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선거제 개혁안’을 보는 두 시선

▲ 양안선 PD

지난 3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혁 단일안’에 합의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논의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이었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개편안은 의원 정수를 300석(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유지하면서,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형태다. 입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오신환 사보임 파동’ 등 선거제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으로 입법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 3월 17일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혁 단일안을 도출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성식, 정의당 심상정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민주평화당 천정배 간사. ⓒ 연합뉴스TV

언론의 관점에 따라 수용자들의 해석과 이해는 달라진다. 언론은 선거제 단일안을 둘러싼 대립을 다양한 관점으로 전달했다. ‘프레이밍(Framing)’ 관점에서 언론 보도들을 비교해 보았다.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편안 잠정 합의 다음 날인 3월 18일부터 23일까지 1주일간 <조선일보>와 <한겨레> 지면 기사 29건이 분석 대상이다. <조선> 11건, <한겨레> 18건이다. 네이버 기사 검색 시스템에서 ‘선거제’, ‘선거제도’, ‘선거법’으로 검색하여 추출한 기사 전부다.

‘선거제 개혁 단일안’에 관한 언론 보도의 핵심 프레임을 5가지로 도출했다. ‘정치 개혁’, ‘약속 이행’, ‘수단’, ‘밥그릇 지키기’, ‘복잡’ 프레임이 그것이다. 5가지 프레임으로 분류하기 모호한 프레임은 ‘기타’로 분류했다.

제목 프레임은 제목의 핵심 키워드를 기준으로 구분했다. 본문 프레임은 각 기사 본문에서 핵심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를 기준으로 프레임을 나눴다. 1개 이상 주제가 나타나면, 리드 문장의 주제, 주제와 관련된 문장이나 문단의 양을 기준으로 핵심 프레임을 도출했다. 또한 ‘선거제 개혁 단일안’ 이외 이슈를 포함한 기사에서는 선거제 관련 문단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프레임을 구분했다.

▲ ‘선거제 개혁 단일안’ 뉴스 프레임별 주제문. ⓒ 양안선

두 가지 시선, 제목 프레임에서 드러나

▲ 선거제 개혁 단일안에 관한 <조선> <한겨레> 기사 제목 프레임 비교. ⓒ 양안선

<조선>과 <한겨레>의 제목 프레임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조선>에는 ‘밥그릇 지키기’ 프레임을 활용한 제목의 기사가 가장 많았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유리한 반면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불리하다는 제목이었다. 또한 서울 외 지역의원들 지역구 의석이 줄어든다는 제목을 붙여 ‘서울권의 밥그릇 챙기기’ 프레임을 사용했다. 특정 세력의 ‘밥그릇 지키기’ 프레임에 뒤이어 ‘수단’, ‘복잡’ 프레임 제목들이 각 9% 차지했다.

<한겨레>는 50%에 해당하는 기사의 제목들이 ‘정치 개혁’ 프레임을 사용했다. 국민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한 선거제도 도입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눈여겨볼 점은 <조선>이 제목에서 ‘정치 개혁’ 프레임으로 ‘선거제 개편안’을 단 1건도 보도하지 않은 점이다. 보수와 진보 신문의 선거제도 개편안에 관한 시각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조선>과 <한겨레> 모두 ‘기타’ 프레임이 제목에 많이 사용되었다. 바른미래당 내분 사실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많았다(조선 2건, 한겨레 3건). ‘기타’ 프레임에는 <한겨레>만의 제목 프레임이 존재했다. ‘선거 가능 연령’ 프레임이다. <조선>이 국회의원 정족수와 비례대표제 운용 방식 보도만 한 데 견주어, <한겨레>는 선거 가능 연령에 관해 보도했다. 이를 통해 ‘선거제도 개편안’이 ‘정치 개혁’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했다.

▲ 선거제 개혁 단일안에 관한 <조선> <한겨레> 기사 본문 프레임 비교. ⓒ 양안선

보수신문, 특정 정당·지역 ‘밥그릇 지키기’ 프레임

<조선> 본문에 가장 많이 사용한 프레임은 ‘밥그릇 지키기’(55%)다. 3월 18일 ‘새  선거제 적용 땐…與 128→143석, 한국당 113→95석’, 3월 19일 ‘與•정의당 12~15석 늘고, 한국•바른미래 5~18석 줄어’ 기사가 대표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 유리한 구조로 개편되는 점을 강조하며 선거제도 개편을 찬성하고 있는 두 정당의 ‘밥그릇 지키기’로 현 상황을 프레임했다. ‘3대 날치기 악법은 민주당 이중대를 교섭단체로 만들고 청와대가 검경을 장악해 독재하겠다는 것’, ‘한마디로 좌파 독재 장기 집권 플랜’ 이란 말을 인용하며 독자들에게 선거제도가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한 편식 제도임을 부각했다.

서울 지역에서 유리함을 강조하며 지역 간의 ‘밥그릇 지키기’로 선거제 개편안 이슈를 다루기도 했다. 3월 19일 ‘새 선거제 땐, 서울 7석·영남 7석·호남 6석 감소… 지역의원들 반발’ 기사가 그 예다.

<조선>은 선거제도 개편안의 수치를 분석하며 유권자가 이해하기에 복잡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암호처럼 복잡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한 의원의 반응을 인용해 ‘복잡’ 프레임을 활용했다.

진보신문, 선거제 개편안은 ‘정치 개혁’ 시발점 프레임

<한겨레>는 프레임 비율이 ‘정치 개혁’ 56%, ‘기타’ 22%, ‘수단’ 17%, ‘약속 이행’ 6%다. ‘정치 개혁’ 프레임으로 선거제 개편안을 바라보는 비율이 가장 높다. <한겨레>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거대 양당의 기득권이 무너지고 소수 정당의 의회 진출이 넓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3월 19일 ‘민심 반영한 국회 만들 ‘선거제 개편’ 첫발 뗐다’ 기사가 대표적이다.

<한겨레>는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 잠정 합의 이후 1주일 사이에 ‘연동형 비례제 나라를 가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정치 개혁’ 프레임을 부각했다. 기획기사 4개로 뉴질랜드 사례를 보도하며 연동형 비례제의 정치 개혁 방향을 진단했다.

<한겨레>는 <조선>보다 주요 프레임 강조에 적극적이었다. <한겨레>는 선거제 개편안 관련 기사 18건을 내보내 <조선>보다 7건 더 많았다. 분석기간에 ‘정치 개혁’ 프레임을 부각하기 위해 사설, 기획기사 등 다양한 형식을 활용하여 심층보도했다.

두 신문의 프레임 차이는 제목보다 본문에서 더 확연히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밥그릇 지키기’가 주를 이뤘고, <한겨레>는 ‘정치 개혁’이 주 프레임이었다. 주목할 점은 두 신문 모두 상대방의 주요 프레임 기사를 전혀 싣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선>은 선거제 개편안을 ‘정치 개혁’ 프레임으로 바라본 기사를 한 건도 싣지 않았고, <한겨레>도 ‘밥그릇 지키기’ 프레임 기사를 한 건도 싣지 않았다. 극단적 프레임으로 대치중인 언론 상황은 현 정치권의 대치 정국을 그대로 반영한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오신환 의원 사보임을 강행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신환 사보임’을 허가했다. 선거제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제도는 바뀌겠지만 두 신문이 드러낸 프레임은 정∙반∙합을 거치지 않은 채 평행선을 유지할 것이다. 정치와 언론은 지금도 한 통속이 되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게임을 벌이고 있다.


편집 : 정소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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