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라디오 대담] 곽영신 연구원, 임지윤 기자

▲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과 임지윤 <단비뉴스> 기자가 청주 KBS 라디오 ‘이해수의 시사투데이’에 출연해 ‘지방대 위기와 혁신’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 KBS

“지방대 학생들은 입시 전쟁에서 밀려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업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편견과 차별과 소외를 겪고,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의 불균형 발전으로 인해 취업이나 문화생활 등 여러 가지 불평등을 겪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과연 시험이나 채용 절차 과정의 공정만 가지고 우리 지방대 학생들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꿈을 실현하게 할 수 있을까, 좀 더 구조적이고 넓은 범위에서 우리가 공정과 정의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방대 문제를 통해 우리 한국 사회와 교육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보자는 뜻에서 ‘지방대 위기와 혁신’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과 임지윤 <단비뉴스> 기자는 21일 청주 KBS 1라디오 ‘이해수의 시사투데이’에 출연해 ‘지방대 위기와 혁신’ 기획 취재 시리즈의 주요 내용과 취재를 통해 피부로 느낀 지방대 차별 문제를 짚었다. 책 <거룩한 코미디> 저자이자 시리즈 기획자인 곽 연구원은 “최근 한국 사회의 화두인 ‘공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객관식 시험을 보고 점수를 매겨 서열을 매기는 것, 부정이나 비리 없이 채용 절차를 알맞게 잘 지키는 것을 공정이라 하는데 이 정도 공정 가지고 한국 사회가 진짜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방대 위기와 혁신’ 시리즈는 지난 2월 지방대 차별과 혐오 현장을 고발한 ‘대학 이름 밝히자 ‘핵인싸’가 ‘갑뿐싸’ 기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편이 <단비뉴스>에 실려 있다.

“지방대 혐오, 사회에 만연한데 인식 못해”

임지윤 기자는 직접 취재하며 느낀 지방대 혐오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요즘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가 많아서 지방대 차별, 혐오가 심각하다는 건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실제로는 보이지 않게 만연해 있다”며 “온라인 또한 익명성이 보장되고 ‘선플’보다 ‘악플’에 더 관심 가지는 심리가 투영돼 지방대 혐오 발언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자신이 겪은 일화와 취재로 확인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 곽영신 연구원과 임지윤 기자는 교육에서 ‘공정’이 가진 오류와 취재를 통해 피부로 느낀 지방대 차별 문제를 짚었다. ⓒ KBS

임 기자는 자신이 대학교, 대학원 모두 지방 출신이라 우리 사회 교육 문제를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고, 고쳐야 된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취재 때문에 만난 청년들에게 “식상한 주제 아니냐”, “사회는 그래도 바뀌지 않는다”는 절망적인 말을 들을 때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방대 출신 청년들에게 “이 기사가 나의 열등감으로 안 비춰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자체가 지방대생들이 위축돼 있다는 뜻이라며 개인의 열등감 차원을 넘어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인종차별 문제나 여성 인권 문제 같은 경우는 사실 몇 백 년 전부터 계속 불거졌던 문제고 지금까지 다루는 이유는 아직도 그런 차별이나 혐오, 인권에서 소외된 계층이 있기 때문인데 지방대 시리즈도 똑같거든요. 누군가는 차별을 받고 있고 그렇다면 언론이 그것이 식상하다고 그만할 게 아니고 어느 한쪽은 다뤄야 하는데, 기성 언론이 그걸 못하고 있어 저희가 이런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됐고 힘들지만 계속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돌고 돌아 ‘공준생’ 선택하는 지방 청년들

곽 연구원은 구체적인 지표를 통해 지역에 따른 청년 일자리 불균형 문제를 짚었다. 그는 “취업 포털 사이트인 ‘잡코리아’가 발표한 ‘2015 연간 신규 채용 공고’를 보면 총 650만 건 중 수도권 일자리 양이 73.3%를 차지한다”며 이는 인구 비례에도 맞지 않고 기회의 평등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기자 역시 “직접 취재한 백여 명 청년 중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일자리 다양성뿐만 아니고 절대량조차 부족하다면 지역에 있는 청년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지방대 죽이는 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곽 연구원은 지방대가 자꾸 침체되는 이유를 학벌을 중시하는 입시제도와 질·양 둘 다 턱없이 부족한 지역 일자리 문제라고 꼽았다. 그는 “한정된 좋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좋은 학교로 지칭되는 수도권 대학 입학에 매달리고, 그러다 보니 청년 인구가 빠져나가 지역 일자리는 더 부족해진다”며 “남은 지역 일자리도 안정성, 임금, 복지 등 여러 면에서 수도권보다 낮은 수준이고, 지역 일자리와 연계해 교육을 시켜주는 지방대도 더 침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해수의 시사투데이’ 인터뷰 내용 전문]

