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제주여성영화제 20주년 집담회

“제주여성영화제는 제주 영화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영화를 통해 문화다양성을 확보하고 소수자 입장에서 인권 지평을 확장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제주여성영화제 20주년을 맞아 28일 제주 메가박스에서 열린 집담회에서 김정숙 홍보대사는 제주여성영화제 의의를 이렇게 강조했다. 윤홍경숙 제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발제를 맡고, 강유가람 감독,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정숙 제주여성영화제 홍보대사, 이민경 제주여성영화제 기획팀, 고미 <제민일보> 기자가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회는 ‘제주여성영화제 20년 평가 및 발전방향 논의’가 주제였다.

▲ 제20회 제주여성영화제 포스터 배너가 메가박스 제주점 앞에 세워져 있다. © 정소희

영화가 여성문제 '해결사'

윤 집행위원장은 제주여성영화제의 목적이 여성주의 문화를 확산하고 성평등 이야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제 주제와 슬로건을 정할 때, 지역영화제 특성상 제주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고려하되 한국사회 여성 이슈를 담는다.

▲ 제주여성영화제 20주년 기념 집담회 발제자로 나선 윤홍경숙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 정소희

제주여성영화제는 2017년부터 단편영화 경선으로 ‘요망진(제주어로 똑똑하다, 야무지다는 뜻) 당선작’을 선정한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비경쟁으로 진행했지만, 경선으로 바뀌며 예/본선심사위원을 구분하고 관객심사단이 심사에 참여해 상금을 수여한다. 여성주의 영화제작을 장려하고 여성영화인을 발굴하자는 목표다. 제18회 제주여성영화제 ‘요망진 작품상’ 수상자이기도 한 강유가람 감독은 “여성들의 이야기는 기록하지 않으면 흘러가 버리는 것 같은데, 요망진 작품상 수상이 큰 격려가 됐다”며 앞으로도 영화제가 많은 여성 창작자에게 기회를 줄 것을 당부했다.

광주여성영화제 김채희 집행위원장은 “지역 영화감독들을 만나며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작업하는 감독들에게 영화제가 도움이 될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광주여성영화제는 영화제 기간에 관람객이 원하는 만큼 관람료를 지불하는 ‘좋은만큼 후불제’ 수익금으로 여성감독 영화제작을 지원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관객들이 지역에서 영화만드는 것에 호기심과 관심이 많았고, 광주에서 만들었다고 하니 좋아해주시고 칭찬을 많이 들었다”며 지역 창작자를 위한 지역영화제의 역할을 강조했다. 

<제민일보> 고미 기자는 여성영화제가 시대가 변해도 해결되지 않는 여성문제를 사람들이 계속 얘기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여성영화를 보고, 여성영화제를 치르고 난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한 얘기를 나눌 기회를 마련한다면 다음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다른 세대와 만날까

제주여성영화제 기획팀 이민경 씨는 이번 영화제에서 고3 여성 청소년을 만난 일이 무척 설렜다고 밝혔다. 실무자로서 영화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여성주의에 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은 보람이자 장점이다. 강유가람 감독 역시 이번 영화제에 출품한 <우리는 매일매일>을 촬영하며 다른 세대 여성과 만나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매일매일>은 1990년대 대학가 페미니즘 운동을 주도한 40대 페미니스트들의 현재 모습을 비추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어떻게 다른 세대랑 만날 수 있을까. 저의 윗 세대든, 아랫 세대든요. 제주여성영화제가 앞으로 스무 살 이후를 생각할 때 10대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에 관해 영화제가 힘 쏟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제주여성영화제가 세대가 다른 제주여성의 연대뿐 아니라 지역간 연대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발제를 맡은 제주여성영화제 윤 집행위원장은 “총17개 지역여성영화제 조직국의 네트워크가 있는데 현재까지는 느슨하게 고민을 나누는 정도였다면, 앞으로는 서로의 역량 강화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집담회에 참여한 지역영화제 관계자들은 공통으로 ‘독립영화, 예술영화 전용관에 목마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영화제를 안정적으로 개최할 곳이 없다는 얘기다. 광주여성영화제 김 집행위원장은 “영화진흥위원회는 지역에 독립영화관을 하나씩 만들려고 하는데, 광주는 시에서 공간을 내주지 않아 계속 없었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영화를 볼 때 납부하는 영화발전기금은 각 지역에 골고루 쓰여야 한다. 지역 영화인이 도와 시에 지속적으로 독립영화관 설립을 요구하면서 2018년 광주에 독립영화전용관 GIFT(Gwangju Independent Flim Theater)가 개관됐다. 제주에는 독립영화’도’ 상영해주는 공간이 있지만, 독립영화전용극장은 없다. 윤 집행위원장 역시 “여성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이 지속가능하려면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토론 참가자들은 20년 동안 이어진 제주여성영화제의 성과와 과제에 관한 의견을 활발하게 나누었다. © 정소희

제20회 제주여성영화제는 9월 24일부터 9월 29일까지 메가박스 제주점에서 열린다.


편집 : 김지연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