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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마들렌
[몸 한끼, 맘 한끼] ⑧ 나의 음식 일대기 그리기 수업 인트로
2019년 07월 14일 (일) 22:12:49 이현지 thinkout32@gmail.com

'존재함'을 먹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어느 토요일 오후. 자글자글 떠드는 튀김 소리, 고소한 습기가 뛰노는 공기, 그리고 부엌에 서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기억해요. 설레는 맘을 안고 식탁에 앉아 있으면, 바사삭 돈가스와 마요네즈를 버무린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동그란 밥이 나왔습니다. 자글자글 묵직한 기름 냄새를 맡으면, 열두 살 그 시절 분주한 부엌, 엄마의 애정, 한입 바삭 베어먹는 설렘이 떠올라요. 돈가스를 먹는 날은 돈가스만 먹은 게 아니었죠. 그 순간의 느낌, 감정을 함께 먹었던 거예요.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말이에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어느 날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한입 베어먹자 그 향과 맛에 빠져들며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회상하는 장면이요. 특정 음식에 의해 회오리로 휘말리듯 그 순간으로 가 닿는 경험은 음식이 단순히 영양성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먹는 행위는 공감각적 경험이고, 그 경험은 그 순간의 느낌과 감정이며, ‘존재함’ 자체인 거죠.

그래서 기억에 남는 음식은 대부분 누군가 함께 먹은 음식입니다. 음식 자체보다 함께 깔깔 웃던 목청의 울림, 공기의 결 따라 흐른 교감 같은 것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일본 작가 도이 요시하루는 그의 저서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에서 한 번의 식사에는 ‘현실과 정서’라는 정보의 교환이 대량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식사 때 이뤄지는 정서의 교환이 아이의 고차원적인 감정을 키운다는 점도 짚어 내죠. 그래서 어릴 때 가족과 먹은 음식이 가장 선명하게, 공감각적인 차원으로 기억나는지 모르겠습니다.

   
▲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음식은 우리에게 공감각적인 경험을 줍니다. © 이현지

[몸 한끼, 맘 한끼] 세 번째 시간은 ‘내가 먹어온 길’을 다룹니다. 먼저 눈을 감고 기억에 남는 식사를 떠올립니다. 가까운 때부터 점점 과거로, 과거로 돌이켜봅니다. 그리고 칸칸이 나뉜 긴 종이에 한 칸에 하나씩 음식 이름을 적어요. 다 적은 뒤엔 그 음식이 주는 느낌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칸을 기준으로 종이를 지그재그로 접으면 ‘내가 먹어온 길’ 책이 완성됩니다. 쭉 펼치면 나의 일대기가 한눈에 보이게 되죠.

이제 각각 그림이 그려진 칸을 가위로 오립니다. 그리고 큰 종이에 다시 배열해 봅니다. 내게 중요한 음식 경험을 가운데 놓고 덜 중요한 것은 가장자리에 배치할 수 있어요. 시간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순서를 정해볼 수도 있죠. 이때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감정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그룹원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내 마음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당신이 먹어온 길은 어떤 길인가요?

성인이 되어 혼자 살게 되고 직장생활을 하니 혼자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급여는 적고 오래 일해야 하니 싸게, 빨리 먹기 위해 편의점을 가곤 했습니다. 그 시기 음식에 관한 기억이 십수 년 전 기억보다 적은 것은 외로웠기에, 정서를 나눌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여전히 그렇습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전국 만 15~34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4번 편의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중 절반이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다고 응답했죠. 청년들이 잃는 것은 건강한 식사만이 아닙니다. 한 끼의 정서, 느낌, 감정, 삶의 생동도 함께 잃는 것이죠.

‘내가 먹어온 길’의 그림 작업은 내가 또렷이 경험하고 느낀 순간들, 나를 충만하게 했던 날들의 기록일 것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흘러나올까요? 그 이야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내가 정말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다음 연재 때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박선영 기자

[이현지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 이현지입니다.
"왜요, 왜요, 왜요? 왜 그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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