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김태형 기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첫 국회의원 선거가 국민 심판대에 올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득표수만큼 의석수를 배분받지 못하는 소수정당을 위한 제도다. 위성정당 출현으로 선거법 개정 취지는 퇴색했고, 군소정당은 의석 확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연동형 비례 대표제 필요성을 역설했던 고 노회찬 의원은 자신의 책에서 “국회는 국민 대변자 역할을 하지만 지금 선거제도는 국민 의사가 반영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구조로 사표를 양산함으로써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결과를 낳기 쉽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정의당 정당 지지율은 7.23%였지만 실제로 차지한 의석은 300석 중 2%인 6석에 불과했다. 민의가 제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

거대 양당이 잘못된 선거제도를 개정한 것은 훌륭했다. 하지만 막상 시행에 들어가서는 제도 개정취지를 스스로 짓밟고 악용했다. 미래통합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더 확보하기 위해 아예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준엄하게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은 며칠도 못가 미래통합당을 ‘욕하면서’ 그대로 따라했다. 법정신과 국민의 존재, 일말의 체면조차 깡그리 외면한 양당의 밀어붙이기는 개정 선거법 제도의 약점을 한껏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전문위원 검토의견서에는 ‘정당 간 담합과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에 의해 불(不)비례성이 증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를 두고 당시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위성정당 창당 우려를 내비쳤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충분히 수정할 기회가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묵살했다. 결국 제도의 약점 보완에 대해선 논의 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넘어갔다.

▲ 전대미문 위성정당의 출현 속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험대에 올랐다. ⓒ KBS 화면캡처

거대 양당은 등 따시고 배부를 땐 국민을 외치지만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선 국민을 철저히 외면한다. 위성정당 쑈를 통해, 사사건건 충돌하는 양당이지만 이익 앞에선 언제라도 적대적 공생관계임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특히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하겠다는 여당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일 앞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미래통합당 탓을 하는 것도 너무 뻔뻔하다. 오직 의석수에서 미래통합당에 밀리지 않기 위해 정치개혁의 모든 도의와 명분을 내팽개친 것일 뿐이다. 위성정당 문제는 이번 총선이 끝난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다. 여야는 21대 국회 회기중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그에 앞서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선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반개혁적 위성정당 전략은 실패임을 유권자들이 확인시켜야 한다. 군소정당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고 정치개혁에 힘을 실으려면, 선거법 개정의 원래 취지를 살려 투표를 해야한다. 군소정당에 힘을 보태줘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꼼수가 통한다면 앞으로 우리 정치판에서는 더 많은 꼼수가 난무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투표다.


편집 :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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