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끼, 맘 한끼] ④ 두 번째, 음식자화상 그리기 수업 인트로

마음에 모양이 있다면 내 마음은 얼룩덜룩할 거예요.

군데군데 멍도 흠집도 있을 거고요. 타인에게 상처받고 스스로 갉아먹기도 한 못생긴 마음이죠. 버티며 살아왔지만, 인생이란 경주에서 뒤처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종종 우울하고 자주 그늘져요. 좀 더 열심히 살았다면, 마음이 밝고 깨끗한 모양일 수 있었을까요?

사실 많은 청년들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세대별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대는 77%, 30대는 78%가 “불행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불행의 요인으로 취업난과 빈부 격차, 집값 상승, 학력 차별 등을 꼽았지요. 이런 현상에 따라 우울증, 화병, 공황장애 등 질병을 앓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4만7천 명이던 20대 우울증 환자가 2017년 7만5천 명으로 5년 만에 58% 급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몸 한끼, 맘 한끼] 두 번째 시간에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음식으로 ‘음식자화상’을 그려봅니다. 나를 상징하는 음식을 상상합니다. 신맛은 쾌활한 성격, 떫은맛은 어색한 감정, 딱딱한 식감은 경직된 느낌. 이렇게 음식의 식감이나 맛을 비유하고 기억, 감정을 연상하여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그림을 다 그린 뒤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구성원들 하고 실제 이름과 음식 이름을 적은 종이를 교환합니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둘러앉아 각자 그린 음식자화상을 보여주며 자신을 소개합니다.

▲ 얼룩덜룩 못생긴 사과가 좋은 사과입니다. ⓒ 이현지

나는 사과로 치면 상품성 없는, 얼룩덜룩 못난 사과입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가지런히 담긴 잘 팔리는 빠알간 사과가 아니지요.

그렇지만 못생긴 사과가 나쁜 사과는 아니에요.

얼룩덜룩 못난 모습은 내가 잘 살아왔다는 증거거든요.

사과를 기를 때 사과 주변 잎을 다 따주어야 합니다. 이파리가 사과에 그늘을 지게 해 색깔이 얼룩덜룩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과는 이파리에서 영양분을 얻기 때문에 잎을 따버리면 사과의 영양분이 작아져요. 그늘로 얼룩덜룩해진 모양은 영양가가 높다는 증거죠. 농약을 치지 않아 생긴 벌레 먹은 흠집은 자생력을 상징합니다. 그러니 못난 과일과 채소를 더 사랑할 수밖에요.

힘든 상황이 드리우는 그늘, 그 그늘이 만든 마음의 모양이 반짝거리고 매끈하지 않을지 몰라요. 밝고 당차고 구김 없는 마음이 아닐지 몰라요. 그렇지만 흠 많은 못생긴 사과가 건강하게 잘 자란 사과이듯 나도 그렇습니다. 나는 참 괜찮은 ‘못생긴 사과’예요.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이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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