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5선 의원 지낸 정계 원로 박찬종 변호사

“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한 공약이 있어요. 요약하면 나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동등하게 모시겠습니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기자회견을 해서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린 이 공약이 지켜지고 있어요? 내가 보기엔 하나도 안 지키는 거야.”

국회의원을 다섯 번 지낸 정계 원로 박찬종(80) 변호사가 4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부족’과 자유한국당의 ‘결기 부족’을 질타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진상규명 등 인권변호사 활동에 앞장섰고 1992년 대선에도 출마했던 그는 이날 방송에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부처 장악력이 떨어지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 ‘수시 기자회견’ 약속 왜 안 지키나

박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문을 받는 회견을 ‘두 번 반’밖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미에 다녀올 때 비행기 안에서 ‘외교 문제 외엔 묻지 말라’고 했던 것은 제대로 된 회견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는 “대통령 딸 문다혜씨 가족이 태국에 이주 간 상황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기자회견을 수시로 한 대통령 같으면 그때그때 (기자들이) 물었을 것이고, 그걸 듣고 자제할 게 있으면 자제도 하고 해명도 하고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안 했기 때문에 최순실에게 걸려들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수시로 했다면 초기에 총기 있는 기자들 중 누군가가 ‘대통령님, 지금도 최태민씨 일가 따님이 청와대에 수시로 들락거린다는 설이 있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질문을 했을 거고, 대통령이 무슨 답변을 했든지 그날 그 시간 이후에 최순실은 청와대 못 들어가. 다시 들어가면 기자들이 또 질문을 할 거 아닙니까. 그럼 그게(국정농단이) 예방이 됐을 것이다 이거야.“

▲ 박찬종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수시 기자회견을 했다면 최순실에게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자주 하겠다고 한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박 변호사는 대통령의 수시 기자회견이 (권력의 부패를 막는) 면역력을 키우는 동시에 대통령 주변을 긴장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시중에 어느 장관, 어느 수석에 대해 이런 말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런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데, 이걸 깜깜하게 하니 (권력) 실세들이 대통령 눈 밖에만 안 나면 자기 자리가 보전되고 기득권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얕보이고 있는 제1 야당 ‘죽어야 산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해 박 변호사는 (여당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깔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야당이 두려워보여야 야당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는데 지금 얕보이고 깔보이고 있다”며 “황교안 대표는 한가하게 학생들 앞에 가서 (‘스펙’ 없는 아들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등) 이상한 소리해서 말리기만 하고...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983년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을 했던 사실을 회고하며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죽을 각오를 하고 비장하고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박찬종 변호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지도자로서 군사정부에 맞서 단식투쟁을 벌인 사건을 회고하며 자유한국당이 야당의 결기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정당 부속품 된 국회의원, 소신투표 해야 ‘새정치’

1992년 대선 이후 한때 ‘미스터 클린’으로 불리며 ‘새정치’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박 변호사는 자신을 포함해 문국현, 안철수 등의 실험이 모두 실패로 끝난 것은 ‘국회의원이 정당의 부속품이 된 구조’를 깰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정치의 적폐 1순위가 국회와 정당의 행태”라며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들이 정당 지도부에 장악되는 바람에 (여야가 대립할 때) 수틀리면 한쪽이 아예 국회에 안 들어가고 그게 악순환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헌법 46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해서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하며 이를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막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당론을 강요하는)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은 해산 사유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우리가 국회의원을 뽑을 때는 정당의 대표자를 뽑은 게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를 뽑았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이 소신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박찬종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당론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소신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하며, 국회의원 공천도 국민의 뜻을 물어 상향식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한편 박 변호사는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맡은 사건을 후배 법관들이 유리하게 처리해 주는 ‘전관예우’ 관행에 대해 “옛날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방법이) 더욱 교묘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종신 판사제처럼 우리나라 판검사도 최소한 정년 때까지 현직을 유지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방송 SBSCNBC는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9 시즌방송을 3월 14일부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박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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