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제19회 마산국화축제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이은상 시, 김동진 곡으로 유명한 ‘가고파’의 고장 마산의 어시장에서 국화축제가 열렸다. ‘어시장에서 국화축제라니?’ 다른 지역에 사는 이들에겐 생경하게 들리겠지만 마산은 국내 최초로 국화를 상업재배한 곳이다. 축제의 연륜도 19살이 됐다.

1961년 마산 회원동 일대에서 여섯 농가가 시작한 국화 상업재배가 번창해 1972년부터 일본에 수출까지 하게 된다. 지금도 마산은 전국 국화 재배면적의 13%를 차지하고 연간 40만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다. 국화재배가 마산을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국화 재배에 알맞은 토질과 남부지방의 온화한 기후가 좋은 품질의 국화를 피워내는 데 한몫한다.

꽃이 있는 곳엔 사랑하는 이가 있다

꽃을 보면 왜 사랑하는 이를 떠올릴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애인의 품에 꽃을 안기며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을 많이 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꽃에 코를 대고 숨을 들이마시면 그 향기에 취해 사랑에 빠진 듯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향긋한 꽃 내음이 사랑의 감정을 배가할 거라 믿어서인지 축제장에는 손을 맞잡은 연인들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 부부도 질세라, 비록 손을 잡지는 않지만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셀카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 마산 앞바다와 국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부부와 캐리커처를 남기는 커플도 눈에 띄었다. ⓒ 권영지

아이들도 국화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모처럼 나온 가을 나들이가 즐거운 모양이다. 아버지와 어린 남매가 똑 닮은 선글라스를 끼고 ‘라니’라는 이름이 붙은 공룡 형상 조경작품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 전시된 국화의 모양만큼이나 사람들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 국화축제를 방문한 어린이들이 들뜬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권영지

“앉아서 쉴 공간이 부족해요” 

올해 축제는 성공적일까? 축제 첫날 반응은 뜨겁다. 포토존마다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선 이들이 많다. 방문객들은 대개 볼거리가 다채로워 좋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앉아서 쉴 공간이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마산을 찾은 이경용(81·부산진구) 씨는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편의시설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 컨테이너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방문객들 표정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 권영지

“네덜란드 튤립 축제를 가도 그게 그거예요. 이 정도면 세계에 내놔도 훌륭한 거야. 이 정도면 뭐라 그러노, 부끄럽지 않을 행사라고 할 수 있지. 근데 굳이 흠을 잡자면 여기를 한 바퀴 돌아서 보려고 하면 한 시간 가지고 되겠어요? 한 시간 내내 걸어 다닐 장사가 어딨겠어요? 넓으면 돌아다니다 좀 쉬라고 벤치나 그늘도 만들어 놓고 하면 좋은데 그런 게 없으니까 아쉽지. 예를 들면 여기 매장(부스)도 많은데 거기서 음식 사가지고 앉아서 먹고 즐길 수 있는 쉼터가 있으면 좋겠어요.”

행사장 한 켠에 있는 컨테이너 그늘에서 방문객들이 쭈그려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행사장 내부 ‘쉼터’라고 적힌 부스는 한 곳밖에 없다. 그것도 쉼터가 아니라 축제 만족도를 조사하는 설문지 작성 부스다. 해당 부스 담당자 황기훈(26) 씨는 “보통은 축제에 만족하신다고 하고 몇몇 분들은 ‘별로’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작년보다 훨씬 낫다고 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쉼터나 앉을 공간이 더 만들어진다면 보다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화축제에 회 맛을 즐기는 덤까지

▲ 마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꾸며진 국화축제 행사장. ⓒ 권영지

지역축제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연다. 축제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지역에서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창원지역 상인들의 축제 참여도도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마산수산시장상인회에서는 ‘장어잡기 체험’에 참여해 국화로 된 수조에서 맨손으로 장어를 잡으면 장어거리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준다. 방문객의 축제 참여도와 지역상권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올해 열린 국화축제는 행사 기간을 15일에서 16일로 늘이면서 주말이 세 번이나 끼어 있다. 축제는 11월 10일까지 계속된다. 몇 시간 짬을 내 국화 향기 감도는 마산항에서 생생한 가을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행사장의 특색을 살려 밤이면 해상 유등도 불을 밝힌다. 낮에는 국화 향기에 취하고 밤이 되면 바다를 배경으로 회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마산 국화축제의 덤이다.


편집 : 유연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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