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특혜 환수'에 '보수언론 탄압'이다.

‘종합편성채널’ 의무전송 폐지 결정

의무전송제도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의 다채널 유료방송 플랫폼에 채널을 의무적으로 편성해 송출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2009년 ‘신문사의 방송 겸영’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종편채널’이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는 경쟁력 미비를 이유로 신생 종편 채널이 시장에 안착하도록 여러 혜택을 부여했는데, 의무전송채널 지정이 대표적이다.

작년 12월, 방통위는 JTBC, MBN, 채널A, TV조선 등 종편 채널의 의무전송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방송법의 의무전송제도가 채널 구성에 포함되기 어려운 공익 채널 등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므로, 종편 의무전송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폐지안을 과기부에 통보해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1년 가깝도록 시행령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18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최종 의결 절차만 남겨둔 과기부는 별다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 법 개정 절차는 입법예고 이후 60~80일이 지난 뒤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료방송채널 정책을 관할하고 있는 과기부가 방통위 의견을 통보받고도 관련 시행령 개정을 늦추고 있다.

▲ 의무전송제도는 상업성이 떨어져 채널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공익 채널을 배려하기 위한 제도이다. ⓒ 이정헌

방송법 개정 초기부터 특혜 논란 휩싸인 종편 채널

2011년 개국한 종편은 방송법 개정 초기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방송 시장에서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독점 구도를 깨고, 시청자 선택의 다양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안은 정부가 보수 언론의 방송 진출 토대를 닦아 보수정치 기반을 다지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문∙방송 겸영 규제는 ‘언론 자유’와 ‘여론 형성의 다원성’을 위해 신문∙방송∙통신의 상호 경영을 제한하는 원칙이다.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은 종편을 ‘아기’에 빗대며 “걸음마 할 때까지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종편이 위성방송, IPTV 등의 유료방송에 의무전송되도록 법제를 손보고, 유료방송에서 앞 번호 채널을 의무 배정받는 혜택도 제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종편은 유료방송사업자에 자사 콘텐츠를 제공하고, ‘재송신료’로 2016년까지 1,789억 원을 벌어들였다. 종편이 의무전송제도로 시청자를 수월하게 확보하고, 재송신료까지 받자 이중 특혜 비판이 일었다.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KBS1과 EBS 등 지상파와 종편 간 규제가 불균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 현재 의무전송제도에 해당하는 채널 수는 종편채널을 포함해 18개다. ⓒ 이정헌

종편 의무전송 폐지가 언론 탄압이라고?

방통위는 종편 4개 채널이 시청률과 광고 매출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종편 지원보다 지상파와의 ‘비대칭규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방통위 김동철 방송정책국장은 "지상파와 종편 간 규제 체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도 폐지 취지를 설명했다. 이창희 과기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은 "방송 사업자들이 자의적으로 방송 채널에 불이익을 줄 경우 사후 평가를 통해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와 과기부가 ‘종편PP 의무송출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의무전송제도를 검토한 결과도 종편채널 의무전송 제도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종편이 보도 기능을 가지고 나름대로 역할을 수행해서 언론과 방송산업 발전, 시청자 만족도 제고 등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종편의 의무전송 지정을 유지해야 종편채널 사업자가 계약 관계상 ‘갑’인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채널 다양성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송생태계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진욱 한국IT법학연구소장은 “성급하게 제도를 통해 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발상은 채널 다양성을 훼손해 회복할 수 없는 정책 실패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적인 결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2월, 종편의 의무전송 지정을 유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정부가 충분한 논의와 근거도 없이 정치 논리만으로 의무송출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종편을 억압하고 길들이려는 꼼수 개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4월, 관련 토론회를 열어 종편 의무전송 폐지를 정권의 '방송장악'으로 규정하고 반발에 나섰다. 같은 날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종편 의무전송 폐지는 헌법에 규정한 ‘표현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실제 사업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JTBC는 신생 사업자 지원이라는 제정 당시 취지를 달성해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면, 의무전송 폐지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TV조선·채널A·MBN은 반대했다.

▲ JTBC는 종편에 적용된 의무전송제도를 폐지하는 데 동의했지만, TV조선·채널A·MBN은 반대했다. ⓒ 이정헌

종편채널 의무전송제도 적용은 특혜다

미디어법 개정 당시 종편에 관해 여야 정치권은 상반된 전망을 했다. 진보 정치권은 보수세력과 재벌 그리고 보수언론이 보도방송을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수세력은 채널 선택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방송시장 파이 나눠 먹기’로 지상파의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소비자의 채널 선택 폭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선정적 보도 등으로 방송의 질이 낮아졌다는 비판도 많다. 한편 최순실-박근혜 국정 농단을 거치며 승승장구한 JTBC를 제외하면, MBN, 채널A, TV조선은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조건부 재승인’을 받으며 위태로운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의무전송제도 폐지는 ‘정쟁’의 대상이 되었다. 미디어법 개정 당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보수언론을 지원해 보수세력의 기반을 닦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듯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보수언론을 통제해 상대 세력의 기반을 해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자유한국당은 ‘KBS 헌법 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 징수 특위’를 발족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주장하는 한편, 의무전송 폐지에는 반대하고 있다.

종편이 받은 의무전송제도와 유료방송 앞 번호대 채널 배치는 ‘특혜’다. 2011년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종편을 ‘아기’에 비유하며 지원 의사를 밝힌 것부터 그렇다. 매년 관행적으로 승인 기간을 연장하면서도, 승인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유료방송사업자는 의무전송 때문에 채널 구성권을 침해당했고, 원치 않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의무 편성 채널이 유료방송사업자의 매출 10% 이상을 제한한다는 주장도 있다.

종편이 누리고 있는 특혜는 환수돼야 한다. 종편은 공익방송이 아니므로 상업적 논리에 밀려난 공익적 방송을 지원하려는 의무전송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또한 이미 시청률, 광고 매출 등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으므로 의무전송이 폐지되더라도 송출이 중단되거나, 채널이 뒷 번호대로 밀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의무전송제도 폐지는 특혜를 환수해 시장 원리를 회복하는 것이지, 종편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편집 : 박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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