당’을 죽이기 위해 ‘이 당’을 선택하라고 유권자들을 몰아간다. 거대 양당의 ‘막다른 선택론’은 자신만의 색깔 있는 정책을 앞세운 소수정당이 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소수정당의 정책들을 주목하라

이번 총선에서는 매운 고추장 범벅인 분노의 정치판을 걷어내야 한다. 소수정당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거대양당의 위성정당으로 훼손됐지만, 이 법이 통과하자 다양한 소수정당이 탄생했다. 기존정당과 달리, 소수정당은 한 이슈에 중점을 두는 원 이슈정당이다. 이들은 비록 위성정당한테 대다수 의석을 선점당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던 세상 이슈들을 수면 위로 올리는 유일한 통로다.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창당한 여성의당은 여성에게 꼭 필요한데도 가려져 있던 이슈를 꺼내들었다. 생리대 전 생애 무상지급, 고령여성 1인가구를 위한 수술비 지원 공약 등, 다수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공약이다. 청년정당을 표방하는 미래당은 플랫폼으로부터 개인의 SNS 콘텐츠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유니온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플랫폼이 개인의 SNS 활동을 토대로 성장했지만, 그 과실을 플랫폼에게 빼앗기고 일자리마저 줄어 피해를 입은 청년 계층에게 절실한 공약이다. 녹색당은 ‘2020년 기후국회가 필요합니다’를 슬로건으로, 점점 더 심각해져 가지만 경제 발전 논리와 화학제품의 편리함에 곧잘 가려지는 기후위기 문제를 전면에 걸고 있다.

▲ 21대 총선의 비례대표 선거에 후보를 낸 정당은 35개다. 서른다섯 가지 선택지만큼, 한국 정치가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단 한 명이라도 더 국회로 보내자. ⓒ 김지연

단 하나라도 바꾸려면 원 이슈정당에 투표하자 

4.15총선에서 내가 좋아하는 닭발도, 친구들과 함께 만들려던 다양한 메뉴의 만찬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단 하나 정책이라도 제대로 바꾸고 싶다면, 원 이슈 정당에 투표하자. 생각보다 어렵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를 내세운 소수정당을 골라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논리적, 이성적이어야 하고 시간과 노력이 든다. 오히려 양당 정치가 쉽다. 피아 식별은 감성적이고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슈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거대양당의 사활을 건 주도권 쟁탈 국면에 주저할 수도 있다. 

하나만 실천하고 행동하자. 하나만 제대로 바꿔도 나머지 세상 또한 바뀐다. 노동 이슈에 투표하면 자본에 희생되는 환경 문제, 여성을 착취해 돌아가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문제로 이어진다. 청년기본소득,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 ‘청년’을 위한다는 미래당의 공약들은 청년뿐 아니라 청년을 부양하는 부모세대, 빈곤과 열악한 주거에 처한 노인세대 등 우리 모두의 문제와 연결된다. 한국 정치를 바꾸고 ‘내 문제’를 실현하기 위해 단 한 명이라도 내가 믿는 소수정당 의원을 국회에 밀어 넣자. 이들이 내 삶을 대변하게 하자. 당신이 이번 21대 총선에서 원 이슈 정당을 찍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가을학기에 연재한 [청년기자들의 시선]이 하나의 현상과 주제에 관한 다양한 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봄학기 [청년기자의 시선2]는 현상들 사이(Between) 관계에 주목해 현상의 본질을 더 천착하고, 충돌하는 현상 사이 대립과 갈등 너머(Beyond)에 있을 법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한다. [시선2]의 첫 주제는 ‘4.15총선, 이것만은 바꾸자’이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총선 현장은 코로나 재난까지 겹쳐, 그 어떤 비전도 정책도 상실한 채 우리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내일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4.15총선을 통해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와 행동을 제안한다. (편집자)

 편집 : 이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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