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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도 축구도 함께 하는 ‘아빠 방모임’
[단비인터뷰] 공동육아협동조합 ‘해와달어린이집’ 박주훈 시설이사
2019년 09월 01일 (일) 22:17:40 최유진 기자 gksmf2333@gmail.com

“아빠들은 기본적으로 시설소위에 속하는데 재작년까지 매일 터전(어린이집)을 청소했어요. 일이 생겨 ‘방모임’에 연락하면 아빠들이 퇴근하고 쉬다가도 오죠.”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해와달어린이집에서 시설이사를 맡고 있는 박주훈(44·회사원)씨는 ‘육아하는 아빠’다. 아직까지 ‘아이 키우기는 엄마 몫’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한 우리 사회지만, 공동육아를 하는 박 이사와 ‘방모임’ 아빠들에겐 ‘천만의 말씀’이다. 학부모들 사이에 ‘호랭이’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박 이사를 지난 6월 2일 서울 상도동 해와달어린이집에서 만나고 지난달 20일 전화 등으로 추가 인터뷰해 ‘아빠 육아의 세계’를 들어봤다.

결혼 8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얻은 딸

   
▲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해와달어린이집에서 박주훈 시설이사가 공동육아의 즐거움과 고단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최유진

결혼 8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소연(6)양을 얻은 박 이사는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어떻게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낼까’ 하는 궁리를 했다고 한다. 택시기사였던 아버지와 함께 한 추억이 많지 않았기에, 더욱 아이와 같이 지내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싶었다. 2017년부터 공동육아를 하는 이 어린이집에 딸을 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소연이가 적어도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아빠와 추억을 많이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육아 환경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져서 다른 아빠들도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공동육아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에 소속된 해와달어린이집엔 현재 만 4~7세 어린이 38명이 다니고 있다. 아이들 교육은 원장을 포함한 8명의 교사들이 맡지만 어린이집을 꾸려가는 것은 운영, 재정, 홍보, 시설 등 6개 소위원회로 나뉘어 활동하는 학부모들이다. 박 이사가 이끌고 있는 시설소위는 어린이집의 각종 시설을 관리하고 보수하는 일을 맡는다. ‘아마’라고 줄여 부르는 아빠와 엄마들이 직접 놀이터 흙도 갈고 주방 보수공사도 한다.

   
▲ 지난 2017년 9월 해와달어린이집 시설소위에서 활동하는 아빠들이 아이들이 뛰노는 마당에서 오래된 흙을 새 흙으로 갈아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 박주훈

직장인 등 학부모 형편에 맞게 역할 분담

이곳에서는 각종 소모임을 ‘방모임’으로 부르는데, ‘4세 방모임’ ‘아빠 방모임’ 등 다양한 기준으로 구성돼 있다. 박 이사가 맡고 있는 시설소위의 경우 아빠들이 시간을 내서 직접 참여해야 하는 작업이 많은데, 직장 사정 등에 따라 똑같이 기여하기 힘든 구성원도 있다. 박 이사는 “내가 이만큼 일했으면 남도 똑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은 있는 것 같다”며 “공동체가 지속되려면 ‘저 사람은 이만큼만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인정해주려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면 면접을 치러야 한다. 교사들과 조합원인 학부모들이 면접관이다. 교사들은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살피고, 학부모들은 새 조합원이 공동육아에 맞는 사람들인지 평가한다.

“공동육아가 아이에게 좋다는 데 공감해도 ‘부모가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라는 걸 알면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돈만 내고 아이를 보내면 끝나는 육아가 아니기 때문이죠.”

지난해 신입조합원 모집 경쟁률은 2대 1이었다고 한다. 조합원 자격을 얻으면 최초 1회 출자금과 특별조합비를 내고 아이가 등원하기 시작하면 매달 보육료와 조합비를 납부한다. 최근 조정한 금액 기준으로 출자금은 600만원인데, 아이가 졸업할 때 이 중 100만원은 기부하고 나머지는 돌려받는다. 조합원은 연 2회 총회 참석과 소위원회 활동, 각종 방모임 활동, 1일 교사 등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영양교사와 함께 직접 식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도 한다.

야근 피하려 새벽 5시 출근해 미리 일하기도

   
▲ 해와달어린이집 학부모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주방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모습. 팀을 구성해서 설계안 작성, 공사, 정리 등을 5개월 동안 진행했다. ⓒ 박주훈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박 이사는 야근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종종 새벽근무를 한다. 그는 “바쁠 땐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한다”며 “다행히 사업주가 늦게까지 일을 강요하지 않고 자기 업무만 소화하면 되게끔 이해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아이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 밤늦게까지 TV보고 인터넷 하던 것을 다 끊었고, 밤 10시에 취침해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해 아이가 잠자리에 드는 밤 9시까지 놀아주는 일상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직접 시간을 내서 어린이집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외에 공동육아는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비용도 더 든다. 정부 지원금 외에 부모가 직접 내는 돈이 민간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월 약 20만원 정도인데, 해와달의 경우 약 40만원으로 두 배 가량 된다. 우리나라 법정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만3세 기준 1대 15, 만4세 이상은 1대 20인데, 해와달은 4세 기준 1대 5, 5세 이상은 1대 10~1대 12 정도라 급여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육아에 대해 ‘귀족육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박 이사는 공동육아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외에 학원을 보내지 않기 때문에 전체 교육비 지출은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해와달은 언어, 셈 등 초등학교 과정을 미리 배우지 않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서 정규 교과과정에 맞춰 성장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 키우면서 부모도 함께 성장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일부 어린이집과 아이돌보미 등의 아동학대 사건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악몽’이다. 그래서 정부가 어린이시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와달에는 CCTV가 없다. 모든 조합원이 합의해서 결정했다. 늘 학부모가 드나드는 개방공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끼리 다퉈 중재가 필요할 때만 체벌한다’ 등 교사들이 원칙을 갖고 가르치는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 이사는 공동육아로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다는 것 외에 부모들도 친구가 되는 소득이 있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를 하면 언제든 아이와 놀 친구들이 있다는 게 좋아요. 부모도 마찬가지예요. 비슷한 고민을 하니까 서로 친해지고 아빠끼리, 엄마끼리 방모임에서 같이 해결해요. 아빠들끼리는 한 달에 한 번 축구도 해요. 원래 축구를 좋아하진 않았는데 같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좋아요. 공동체니까 가능한 거죠.”

   
▲ 박주훈 이사는 해와달어린이집 활동과 공동육아 관련 정보를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다. 해와달의 아빠 조합원들이 새벽에 모여 축구한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게시물. ⓒ 박주훈

물론 아이들을 중심으로 만난 학부모들의 관계가 항상 원만하지는 않다. 의견이 엇갈려 갈등이 생길 때도 있다. 박 이사는 이런 경우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청소를 계속 아마들이 할 것인가, 청소용역을 맡길 것인가를 놓고 지난 5월 전체 방모임에서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토론한 일이 있다. 결국 청소를 용역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런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공동육아를 위해 ‘소통의 장’은 필수라고 박 이사는 강조했다.

“조합원끼리 다투면 저는 아이만 생각하자고 해요. 아이만 생각하면 싸울 일이 없어요. 자라는 게 아이 뿐만이 아니에요. 엄마아빠까지 같이 커가는 거죠. 그게 좋은 것 같아요.”


편집 : 윤종훈 기자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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