◎ 진행자 > 오늘 시사투데이 인터뷰 시간을 준비했는데요. 저희가 원래는 금요일 고정코너로 정의당 김종대 의원과 함께하는 정치쌀롱 순서를 준비했는데 김종대 의원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저희가 다른 시간을 준비해봤습니다. 진작에 한번 이런 시간을 마련했으면 했는데 오늘 기회가 돼서 준비를 했습니다. 수도권 집중 현상, 우리 사회 오래된 고질적 병폐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거기다 왜곡된 학력 경쟁으로 지방 대학들이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방대 소외 실상과 현실은 어떻고, 대안은 무엇인지 잠시 후에 짚어보겠습니다. 시사투데이 주파수 89.3, 92.1MHz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카카오TV를 통해서 보이는 라디오 실시간 방송되고 있고요. 유튜브에서는 KBS청주의 공식 채널 ‘케비넷’ 또는 ‘이해수의 시사투데이’를 검색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짧게 기획 코너로 인터뷰를 준비해봤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지금 대한민국은 지방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령인구까지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대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 내용을 직접 취재한 매체가 있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단비뉴스>라는 매체인데요. <단비뉴스>에서 직접 취재를 한 기자와 또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의 연구원, 두 분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곽영신 연구원 그리고 임지윤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곽영신 > 안녕하십니까. 

◎ 임지윤 > 안녕하십니까. 

◎ 진행자 > 저희가 유튜브와 페이스북 요즘 SNS 소셜미디어 많이 활용을 하잖아요. 그래서 보이는 라디오 방송되고 있는데 모르셨죠? 

◎ 곽영신 >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건 봤는데 실시간으로 되는지는 몰랐습니다. 

◎ 진행자 > 제가 섭외할 때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오늘 좀 당황하셨을까봐.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요. 

◎ 곽영신 > 알겠습니다. 

◎ 진행자 > 세명대학교가 제천에 있는 학교잖아요. 사실 한방으로 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라는 것이 있는데 최근에 저널리즘스쿨에서 현직 PD, 기자, 언론인들을 다수 배출하고 있다고. 언론계에서는 좀 알려져 있는데 모르시는 분들은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곽영신 > 네, 좀 많이 알아주셨으면... 

◎ 진행자 > 그리고 저널리즘스쿨에서 운영하는, 운영한다고 표현하기는 그렇고 구성한 매체가 <단비뉴스>라고. 학생들이 직접 취재를 하는 그런 매체죠? 

◎ 곽영신 > 네. 

◎ 진행자 > 학교와 매체 소개를 좀 더 해 주시죠. 

◎ 곽영신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은 11년 전에 한국에서 제대로 된 언론 교육, 기자를 양성하는 교육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하기 위해서 이봉수 저널리즘스쿨 원장님이라고 이분이 기성 언론에서 기자를 하시다가 또 영국에 유학을 다녀오셔서 설립한 기관이고요. 여기에서 <단비뉴스>라는 매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단비뉴스>는 비영리 대안 매체고요. 기성 언론에서 소외된 얘기들이나 아니면 기성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내용들을 학생들의 시각으로 자본이나 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겸손하게 만드는 매체입니다. 그리고 저희 저널리즘연구소는 저널리즘스쿨 산하에 있는 연구소인데 여기에서 한국 사회 주요 문제. 특히 청년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 한 1, 2년 정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심층보도하는 활동을 하고 있고요. 그 밖에 저널리즘이나 저널리즘 교육에 대한 세미나도 하고 그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사실 대학들을 보면 어떤 자체 언론 기능을 하는 매체들이 있잖아요. 학보사도 있고요. 그런 것과 좀 달라요, <단비뉴스>는. 

◎ 곽영신 > 그렇습니다. 

