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후쿠시마 농수산물 공급 등 반대’ 국제캠페인 출범

“2020년 올림픽을 일본에서 하는 것 자체가 방사능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도쿄올림픽에 참여하는 전 세계 선수들과 올림픽을 보러 가는 전 세계 관광객들을 방사능 피폭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캠페인을 열게 됐습니다.”

10일 오전 10시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2020 도쿄올림픽 후쿠시마 농수산물, 경기, 성화봉송 반대 국제캠페인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탈핵법률가모임해바라기, 탈핵시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7개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김영희(54) 탈핵법률가모임해바라기 공동대표는 캠페인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참가단체들은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 인근 농수산물을 공급하지 말라’ ‘후쿠시마현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하지 말라’ ‘올림픽 성화봉송을 후쿠시마현에서 하지 말라’ 등 3개항을 요구했다.

후쿠시마 방사능 위험 감추고 올림픽 강행하는 아베 정부

▲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공급하지 말 것’ 등 각국 선수와 관광객 보호대책을 요구하는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해바라기 공동대표. ⓒ 윤종훈

김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직 진행 중이고, 방사능 위험은 여전한데도 일본 정부는 마치 다 수습이 된 것처럼 홍보하면서 올림픽이라고 하는 신성한 세계 시민들의 축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쓰나미(지진해일)로 인해 후쿠시마현에 있던 원자력 발전소의 전원이 차단돼 노심용융(멜트다운)과 방사성물질 누출, 수소폭발 등이 일어난 사고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원전 내부에 접근을 하지 못하는 등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지 못했고, 매일 170톤(t)가량의 방사능 오염수가 배출되는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파악하고 있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2013년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오염수에 의한 영향은 후쿠시마 원전 항만 내 0.3제곱킬로미터(㎢) 범위 내에 완전히 차단돼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또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일본 식품의 방사능 감시가 적절히 행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2020올림픽을 앞두고 ‘먹어서 응원하자’며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후쿠시마 원전수를 인근 바다에 방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불과 20km거리에 있는 제이(J)빌리지를 올림픽 성화 봉송 출발점으로 선택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 따르면 J빌리지는 1만베크렐(Bq/kg) 이상의 세슘이 토양에서 발견됐을 정도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이들 단체는 “방사능 오염이 심해 현재 사람이 살 수 없는 ‘귀환곤란지역’도 올림픽 성화 봉송로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또 도쿄올림픽 남자 야구와 여자 소프트볼 경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지에서 67킬로미터(km) 떨어진 아즈마 구장에서 열리는데, 이는 서울 북한산에서 경기도 오산시청 정도 거리에 해당한다. 

원전사고지역 농산물과 온천수 선수촌에 공급 예정

▲ 안재훈 탈핵시민행동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과 온천물을 선수촌에 공급하려는 계획은 ‘올림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 윤종훈

안재훈(41) 탈핵시민행동 사무국장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선수촌에 공급하는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여러 조사를 통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서 세슘이 꾸준하게 검출되는 등 높은 수준의 방사능 오염 사실이 일본 내 자료에도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국장은 “후쿠시마산 온천물을 선수촌에 공급하려는 계획이나 성화봉송과 경기를 후쿠시마 현지에서 하는 것 자체가 올림픽 취지에 부합하는 행동인지 일본 정부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사고 은폐전략은 올림픽헌장 제2조(IOC의 역할과 사명) 제10항(스포츠와 선수의 정치적·상업적 남용 반대)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안 국장은 “일본에 (원전수에) 오염되지 않은 지역이 있고, 덜 오염된 농수산물을 공급할 방법이 있는데도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원전사고를 극복했다고 홍보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히려 일본 정부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투명하게 알림으로써 세계인이 원전사고와 관련한 교훈을 얻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자회견에 나온 탈핵단체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안재훈 탈핵시민행동 사무국장, 한상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해바라기 공동대표, 배영근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 ⓒ 윤종훈

한편 김영희 대표는 이 캠페인에 더 많은 세계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서명 사이트를 개설할 계획이며, 각국 시민단체와 함께 도쿄올림픽의 방사능 위험을 다루는 세미나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국내 7개 단체 외에 핵전방지를 위한 국제의사기구 독일 지부(IPPNW Germany), 대만환경보호연맹(TEPU) 등 4개국 7개 시민단체도 함께 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후쿠시마 농수산물, 경기, 성화봉송 반대
국제캠페인 출범 기자회견

2020년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정부는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제공할 방침이고,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 일부를 후쿠시마시에 있는 아즈마 스타디움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지역에서 성화 봉송을 하며 ‘후쿠시마 부흥’을 알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후쿠시마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에서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이 꾸준히 검출되고 있고, 많은 일본 시민들조차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부터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동일본의 넓은 범위에서 토양이 고농도로 방사능에 오염된 곳이 각지에 존재한다. 올림픽 성화 봉송 출발점인 J빌리지는 후쿠시마원전에서 불과 20km 거리에 있고, 1만 Bq/kg 이상의 세슘이 토양에서 발견되었을 정도로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또한 방사능 오염이 심해 현재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귀환곤란구역’도 올림픽 성화 봉송로에 포함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수천명의 선수들과 관광객들을 방사능 피폭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후쿠시마 원전사고 방사능 피해를 축소 또는 은폐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하여, 다음 사항을 IOC와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을 출범한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사고 은폐전략은 올림픽헌장 제2조(IOC의 역할과 사명) 제10항(10. 스포츠와 선수의 정치적, 상업적 남용을 반대한다)에 위반되는 것이다.

[요구사항]

1.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 인근 농수산물을 공급하지 말라.
2. 후쿠시마현에서 야구경기와 소프트볼 경기를 하지 말라.
3. 올림픽 성화 봉송을 후쿠시마현에서 하지 말라.

[참여단체]

〇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〇 탈핵시민행동
〇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〇 탈핵에너지교수모임
〇 반핵의사회
〇 민주주의법학연구회
〇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〇 핵전방지를 위한 국제의사기구 독일 지부(IPPNW Germany)
〇 독일 BUND-Naturschutz(바이에른 주 BUND)
〇 대만환경보호연맹(Taiwan Environmental Protection Union : TEPU)
〇 대만 녹색소비자기금(Green Consumers’ Foundation)
〇 대만 엄마핵폐기장감독연맹(台灣媽媽監督核電廠聯盟協會)

〇 필리핀 Nuclear-Free Bataan Movement(NFBM)
〇 터키 Nükleersiz

2019.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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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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