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끼, 맘 한끼] ① 식생활로 몸-마음 돌보는 미술치유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지치지만 어쨌든 용케 먹고 살아갑니다. 산다는 건 두 손에 꼭 쥔 밥그릇을 책임지는 일이죠. 학력, 직업, 연봉, 재산 등을 부단히 담고 채웁니다. 내가 가진 것들이 나인 듯 말이에요. 그러다 어느 날엔가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은 순간이 옵니다.

나는 무엇일까요?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일까요?

그릇을 비워봅니다. 그렇게 드러난 텅 빈 그릇, 그 안의 온기가 우리 자신이 아닐지요. 끊임없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존재 말입니다. <몸 한끼, 맘 한끼>는 나를 비워내고 새로이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배불러 죽겠네, 죽겠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이 당기지 않나요? 술 한잔까지 곁들이면 그보다 좋을 수 없죠. 맵고 기름진 음식으로 배불러 죽겠다는 말이 나올 만큼 거한 식사를 하면 위로 받는 기분이 듭니다. 다음날 하루 종일 속이 쓰리거나 부대낄지라도요.

혀와 위에 주는 강렬한 자극은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해줍니다. 박민정은 <서른의 식사법>에서 “매운 맛을 즐기는 것을 일종의 ‘자학’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자극을 더 큰 자극으로 덮는 거죠. 이렇게 무엇을 선택하는가는 감정과 관련된 집착과 결핍, 욕구 등을 보여줍니다.

▲ 산다는 것은 ‘밥 벌어먹는 일’이고, ‘먹고 사는 문제’는 삶의 바탕이다. © pixabay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고 사나요?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위·식도 역류질환의 20대 환자수가 34만 명으로 2012년 대비 20.6% 증가했습니다. 학업, 취업 준비, 과도한 업무 등으로 시간 여유가 없어 식사를 대충 때우는 것이 원인이지요.

산다는 것은 ‘밥 벌어먹는 일’이고, ‘먹고 사는 문제’는 삶의 바탕이 됩니다. [몸 한끼, 맘 한끼]는 먹고 사는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자신의 몸-마음 그릇을 비워보려 합니다. 빈 그릇의 온기를 느끼고, 그 온기에 맞는 것들로 새롭게 채우는 거죠.

먹는 이야기지만 전혀 다른 지점과 맞닥뜨릴 수도 있어요. 개인적 경험, 사회적·시대적 환경이 우리의 식생활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나의 몸-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나아가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게 될 수도 있죠.

몸-마음을 위한 한 끼의 시간

[몸 한끼, 맘 한끼]는 자기표현 도구이자 무의식 발현의 매개인 그림을 활용합니다. 그림기술을 위한 수업도, 재미를 위한 취미활동도 아니에요. 우리 수업에서 그림은 비물질적인 몸-마음 상태를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그림뿐 아니라 명상, 글쓰기, 촬영 등도 함께 할거고요.

15년간 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돌본 강사 ‘생강’이 수업을 이끌 거예요.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해서 이름이 생강이죠. 명상, 채식, 환경 등이 그의 관심사이지만, 그렇다고 이 주제들을 살펴보려는 것은 아닙니다. 참여자들 각각의 ‘나’가 주제입니다. 자신의 밥그릇을 들여다보고 비워보고 다시 채우는 시간이 될 거예요.

[몸 한끼, 맘 한끼]는 식생활을 주제로 한 창작활동으로 먹는 행위와 연결된 감정과 정서, 무의식을 이해하여 현재의 자신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삶을 새로이 그려보고자 합니다.


  편집 :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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