◎ 진행자 > 저도 보니까 다루는 범위가 국제적인 이슈부터 환경, 인권, 노동, 스포츠까지도 가끔은 나오더라고요.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그리고 지역에 있는, 대학 안에 있는 매체인데도 굉장히 지역적 이슈뿐 아니라 다양한 것도 다루고 있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옆에 함께 나오신 임지윤 기자께서는 지금 여기 재학중이신 건가요? 

◎ 임지윤 > 맞습니다, 1학년. 

◎ 진행자 > 저널리즘스쿨은 대부분 석사처럼 이렇게 오시는 건가요? 다른 대학을 졸업한 분들도 많이 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나요? 

◎ 임지윤 >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 과정을 밟고 있고 <단비뉴스>를 만들어가는 학생들 역시 그런 석사 과정을 밟는 학생들이 취재까지 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그러면 대학원으로 보면 됩니까? 

◎ 임지윤 > 네, 대학원입니다. 

◎ 진행자 > 제가 알기로는 작년에 큰 상도 받으셨더라고요. 

◎ 임지윤 > 네. 

◎ 진행자 >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이게 지구 온난화나 미세먼지 이런 것들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그런 탐사보도였죠? 

◎ 임지윤 > 네. 

◎ 진행자 > 민언련에서 주관하는 ‘2018 올해의 좋은 보도상’에서 ‘대안미디어 부분 상’을 받으셨고 또 ‘데이터 저널리즘어워드’ 시상식에서 ‘올해의 영 데이터 저널리스트 상’도 받으셨더라고요. 그러면 몇 분이나 여기 <단비뉴스>에서 취재를 하고 계십니까? 구성은 어떻게 됩니까? 

◎ 임지윤 >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원장님을 비롯해서 기성 언론사에서 기자나 PD로 활동하신 교수님께서 다섯 분이 데스크를 봐주고 계시고 지금은 학생들이 기자 29명과 PD 7명, 이렇게 해서 기자와 PD 지망생들이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 진행자 > 그분도 학생이신데 같이 하시는 거? 

◎ 임지윤 > 맞습니다. 

◎ 진행자 > 규모는 굉장히 크네요? 거의 대다수가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까? 

◎ 임지윤 > 일단 <단비뉴스> 자체가 학생들이 언론을 가기 위해서 들어온 학생들이다 보니까 좀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멀리서 오셨으니까, 제천에서 오신 거잖아요, 오늘 아침에. 그래서 멀리에서 오셨기 때문에 홍보하는 시간을 좀 드렸고요. 저희가 오늘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단비뉴스>에서 기획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 시리즈가 지방대 위기와 혁신이라는 그런 탐사보도 시리즈예요. 지금 제가 보니까 한 5회차까지 연재가 되고 있는 것 같고 ‘지잡대 혐오 사회’부터 시작해서 취업 기회가 너무 지방은 적다. 이런 이야기도 등장하는 것 같고요. 지방대 위기와 혁신이라는 기획보도는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까? 

◎ 곽영신 > 요즘 공정이 한국 사회의 화두잖아요. 입시나 채용 같은 걸 보면 입시에서 객관식 시험을 보고 점수를 매겨서 서열을 매기고 이런 걸 공정이라고 하고 채용에서는 무슨 부정이나 비리 같은 간섭 없이 채용 절차를 알맞게 잘 지키는 것을 공정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지방대 연구원으로 와서 지방대 학생들이 생활하는 걸 보니까 이 정도 공정가지고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방대 학생들은 입시 전쟁에서 밀려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업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편견과 차별과 소외를 겪고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의 불균형 발전으로 인해서 취업이나 문화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평등을 겪는데 과연 시험이나 채용 절차 과정, 이런 공정만 가지고 우리 지방대 학생들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꿈을 실현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좀 구조적으로 더 넓은 범위로 우리가 공정과 정의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방대 문제를 통해서 우리 한국 사회와 교육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보자는 뜻에서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진행자 > 아주대학교 이국종 교수, 유명한 분이시잖아요. 그분도 어디선가 이야기를 하셨는데 아주대 같은 ‘지잡대’ 병원에서 뭐 별것도 아닌 것들이 환자 데려다가 쇼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본인이 들은 적이 있다라는 인터뷰를 제가 본 적이 있어요. ‘지잡대’라는 게 굳이 제가 뜻을 풀이하지 않겠습니다만 지방 대학과 지방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대표적인 표현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기사에도 보면 ‘지잡대’ 혐오 사회라고 해서 상중하 3편으로 나뉘어 있나요? 

