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끼, 맘 한끼] ② 첫 번째, 나에게 한끼 그려주기 수업 인트로
정말 괜찮아지나요?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 비정규직과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하면 체감실업률은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기준 18~25세의 빈곤율은 13.2%, 27~40세는 8.2%로 전년도에 견주어 1.5%포인트씩 증가했습니다.
적당한 회사에 취직해 적정한 월급을 받고, 안전한 집에서 평화롭게 사는 일.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은데 그게 쉽지 않아요. ‘청년들의 포기’가 시대 현상이라지만 내 몸 하나도 건사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10년 후, 아니 5년 후 나는 정말 괜찮을까요?
그저 ‘묽은 죽’ 일 뿐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바라는 대로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장밋빛 위안이 가장 잔인한 방식의 위로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가난해질까 두려워하는 자들에게 묽은 죽과 거친 빵 같은 초라한 음식을 며칠씩 먹으라고 조언했죠. 끔찍할 것 같은 두려움의 실체가 그저 심심한 ‘묽은 죽’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란 거였습니다.
[몸 한끼, 맘 한끼] 첫 시간에는 오롯이 나에게 주는 한끼를 미술활동으로 작업합니다. 먼저, 자신의 현재 상황과 관심사, 고민거리 등을 생각해본 뒤 떠오르는 감정을 관찰해요. 이를 바탕으로 내가 주로 찾게 되는 맛과 음식을 연상하고요. 내 몸과 마음이 음식에서 어떤 식감과 맛, 감정과 느낌을 경험했는지 탐색합니다. 나에게 필요한, 또는 알맞은 한끼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지점토로 표현합니다. 이렇게 식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의 흐름을 관찰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아
“힘을 내 살면 언젠가 다 좋아질 거”라는 장밋빛 위안이 쓰린 내게 ‘세네카의 묽은 죽’을 차려주고 싶습니다. 기름지고 푸짐한 한 상이 아니라, 싱겁고 가벼운 묽은 죽을 말이에요. 단순하고 소박한 음식은 속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음식을 소화하느라 쉴 틈 없는 위장의 노고를 덜어주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 몸과 마음은 조금 더 느긋한 상태가 돼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자욱해진 나의 몸-마음에게 묽은 누룽지 한 그릇을 그려주면 어떨까요?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비참할 것 같은 미래는 ‘그저 묽은 죽 한 그릇일 뿐’이라고 토닥이면서요. 그렇게 담담하게 그림 한술을 뜨며 지친 마음을 달래 봅니다.
여러분은 자신에게 어떤 한 끼를 차려주고 싶으신가요?
직장 스트레스를 날려줄 짜릿하게 매운 한끼?
삶의 생기를 되찾기 위한 상큼하고 시원한 한끼?
[몸 한끼, 맘 한끼]에서 함께 고민해보아요.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
편집 : 오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