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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의 무게는 얼마일까?
[상상사전] '마음'
2019년 09월 03일 (화) 20:30:27 김유경 기자 nanchohyanggi@gmail.com
   
▲ 김유경 기자

“진심으로 널 사랑해!” 이런 말에 감흥이 일지 않는 이도 많을 것이다. 일단 ‘진심’이란 말 자체가 모순형용이다. ‘진’(眞)은 ‘참되다’는 뜻으로 고정불변의, 보편적인 이치 등의 말과 어울린다. 그런데 ‘심’(心)은 형체도 없고 시시각각 변하는 속성이 있는데, ‘진’이 ‘심’을 수식하는 단어가 성립할 수 있나?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거다.

마음은 구름 같아서 희뿌연 수증기가 뭉치를 이루다가도 이내 흩어져 사라지듯, 존재하긴 하나 잡히지 않고 금세 변한다. 요새 꽤 마음을 끄는 사람과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내게 눈인사도 하지 않고 스윽 지나갔다고 치자. 날 무시하나? 예의도 없네. 내가 뭐 실수한 거 있나? 난 저 사람을 좋게 봤는데, 그는 내 맘 같지 않구나. 못 봤거나 때를 놓쳐 지나쳤을 수도 있는데, 작은 반응, 아니 무반응에도 마음을 이루는 기체 분자들이 퍼져 나가다 착 가라앉는다.

적어도 순간의 ‘진심’만이라도 존재한다면, 그것은 돈으로 증명된다. 고2 때 담임 선생님은 그랬다. 자신이 상대에게 얼마만큼 돈을 쓰는지, 딱 그 정도가 사랑하는 만큼이라고. 돈을 써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결혼했다고. 웃자고 던진 말씀이라 생각했는데, 맞는 것도 같다. 오해하진 마시라. 이재용 정도는 돼야 최고의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남편은 시계를 팔아 부인에게 머리빗을 선물하고, 부인은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에게 시곗줄을 선물한다. 주고받은 선물은 무용해졌으나,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즉 서로가 가용범위에서 최대한 비용을 지불한 것임을 알기에, 진심을 확인할 수 있다.

   
▲ 감당하는 무게감이 말의 진정성을 담보한다. 지금 얼마만큼의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 ⓒ pixabay

마음의 순도를 알아보려면 ‘얼마만큼 비용을 치렀는지’를 보는 편이 더 확실하다. 돈뿐 아니라 시간, 땀, 고통, 짊어져야 할 위험까지 비용에 포함된다. 가령 친구가 오는 길에 콩나물 파는 할머니가 시장바닥에 앉아 있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콩나물 1000원어치라도 사 왔는지 물으면 친구는 고개를 젓는다. 착하고 정의로운 말을 할 때 얼마나 그에 상응하는 행동이 따랐는지, 비용 부담을 감수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 친구는 사실 내 모습이다.

감당하는 무게감이 말의 진정성을 담보한다. 곳곳에 안전한 비판들이 넘쳐난다. 도발적이고 불온한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를 변혁하는 주장은 당장은 불편하며 저항을 부른다. 그래서 말하는 이가 손해나 위험을 감수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통념을 벗어나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의미 있는 논쟁거리를 던지는 사람은 드물다. 도달하기 힘든 근본주의를 외치거나 나쁜 악마를 준엄하게 꾸짖는 사람은 많다. 그런 주장들은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지언정 현실에서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목소리는 클지 모르나 울림은 적다. ‘센 놈’을 건드리기엔 감당해야 할 비용이 크기에, 만만한 대상을 비판하며 정의감과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고 인기를 얻고자 한다. 자기고백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황진우 기자

[김유경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기획탐사팀 김유경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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