◎ 곽영신 > 맞습니다. 

 진행자 > 그러면 임지윤 기자께서 직접 취재를 하셨으니까, 어땠습니까? ‘지잡대’라고 대표되는 지방대에 대한 혐오,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많이 보이던가요? 

◎ 임지윤 > 사실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래서 더 안타까운 점이 있었고요. 하지만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무의식 중에 잠재된 지방대에 대한 차별, 소외 이런 것은 대놓고 ‘너 지잡대다’, 이렇게 얘기하지는 않더라도 보이지 않게 만연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자기소개를 할 때도 “안녕하세요, 임지윤입니다.” “학교 어디세요?” 그렇게 돼서 지방대학을 얘기하는 순간 그 다음부터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든가 아니면 커뮤니티나 MT나 워크숍에 가서도 알게 모르게 수도권과 지방대 학생 사이에서 수도권 학생들끼리 모여서 대화를 이루는데 거기 약간 소외가 된다거나 그런 식으로 차별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보니까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그런 인식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특히나 온라인상에서 많이 표출이 되잖아요. 

◎ 임지윤 > 온라인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조사했을 때 좀 심각한 수준이었거든요. 저희 기사에도 나와 있는데 페이스북 페이지 중에 대학생들이 익명으로 고발하는 페이지가 있거든요. 거기에 얼마 전 교수의 ‘갑질’을 고발하는 글이 하나 올라왔었습니다. 이게 뉴스 보도도 많이 되었는데, 그럴 때 교수를 비난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지방대를 비하하는 댓글들이 쏟아졌거든요. 예를 들면 ‘지잡대 올스타전 찍노’, ‘너네가 지잡대지 군대냐’, 아니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잡 극혐스’. 이런 댓글들부터 심하게는 인명 사고가 지방대에 났을 때도 ‘미래 인재들이 다친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들어왔는데 지잡대구나, 불행중 다행이다’. 이런 댓글들이 나오고 고등학생이나 재수생이 모여있는 입시 커뮤니티 같은 데도 ‘학생 중 정상인 비율이 적다’ 아니면 ‘수업의 질이 바닥을 기어 다닌다’, 이런 식으로 ‘지잡대’를 오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그 글이 조회수 1만이 넘는 베스트 글에 올라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 특히 온라인이다 보니까 익명성이 보장되고 선플보다는 사람들이 악플에 관심이 많잖아요. 또 조회수부터 ‘좋아요’도 많이 늘리고, 그래서 더 그런 혐오 발언들이 온라인상에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진행자 > 두 분은 지금 지방에 소재해 있는 대학의 대학원에 계신 거잖아요. 그러면 학사 과정도 지방에서 보내셨나요? 지역에서. 

◎ 임지윤 > 저는 지방에서 보냈습니다. 

◎ 곽영신 > 저는 서울에서. 

◎ 진행자 > 그러면 우리 곽 연구위원께서는 서울에서 학사 과정을 보내고, 학부를, 그리고 석사 과정을 여기에서 하신 거잖아요. 

◎ 곽영신 > 맞습니다. 

◎ 진행자 > 내려와서 보니까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이제 지방대 학생의 입장이 되신 거잖아요. 

◎ 곽영신 > 제가 이걸 기획하게 된 계기도 제가 지방대 구성원이 되어서 지방대 구성원으로 현실을 보다 보니까 이런 문제점을 느껴서 기획을 한 거거든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솔직히 자기가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을 하고 ‘인서울’ 학생에게 주어지는 어떤 혜택이나 이런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또 지방대생들이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경향이 있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그게 당연한 게 아니고 지금 굉장히 구조적으로 뒤틀리고 불평등과 여러 가지 차별과 혐오가 막 뒤섞여서 잘못된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공감이 되었고 어떤 게 있냐면, 제가 여기에서 지내다가 어떤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는데 지하철을 타다가 제가 다닌 모교를 지나가는데,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마는, 거기가 너무 높아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거예요. 내가 나온 대학인데 내가 지금 지방대 구성원으로서 그 학교를 보니까 너무 범접할 수 없는 성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아, 내가 선 위치에서 보니까 이런 문제가 있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 진행자 > 또 취재 과정에서 힘들거나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어떤 게 있습니까? 우리 임 기자께서 보기에. 

