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기독교 루머와 팩트’ 관리자 박종찬

“팩트(사실)라도 기분 나쁘게 말하면 안 듣습니다. 팩트를 전달할 때 상대방을 최대한 인내하고 배려해야 합니다...본인과 다른 관점을 가졌다고 해서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가짜뉴스, 즉 ‘어떤 의도를 갖고 기사처럼 만든 허위 정보’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퍼지고 있는 경로 중 하나로 기독교 교회들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겨레>가 ‘에스더기도운동’에 대한 고발기사를 쓴 데 이어 문화방송(MBC) 등 여러 매체가 비슷한 현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 대한 자성으로, 기독교인 스스로 가짜뉴스를 가려내자고 뭉친 페이스북 그룹이 ‘기독교 루머와 팩트(기루팩)’다. 이 그룹을 2014년 시작하고,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는 박종찬(33) 평화나무 기자를 지난 4월 27일 경기도 부천의 한 교회에서 만나고 지난 16일 문자 등으로 추가 인터뷰했다.

교인의 스마트폰을 공략하는 허위 정보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뒤 학원복음화협의회,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간사 등을 거쳐 기독교계열 사단법인 평화나무에서 기자로 일하는 그는 기루팩의 활동 방식이 ‘인내와 배려의 토대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실을 전하는 태도’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정적에 대한 분노를 유발하거나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가짜뉴스가 이용되고 있다”며 “기루팩은 가짜뉴스를 타파하고 사람들이 평안과 확신의 길로 가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 경기도 부천의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에서 카메라 촬영에 응한 박종찬 기자.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과정에서 의견이 다른 상대를 인내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현균

박 기자에 따르면 기독교인 사이에서 가짜뉴스가 퍼지는 경로는 온라인 카페나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메신저, 그리고 목회자의 강론 등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들이 모여 있는 카톡방(카카오톡 메신저 그룹)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북한 노동당 마크에서 디자인을 따온 것이라는 가짜뉴스가 지금도 퍼지고 있다. 기루팩이 2014년 10월 출범한 것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공격하는 가짜뉴스가 교회 내에 너무 심각하게 퍼지고 있어서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아픈 자들을 도와야 하는데 피해자들을, 혹은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을 적대세력으로 악마화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노란리본을 ‘북한 노동당 디자인’으로 호도

박 기자는 세월호 관련 루머(소문)에 대해 한국방송(KBS), <뉴스타파> 등 여러 기성매체들의 자료를 활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반박했지만 그 결과는 개인적인 모독과 공격이었다. 그래서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뜻을 모아 페이스북에 가짜뉴스 검증 그룹을 만들었다. 그는 이후 기루팩의 다른 이용자들과 ‘세월호 특별법으로 유가족이 온갖 특혜를 받는다’ ‘세월호 사건을 전교조가 모의했다’는 등의 가짜뉴스를 꾸준히 검증했다.

▲ 세월호 참사 당시 한 대학동아리가 제안한 노란리본 달기 캠페인.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가진 노란리본에 대해 당시 일부 기독교 교인들 사이에서는 ‘저승으로 가는 나비를 상징한다’ 등의 허위 정보가 돌았다. Ⓒ ALT 블로그

기루팩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지난 15일 기준 5천여명으로, 언론사 기자 등 소수의 전문직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인이다. 이들은 기성언론에서 내놓은 팩트체크(사실확인) 기사 등을 활용해 교계에 나도는 루머의 진실을 올리는데, ‘집단지성(다수 개체의 협력으로 얻은 집단적 능력)’의 결과로 꽤 높은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변상욱 와이티엔(YTN) 앵커는 지난 2월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 시민들이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매체의 하나로 기루팩을 추천했다.

권위 악용하는 목회자를 응징하는 ‘진실’

기루팩은 교계에서 떠도는 시사이슈 관련 정보나 교회 관련 정보를 검증하는데 집중한다. 이용자들은 SNS에서 떠도는 수상한 뉴스와 목회자의 설교 내용, 교회 안팎의 사건사고 등을 올리며 검증을 요청한다. 특히 목회자들이 강론 중에 한 발언을 올리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일도 많다. 교회 안에서 절대적 권위를 인정받는 목회자들이 엉터리 발언을 했다가 ‘근거 있는 반박’에 망신당하는 일도 있다.

박 기자는 목회자의 강론을 통해, 혹은 교인 카톡방 등을 통해 퍼지는 가짜뉴스 중에는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북한에 전달한 물자가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국내 동물보호법에 어긋나는 이슬람식 도축을 하는 할랄 도축장이 한국에 세워질 예정이다’ 등이 대표적 사례다.

▲ 지난달 28일 ‘기독교 루머와 팩트’ 페이스북에 올라온 독도 관련 가짜뉴스 검증 게시물. ‘김대중·박지원이 400조원에 독도를 팔아먹었다’는 내용의 유튜브 방송이 개인 메신저를 통해 퍼지고 있다는 고발이다. ⓒ ‘기독교 루머와 팩트’ 페이스북 갈무리

그는 조금만 검색해보면 이런 얘기가 허위 정보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휘둘리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북한, 이슬람 등에 대해 일반인은 잘 모르기 때문에 목회자나 의도를 가진 세력이 미지에 대한 근본적 두려움을 자극하면 평범한 교인들은 넘어가기 쉽다는 설명이다

“기성언론, 의도를 갖고 굽은 눈으로 보는 것 아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 중 ‘가짜뉴스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이 83.7%, ‘진짜 뉴스를 볼 때도 가짜인지를 의심하는 사람’이 76%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기자는 이렇게 가짜뉴스의 부작용이 심각한 사회에서 기성언론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떠한 의도나 특정한 편에 서는 자세가 자료를 보는 시각을 굽게 하지는 않는지, 누군가를 해치지는 않는지, 자신을 끊임없이 점검하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제 자신에게도 하는 말입니다.”


편집 : 양안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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