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4회 민송 백일장, 전국에서 557명 참가

“대학교에서 열린 백일장은 처음이에요. 이렇게 넓은 캠퍼스에 앉아있다 보니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르는 느낌이에요. 소풍 온 느낌도 들고요."

▲ 민송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이 삼삼오오 세명대 캠퍼스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 이자영

제4회 민송 백일장이 2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 학술관을 비롯한 캠퍼스에서 열렸다. 세명대 설립자 민송(民松) 권영우 박사의 ‘위세광명’(爲世光明), 곧 세상을 밝게 비추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이념을 기리는 이번 백일장에는 557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 세그룹에 산문•운문 부문으로 나뉘어 글쓰기 실력을 겨뤘다. 원유경 세명대 인문예술대학장은 “참가자들을 보니 캠퍼스에 생동감이 넘친다”며 “과학기술 시대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런 시대일수록 문학적 상상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기태 민송백일장 운영위원장이 참가자들에게 제4회 민송백일장 제시어 ‘아버지’를 발표하고 있다. ⓒ 이자영

이날 백일장 제시어는 ‘아버지’였다. 제시어가 공개되자 참가자들은 당황하며 웅성거렸지만 곧바로 글을 구상하느라 생각에 잠기는 모습들이었다.

남녀노소 41명이 각종 상 받아

심사결과 운문부문 대학•일반부 영예의 장원은 김지영(세명대 미디어문화학부2)양이 차지했다. 그는 세명대 총장상으로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고등부 장원은 조현정(서울 중앙여고2), 중등부 장원은 김지은(서울 봉원중3)양이 상금 50만원씩을 받았다. 이밖에 대학•일반부에서 김윤혜(한양여대 문예창작학과1)씨가 금상을 받는 등 18명이 금상부터 동상까지 선정돼 상장과 상금을 받았다.

산문부문에서는 고등부 권희수(진명여고)양이 장원의 영광을 누렸다. 산문 중등부에서는 지유찬(대제중)군이 장원을 차지해 상금 50만원을 받았다. 운문 고등부에서 권소담(고양예술고)양이 금상을 받는 등 18명이 금•은•동상을 차지했다. 산문과 운문을 합쳐 단체상은 경기 고양예술고와 제천 대제중이 차지했다.

학생들과 함께 참가한 제천고등학교 국어교사 한영숙(54)씨는 “평소에 시를 매우 사랑해서 시를 늘 읽어왔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며 “학생들을 인솔하다 보니 나도 시에 대한 마음이 불타올라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남주, 박일환, 송경동 시인을 좋아한다는 그는 “제시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딱 맞아떨어져서 놀랐다”며 기뻐했다.

대학•일반부 운문부문에 참가한 이재룡(세명대 법학과4)씨는 “이번에 기숙사에 살게 되어 아버지께 자주 전화를 드리지만 그래도 늘 보고 싶은 존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번 제시어에 관한 마음을 내비쳤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참가한 연준호(54)씨는 출근 전 시간을 내어 백일장에 참가했다. 운문부문에 참가한 그는 “아버지께서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 보고 싶은 마음을 시로 썼다”며 생각에 잠겼다.

“백일장이 삶에 작은 흔적으로 남기를”

운문부문을 심사한 서안나 심사위원장은 "사물과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익숙한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고, 고정관념인 수사적 기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산문부문을 심사한 우창현 심사위원장은 "투고 작품도 많아졌고, 이전에 비해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아버지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점이 좋았지만 추억과 관련한 점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민송 백일장 운영위원장인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학과장은 "참가자들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심사위원을 울렸다"고 말했다. 이용걸 세명대 총장은 “모든 게 온라인 세상인 요즘 오프라인에 잠시 머물면서 마음에 품고 있던 시를 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도 살아가는데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백일장에 참가해 보낸 시간이 삶에서 작은 흔적으로 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지원 변호사 "공부도 적성이다"

“꿈이란 고정적인 게 아니에요. 적성에서 찾는 거에요. 꿈을 깨세요.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걸 먼저 적어보세요. 앞으로의 직업 세계는 계속 변합니다. 퇴직 후 치킨집이 왜 잘 안되는지 아세요?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행복한 거예요.”

백일장을 마친 뒤 ‘명사와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2시에 시작된 2부 행사에서는 초대 청소년보호위원장인 강지원 변호사가 초청돼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청소년 문제 전문가답게 한순간에 청소년 청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 강지원 변호사는 “공부에도 적성이 있는데 공부 못하는 학생도 다른 적성에서는 뛰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자영

강 변호사는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며 “이는 타고난 적성 또한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 순간 자신을 발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적성찾기를 강조했다.

그는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자신의 적성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인 김기태 운영위원장이 학창시절 부모님 몰래 자기 적성을 따라 국문학과를 지원한 일화를 전하자 강 변호사는 “저처럼 되지 말고 김 위원장님처럼 적성을 찾아가세요”라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시를 쓴다는 한 학생의 질문에 강 변호사는 “해방되고자 하는 순간에도 적성을 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 운문부문 장원은 김지영(세명대 미디어문화학부2), 조현정(서울 중앙여고3), 김지은(서울 봉원중3)씨가 차지했다. ⓒ 이자영

운문부문 대학•일반부 장원을 차지한 김지영씨는 “비록 나에게는 아버지이지만 개인으로서 아버지의 삶은 어떨지 생각해보며 그 무게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고등부 장원 조현정양은 “아버지라는 주제를 생각하다 보니 슬픈 이야기만 떠올라 아버지의 애환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 제4회 민송백일장에는 총 557명이 참가했으며, 41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 이자영

제4회 민송 백일장 수상자

장원
산문 중등부: 지유찬(대제중3)
산문 고등부: 권희수(진명여고)
산문 대학•일반부: 없음
운문 중등부: 김지은(서울봉원중3)
운문 고등부: 조현정(서울중앙여고)
운문 대학•일반부: 김지영(세명대 미디어문화학부2)

금상
산문 중등부: 박찬진(대제중3)
산문 고등부: 권소담(고양예고)
산문 대학•일반부: 이아영(세명대 미디어문화학부)
운문 중등부: 김하은(춘천유봉중2)
운문 고등부: 권하린(고양예고)
운문 대학•일반부: 김윤혜(한양여대 문예창작학과1)

은상
산문 중등부: 서준형(대제중3) 이상우(대제중3)
산문 고등부: 정다원(창의고) 사예령(고양예고)
산문 대학•일반부: 백재열(중앙대 문학예술콘텐츠학과) 김승연(세명대 미디어문화학부)
운문 중등부: 이하은(제천여중) 손지원(대제중3)
운문 고등부: 조혜인(전주제일고) 이하은(경북성창여고)
운문 대학•일반부: 최병규(서울 노원구) 이찬영

동상
산문 중등부: 장현민(대제중) 김민성(대제중) 전도윤(제천여중)
산문 고등부: 장소진(송양고3) 이슬아(인천 고잔고) 임채원(고양예고2)
산문 대학•일반부: 송성현(경기도 파주) 김명래(강원도 춘천) 김민서(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운문 중등부: 권정은(의림여중3) 권혁주(대제중3) 강예은(제천여중1)
운문 고등부: 최민우(수완고3) 이하윤(고양예고1) 문수빈(고양예고2)
운문 대학•일반부: 한영숙(제천고 교사) 김은진(세명대 미디어문화학부) 이상우

단체상
제천 대제중학교(56명)
경기 고양예술고등학교(71명)


편집 : 이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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