◎ 임지윤 > 일단 저는 학부도 그렇고 대학원도 그렇고, 지방 출신이다 보니까 굉장히 우리 사회 문제점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어요. 저는 이 사회 문제점들을 고쳐야 한다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취재를 하다 보니까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건 학벌이나 학력 문제를 다루는 것은 ‘식상한 프레임 아니냐’, 식상하다고 얘기를 많이 했고, ‘취재를 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바뀔 것 같냐’, ‘무엇이 바뀌냐’, ‘수십년 동안 이미 다 다뤘던 내용 아니냐’, 이런 말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이 아무래도 취재를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왜냐하면 사실 인종차별 문제나 여성 인권 문제처럼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들은 사실 몇 백 년 전부터 계속 불거졌던 문제고 지금까지 다루는 이유는 아직도 그런 차별이나 혐오, 인권에서 소외된 계층이 있기 때문인데 지방대 시리즈도 똑같거든요. 누군가는 차별을 받고 있고 그렇다면 언론이 거기에 대해서 식상하다고 해서 그만할 게 아니고 어느 한쪽은 다뤄야 하는데 기성 언론이 그걸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런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힘들지만 계속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또 하나는 지방대 학생들이 그런 말을 많이 했어요. ‘이 기사가 나의 열등감으로 안 비춰졌으면 좋겠다.’ 그만큼 지방대 학생들이 위축되어 있다는 뜻이거든요. 사회적인 시선이 무섭고 그런 면을 봤을 때 이것은 제가 생각할 때 개인의 열등감 그런 차원이 아니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데 개인들이 그렇게 열등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더 우리가 힘쓰고 언론이 힘써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사실 입시성적으로 재학하는 학교가 달라질 수 있는 거고 소재해 있는 대학의 위치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인데 더 넓게 보면 입시성적이라는 것이 흔히 이렇게 표현도 합니다만 길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 그 과정에서 노력과 성실성을 평가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그 입시 결과 하나로 그게 굉장히 낙인 찍히는 사람들도 있고 특히나 싸잡아서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 어떤 시리즈 기사 중 하나에도 나옵니다만 어떤 기회 평등 측면에서도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굉장히 소외받고 있다면서요? 현실이 어떻습니까? 취업 기회랄지. 

◎ 곽영신 > 일자리 같은 걸 보면 지금 지역에는 일자리 자체가 없어요. 그래서 경쟁에 뛰어들고 싶어도 주변에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기회 평등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잡코리아가 지난 2015년에 연간 신규 채용 공고 650만 건 이상 분석을 했는데요. 서울이 40.9%가 있었고, 경기가 24.7%, 인천이 7.7%. 그래서 73.3%가 수도권에 몰려 있었어요. 

◎ 진행자 > 채용공고가요? 

◎ 곽영신 > 그리고 지방은 나머지 일자리를 다 나눠 갖는 상황이었고요. 그런데 인구를 보면 25~34세, 신규 채용에 뛰어들 만한 인구를 보면 서울과 경기, 인천에 54%가 있거든요. 인구는 절반 정도가 있는데 일자리는 70% 이상이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방대 학생들은 당연히 기회의 측면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거고, 기회의 불평등이라고 저희는 생각을 합니다. 

 진행자 > 네, 진짜 지역에 일자리가 없어요. 그렇죠? 임 기자께서는 어떻게 이 내용도 취재하셨나요? 

◎ 임지윤 > 네, 취재를 했는데 제가 청년들을 한 100명 정도 만나거나 전화나 온라인상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사실 요즘 취업이 잘 안 되는 현실이잖아요. 그런 현실 가운데서 공무원 준비하는 학생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 진행자 > 굉장히 많죠. 

◎ 임지윤 > 청년들이. 특히 제주도 같은 데서는 진짜로 일자리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공을 나와서 자기 전공을 살리려면 무조건 제주도를 탈출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서 남학생은 대부분 경찰직 공무원, 여학생은 일반직 공무원을 다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 주위에도 그런 친구가 굉장히 많고. 그래서 일자리의 다양성뿐만 아니고 이런 통계 자료를 봤을 때 양조차 부족하다면 지역에 있는 저 같은 청년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취재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진행자 > 그리고 기사에도 나오는 것 같은데 지방에 일자리가 부족한 게 결국에 지방대가 저평가되고 지방대 역시도 같이 죽어가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가 연결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세요? 

