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달빛동맹’

▲ 김태형 기자

4.15 국회의원 선거가 19일 앞으로 임박했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사는 선거보다 코로나19 사태에 쏠려 있다. 선거는 4년간 우리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코로나는 지금 당장 우리 삶을 압박하고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언론도 전염병 관련 보도를 쏟아내기 바쁘다.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들고 선거가 임박하면서 선거 관련 보도가 늘어나긴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여전히 주요 정당의 공약은커녕 신생정당의 이름조차 헷갈리는 상황에서 치러야 할 판이다.

이번 총선은 지방자치제 부활 30주년을 1년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지방자치는 지역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지역격차는 더 심해졌고 서울중심주의는 더 강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가 몰려있는 게 현실이다. 문화, 일자리, 돈, 청년,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우려하던 ‘지방 소멸’, ‘청년 유출’은 현실이 됐다. 이번 총선이 국가 균형발전에 힘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은 지방분권이다. 코로나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지방분권을 위해 함께 협력해온 대구시와 광주시의 ‘달빛동맹’이 빛을 발하고 있다. ‘달빛동맹’은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앞 글자를 따 지은 이름이다. 2009년 두 광역시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을 놓고 지방자치단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둘 중 어느 한 곳이 선정되면 의료연구개발 사업을 공동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 협약에 ‘달빛동맹’이란 명칭을 붙였다.

▲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달빛동맹' 정신이 다시 한번 빛났다. ⓒ KBS

지난 1일 광주의 행정∙의료기관과 시민단체 대표 등은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을 통해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들을 광주에서 격리치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1980년 5월, 고립되었던 광주가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은 광주와 뜻을 함께해준 수많은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말해 감동을 주었다. ‘달빛동맹’ 정신이 다시 한번 빛나는 순간이었다.

과거 두 광역시는 폭설이 내릴 때 제설 지원을 하거나 국제행사를 돕는 등 도움이 필요할 때 먼저 손을 내밀어왔다. 광주-대구 고속도로 조기 확장 개통, 친환경자동차사업 선도도시 업무협약 체결 등 공동 협력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518번 노선버스가 있는 대구시의 제안으로 광주시가 228번 버스를 신설했다.

이번 총선은 국가균형발전을 더 강화하는 공약을 내놓은 정당을 선택하고 그것을 추진할 인재를 뽑는 선거가 돼야 한다. 또 지역감정에 편승하는 정치인을 추방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대구가 코로나 사태를 하루빨리 극복하고 5월 광주에서 서로 아픔을 보듬길 바란다. 이념과 갈등의 시대를 무너뜨리고 지방분권을 토대로 균형발전과 동서화합을 이루길 고대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신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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