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배제된 선거] ② 청년공약 점검 - ‘취업확대’ ‘기회균등’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0-30대 청년 유권자수는 1379만757명으로 전체의 31.3%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799만1천여명 중에서 20-30대는 971만3천여명으로 34.7%에 이른다. 이처럼 20-30대 청년층은 경제활동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면서 선거를 좌우할 방향타를 쥐고 있다. 

그러나 이 연재기사 첫 회에서 밝힌 것처럼 정당들은 ‘청년의 목소리를 정치∙사회제도에 반영하겠다’, ‘청년이 미래와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하겠다’며 저마다 청년인재 영입에 나섰지만 주요 정당들의 청년후보 공천자는 전체의 5%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청년에 관한 정치권의 인식과 관심이 말만 무성할 뿐 실천방안은 빈약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각 당의 청년 정책과 공약 중 ‘일자리 창출’ ‘불공정 타파’ ‘청년 주거’ ‘청년 문화∙예술’ 등 네 분야를 두 차례로 나눠 정밀점검했다.

일자리 없는데 취업지원만 하나

일자리 창출 등 청년들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공약은 청년 유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공약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2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국 만 19~39세 청년층 1천여명을 대상으로 ‘서비스산업에 대한 청년인식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 청년층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 문제’(37.7%)와 ‘일자리’(25.6%)였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3월 23일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1/4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21대 총선 관련 경제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한 서울시민 넷 중 한 명은 4•15 총선 이후 정치권이 가장 개선해야 할 분야로 일자리와 취업을 꼽았다.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청년들은 취업 ‘절벽’을 지나 ‘절망’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의 취업 관련 공약. © 조한주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등 주요 3당은 각기 특화한 청년 일자리와 창업 관련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과 진정성이란 측면에서 청년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실감나게 다가갈지는 미지수다.

▲ 더불어민주당이 1월 29일 청년 관련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TV 화면 캡처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취업과 관련해 일자리 창출 공약 없이 취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년취업아카데미 지원 확대, 오프라인 청년센터 지원 확대, 청년고용 친화형 R&D 확대, 군 간부 임용 확대, 취업 취약계층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 구직 촉진수당 지급, 국민취업지원제도 확대 등이 주요 공약이다. 

구체적으로는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 구직자나 청년 등 취업 취약 계층에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지금 청년수당의 범주 안에 있는 취업성공패키지와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등을 국민취업지원제도 틀에 포함하기로 했다. 청년을 위한 고용서비스를 강화하고 취업지원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종료될 예정이던 청년센터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학교 밖 청년이나 NEET족 등 제도권 밖에 있는 청년특화센터 지원 등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청년취업아카데미 사업 대상을 인문계 학생과 대학원 졸업예정자로 확대하고, 대학일자리센터 지원 종료 예정 대학 중 우수대학을 선정해 가칭 ‘대학일자리+센터’로 전환해 5년을 더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미래통합당은 민간 청년 일자리 확대, 최저임금제 전면 개편, 유연근로제 확대, 일자리 관련법 처리와 발굴, 4차산업혁명 일자리 특별법 제정 등을 공약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것보다 ‘기업 규제 완화’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저임금제도를 전면 개편해 업종별∙규모별로 구분하고, 유연근로제를 확대해 기업의 활력을 살려 고용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구분하는 기준은 ‘기업지불능력’과 ‘물가상승률’ 등에 중점을 두고, 결정주기도 2년으로 확대해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한 번 정해진 최저임금은 2년 동안 상승도, 하락도 없이 동일하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노동자보다는 사용자인 기업 편에서 규제를 풀고 기업활동을 활성화해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한다는 것으로,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정의당은 일자리 창출보다 있는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공약이 대부분이다. 새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공약은 거의 없고, 대부분 기존 노동자의 노동권 등을 지키겠다는 내용과 채용 과정의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심각한 청년 취업난은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것과 관련되지만 근본 원인은 4차산업혁명 등으로 산업구조가 급속히 재편되면서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에 의한 생산자동화와 ICT 등의 발달에 따른 플랫폼경제와 긱경제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산업이 재편돼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야 하는데 그와 관련된 공약은 어느 정당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내지는 못하고 줄어드는 일자리를 둘러싼 취업 경쟁을 지원하는 데 치중하거나 기업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없어, 청년들에게는 희망 없는 일자리 정책으로 비칠 뿐이다.

저마다 청년 벤처 지원하겠다지만… 

▲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의 창업 관련 공약. © 조한주

여야 주요 3당은 모두 청년 취업의 보완책으로 유망한 벤처기업 육성 등 창업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으로 성장 가능한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2024년까지 5년 동안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 예비 창업자 1만명을 발굴해 각각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교육과 멘토링까지 패키지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공약을 실현하려면 최대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미래통합당 역시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청년스타트업 공제회를 신설해 청년 벤처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필요한 만큼 일할 수 있도록 주 52시간 넘게 일할 수 있게 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두는 등 벤처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벤처기업 지원 공약에는 구체적인 지원 규모가 제시되지 않았다.

▲ 미래통합당 2020 희망공약개발단이 2월 26일 국회에서 ‘청년 공정 희망 7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세계타임즈TV 화면 캡처

정의당 역시 유니콘이 될 만한 벤처기업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매출 1000억 벤처기업을 700개 이상 육성하고, 벤처 펀드 등의 자금 조달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한다는 게 골자다. 또 지방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벤처스타트업 전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도 약속했다.