◎ 곽영신 > 입시와 학벌 문제가 일자리 문제와 굉장히 밀접하게 관련돼 있거든요. 일자리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에 한정된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경쟁하는 체제이고 그래서 좋은 학교를 가려고 하는 것이죠. 지역에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양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부족하거든요. 안정성, 임금, 복지 이런 면에서 지역에 일자리가 있더라도 부족하기 때문에 그 일자리를 갈 수 있는 교육을 시켜주는 지방대도 더 침체되고. 그래서 이게 계속 악순환돼서 지금 상황이 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시간이 저희가 사실 조금 남기는 남았는데 다룰 이야기는 더 있는데... 지금 5부까지 나왔더라고요. 부족한 취업 인프라까지 나왔는데 이 기사도 조금 설명을 해주시죠, 어떤 내용인지. 

◎ 곽영신 > 지금 인프라는 상·하로 나뉘는데 지역에 일자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일자리를 가기 위해서 준비할 수 있는 기관이나 시설, 정보, 네트워크 이런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얘기를 지금 하고 있거든요. 

◎ 진행자 > 지역에는 그런 것들도 없다. 

◎ 곽영신 > 혹시 일자리 카페라고 들어보셨어요? 

 진행자 > 일자리 카페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 

◎ 곽영신 > 이게 서울에는 일자리 카페라는 게 있어요. 커피를 마시고 케이크 파는 카페인데 거기에서 서울시와 협약을 맺어서 취업상담도 받고 공부도 하고 같이 취업 스터디도 하는 카페예요. 서울에는 이게 저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80개가 넘게 있거든요. 경기도에도 그것과 비슷한 숫자로 있어요. 그런데 지방에는 없거나, 아니면 두세 개 있거나, 아니면 진짜 구색 맞추기 식으로 기존 시설 구석에 마련하거나, 이런 식으로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주변 학생들에게 일자리 카페라고 들어봤어 그러면, ‘아니요’, ‘없어요’, ‘그런 거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없을뿐더러 그 일자리를 준비할 수 있는 인프라도 부족하다고 생각해 다음 기사에 또 이런 얘기가 자세히 나올 예정입니다. 

◎ 진행자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있는 학생들은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현직 언론인이 되기 위한 학생들이잖아요. 그런데 언론사 입사 준비가 지역에서도 가능합니까? 그거 굉장히 힘든 일이잖아요.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인프라가 이쪽에서도 없잖아요. 그래서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분들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공부하거나 그쪽으로 가지 않나요? 

◎ 임지윤 > 그렇죠. 사실 이 계통이 가장 없는 계통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저도 그래서 찾다, 찾다가 왔거든요. 왜냐하면 대구에서 살았는데 대구에 스터디를 하나 만들잖아요, 언론 스터디를 만들면 부산이나 포항에서 스터디를 하려고 대구로 와요. 그래서 그 학생들에게 ‘스터디를 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서울에서 하다가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내려왔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보면 진짜 언론 계통이나 광고, 제가 조사한 바는 패션 이런 쪽이 되게 서울에 완전히 몰려 있는... 

◎ 진행자 > 그렇겠네요, 알겠습니다.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지역에 소재해 있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열등감을 어떻게 보면 강요받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는데 그것도 내가 지방대 출신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 보는 학생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역에서 지방대 학생들이 공무원도 많이 준비하는 것 같고 특히 요즘 지방대 입학해서 바로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굉장히 많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까 대학 내에서 소통이나 커뮤니티 구성도 잘 안 되는 측면도 있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그런 문제들에 착안해서 이런 기획 보도를 준비하신 것 같은데 오늘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많지가 않죠? 다 말하지 못하셨죠? 

◎ 곽영신 > 금방 가네요. 

◎ 진행자 > 이거 연중 기획보도를 하신다면서요? 계속해서. 

◎ 곽영신 > 그렇습니다. 

◎ 진행자 > 그러면 저희가 다음에 또 모셔서 못다 한 얘기를 하셔야겠습니다. 두 분 다 오셔도 괜찮고요. 괜찮으셨죠? 

◎ 임지윤 > 너무 감사합니다. 

◎ 진행자 > 그러면 다음 시간에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단비뉴스> 함께했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곽영신 연구원 그리고 <단비뉴스> 임지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시사투데이, 저는 여기서 마치고요. 다음 주 월요일에 찾아오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속기록 작성=한국스마트속기협회)

 


편집 : 황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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