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오동욱 PD

희망은 사실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는 이 경구를 재차 확인했다. 예외성, 파급력에 더해 특히 사전예방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코로나 사태는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 이벤트’ 이론을 따르고 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미치는 사건’에 부합하는 사례다. 모호한 진원 논란, 우리나라에서만 8천 명이 넘는 확진자와 WHO의 팬데믹 선언, 0%대 한국 경제성장률 예측 등이 근거다. 탈레브는 ‘익숙한 것만 인정하는 한, 블랙 스완 이벤트는 반복된다’고 했다.

코로나19는 박쥐가 진원이라는 의견이 유력하다. 인간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신종 바이러스(disease X)’의 75% 이상은 인수 공통 감염병에서 시작한다. 바이러스의 진화는 야생동물에서 가축으로, 가축에서 인간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19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발생한 30여 개 감염병은 인수 터전의 교차에서 왔다. 인수 공통 감염병은 환경파괴로 증대한다.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보건복지부 지정 인수 공통 감염병 감염자는 2010년부터 4년마다 100여 명 이상씩 증가했다. 우리는 신종 바이러스 X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 중국의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유력한 원인으로 박쥐가 지목되고 있다. ⓒ pixabay

인수 터전의 교차 원인은 인간이다. 아마존을 개발하는 브라질만의 이야기일까?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임야 면적은 약 7.6억㎡ 감소했다. 도로 면적은 약 4.9억㎡ 증가했다. 축소된 임야면적으로 야생동물은 터전을 잃었고, 인간의 터전은 확장됐다. 국내의 구조∙폐기 야생동물은 2010년부터 꾸준히 늘어 작년 상반기만 약 7,000건이다. 한국의 임야 축소와 도로 건설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코로나가 한참 독기를 내뿜던 지난 2월, 국토교통부는 ‘2020 국토교통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많은 예산을 차지한 부문은 15조 원 규모의 ‘교통 및 물류’ 항목이다. 명분은 코로나에 따른 경제 위축 해소다. 이론대로라면 익숙한 이 대응의 결과는 하나, 블랙스완 이벤트다.

지구라는 터전을 공유하기 위한 ‘익숙하지 않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무리한 확장을 줄이는 대신, 더 불편해져야 한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규모 ‘터전 확장 정책’을 지양하고 신중해야 한다. 생태계 파괴에 치명적인 대형 사회기반시설 사업은 특히 그렇다. 신갈-안산 고속도로에 의한 생태계 단절이 고릿적 이야기라면, 서울-세종 고속도로에 의한 고덕 생태경관보전지역 파괴는 규모가 더 큰 요즘 사례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 기조를 재고하고 오히려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환경을 보전하는 ‘방어’ 전략이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최선의 ‘공격’ 전략임을 보여준다.

학문의 부정적 예언은 점성술의 부정적 예언과 다르다. 학문적 예언은 틀렸을 때 효용이 있다. 공포가 목적이 아니라 경고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예언의 효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제 세상을 사는 사람들, 실생활의 편익을 따지는 시민이 필요하다. 독일과 덴마크 시민은 실생활에서 화석 에너지 사용을 거부하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그러자 정부도 성장 위주에서 환경 보존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시민의 실생활 참여형 실천 운동이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시민은 매일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고 있다. 거리와 상점, 학교는 텅 비었다. 코로나 사태가 블랙스완 이벤트가 안 되게 하려면,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꾸도록 시민이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장기적이지만, 시민이 실생활 실천 운동으로 정부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할 시점이다.


편집자 : 최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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