재원 총액만 있고 세부조달방안 없어

주요 3당은 경쟁적으로 창업지원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청년 창업 희망자들에게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들이어서 청년창업 지원책이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먼 것들이 많다. 우선 각 당이 주로 지원하겠다는 유망 스타트업의 초기 사업자금 규모가 만만치 않아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지원 공약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공약은 많지만 그걸 실천하기 위한 재원확보책이나 구체적 실행방안들은 제대로 제시돼 있지 않아 청년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정의당이 1월 9일 ‘청년기초자산 도입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MBN 화면 캡처

여야 정당들은 청년정책과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 확보방안에 관해서는 총액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미래통합당은 아예 제시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정의당이 사안별로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조달방안을 제시했지만, 약 52조원의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대입정시 확대, 고위직 자녀 대입과정 전수조사 

지금 우리 사회 청년들은 입시와 취업 과정에서 불공정을 직간접적으로 겪고 느끼면서 불공정을 타파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기를 갈구한다. 특히 공정이란 이슈는 최근 몇 년간 청년들 사이에서 중요성과 민감성이 부쩍 높아졌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 정당들은 청년층의 공정한 사회 실현 욕구에 부응하는 정책과 공약들을 내놓았다.

▲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의 교육 불공정 타파 관련 공약. © 조한주

교육 부문에서는 불공정 해소를 위한 정책으로 대학입시제도 개선 관련 공약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모두 대입 정시 모집 비율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대입제도’라는 큰 틀 속에 정시 위주로 대입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통합전형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생부종합전형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불공정 입시를 바로잡고 희망 사다리를 만들겠다며 ‘조국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학생부종합전형 모집 비율이 높은 서울지역 16개 대학에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한발 더 나아가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인원 비율을 50%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국 전 장관 사태를 거치며 이미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확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경쟁적으로 대입 정시 비율을 높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입시 제도에서 정시 비율을 높이는 것이 사교육비 절감 등 교육과 대학 입학 과정의 불공정을 얼마나 해소하고 청년들의 박탈감을 덜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의당은 정시 비율 확대가 아니라 수능 절대평가 등 대입 기회균등 책임선발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행 대학 입시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고교 학점제를 도입해 2028학년도 대입부터 기회균등 책임선발과 수능 절대평가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정의당은 또 입시 과정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으로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의 자녀 대학 입학전형 과정에 대한 조사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회의장 소속으로 대학입학전형과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의 대학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하자는 것이다.

정의당 공약은 정시에서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고, 고위공직자 자녀 대입과정 전수조사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청년들이 근본적으로 느끼는 불공정 타파를 위한 공약으로는 공허한 느낌을 준다.

취업 불공정 해소, 정의당이 제일 구체적

▲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의 취업 불공정 타파 관련 공약. © 조한주

정의당은 블라인드 입시∙채용 확대와 고위공직자 자녀 취업신고 의무화 등을 통한 채용 공정성 확보방안도 제시했다. 고위공직자의 자녀취업 현황 신고를 의무화하고 기업이 채용 광고를 낼 때 담당 업무, 임금,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 근로조건을 명시하게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구직자의 SNS 계정정보 요구 금지, 채용성적 조작과 성별에 의한 차별 금지, 면접위원에 외부전문가를 50% 이상으로 하는 방안들을 제시했다. 정의당은 또 청년고용할당제를 확대해 반영비율을 3%에서 5%로 늘리고, 적용대상도 공기업에서 300인 이상 민간기업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청년들이 취업 과정에서 겪는 불공정 해소를 위해 내놓은 주요 3당의 정책을 보면 정의당이 가장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의당은 먼저, ‘학력∙학벌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취업, 승진, 처우 등에서 학력과 학벌로 차별을 할 경우 처벌과 행정 조처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벌하고 행정 조처를 하겠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계층 사다리 복원을 위해 직장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방송통신대 야간 로스쿨 도입’을 공약했다. 또 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한 공공부문 고졸 채용 확대와 기업의 고졸 채용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방안과 재원 조달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은 취업 과정에서 ‘채용청탁과 고용세습 근절’을 공약했다. 청년이 참여해 공정한 채용을 감시∙감독하는 기구를 당과 제21대 국회에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또 고위직 공무원의 부정 채용청탁 처벌을 강화하고 감시감독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여야 주요 3당이 내놓은 청년 불공정 해소 정책은 아이디어는 넘쳐 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데 난관이 많아 보인다. 청년들의 취업 불공정에 관한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는 데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의 미래는 나라의 미래다.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청년의 미래가 열리고 국민의 삶도 바뀐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주요과제는 상당수가 청년 문제라 할 수 있다. 취업난 청년주거 불공정타파 등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인재들이 국회로 많이 진출해야 기득권에 파묻힌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 기성 정당들은 선거 때만 되면 ‘청년이 중요하다’며 ‘청년팔이’를 한다. 청년인재를 영입하고 청년정책을 발표하는 등 호들갑을 떨지만, 인재 영입은 말로만 끝나고 정책은 선거가 끝나면 실종되는 일이 되풀이된다.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가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별 청년인재 공천 실태와 청년정책을 비교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청년이 배제된 선거] 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편집 :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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