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우리나라는 오염물질을 줄이는데 예산을 쓰는 게 아니고 피하거나 임시로 모면하는 데 쓰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마스크 배포나 인공강우 실험 등은 ‘보여주기’에 불과하고 국민 건강과 환경을 오히려 해롭게 할 수 있습니다.”

30여 년간 미세먼지를 연구해온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장재연(61)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25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미세먼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혔다.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인 장 대표는 1986년 미세먼지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쓴 이후 대기오염, 수돗물 등 환경과 공중보건 분야의 시민운동을 이끌었고 최근 <오마이뉴스> 등에 미세먼지 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을 장기 연재했다. 

미세먼지 줄이는 대신 ‘피하기’ 유도하는 정책 

장 대표는 정부가 영세업체 배출감축이나 단독주택 낡은 보일러 교체 지원 등 미세먼지 오염원을 줄이는 노력 대신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보급하고 인공강우, 야외 공기정화기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들은 정부, 지자체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든지 숨어서 배출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거든요. 그런 경우 반드시 지원이 따라야 하고, 그런 설치를 해주면 미세먼지 발생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마스크는 아무리 많이 공급을 해도 미세먼지 줄이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요. 오히려 쓰고 버린 마스크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더 발생하죠.” 

정부와 여당은 지난 18일 추가경정예산안에 ‘미세먼지 취약층’인 저소득층과 영세사업장 옥외근로자 250만명에게 마스크를 보급하는 계획을 반영했다. 장 대표는 “(이런 것은) 선심성 정책이면서 국민의 건강을 오히려 해롭게 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오히려 호흡곤란 등 건강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미세먼지 농도 250입방미터당마이크로그램(㎍/㎥)이상을 마스크 착용 기준선으로 제시한 반면 우리 정부는 훨씬 낮은 50㎍/㎥에서 착용을 권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 장재연 대표는 미세먼지 문제의 대안으로 마스크를 이야기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피하기’와 단기대응 중심의 정부 대처를 비판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스모그 프리 타워’ 등 오염된 공기 정화 불가능

그는 정부가 지난 1월 서해안에서 인공강우를 시도한 데 이어 중국과 공동실험을 추진하고, ‘스모그 프리 타워’로 불리는 대형 공기정화기를 도심에 세울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해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장의 폐수를 막아야지 강을 정화하는 일은 어렵고, 바다로 오염원이 흘러들어가는 걸 막아야지 바닷물을 정화할 순 없죠. 마찬가지로 미세먼지도 공장 굴뚝,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막아야 합니다. 일단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겠다는 것은 무모하고 비효율적이고 환경오염관리의 기본을 무시하는 거예요. 그런 것에 쓸 여력을 오염물질 줄이는 데 써야 합니다.”

장 대표는 “건강피해는 1년 내내 미세먼지에 노출된 결과 발생하기 때문에 농도가 높은 날 반짝 실행하는 단기대응은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적인 방심을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만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차량 2부제를 실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5~10년을 두고 장기적으로 오염 배출을 줄여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인공강우, 야외 공기청정기 등 ‘보여주기식’ 대신 영세기업 배출 저감 지원 등 근본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장재연 대표.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과도한 공포와 ‘중국 탓’이 대책 왜곡 

장 대표는 미세먼지가 사망, 폐질환, 암 등을 유발해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과도한 공포감이 조성되면서 대책이 왜곡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3년 이후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이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 탓’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정보를 유포하면서 국내 오염원을 줄이는 대신 ‘남 탓’과 함께 마스크·공기청정기 등 개별적으로 피해를 모면하는 대응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가 분명 있지만 최근 5년간 중국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40% 줄었는데 우리는 오히려 늘었다”며 공장, 발전소, 소각장, 자동차 등 국내 발생 미세먼지 의 직접 피해가 큰데도 중국 탓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중국 탓’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은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와 관련이 있었지 않나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 지난 5년간 초미세먼지 국내 발생량은 늘었지만 한반도에 가까운 산둥성을 포함, 중국의 초미세먼지 발생량은 4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재연 대표는 ‘중국 탓에 국내 미세먼지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장 대표는 또 현재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수준이 ‘사상 최악’이라는 보도가 많았지만 실제로는 1970~80년대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대기오염 개선 정책을 추진,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다만 2000년대 이후 경유(디젤)차량을 권장하는 정책과 함께 산업규제가 약해지면서 2013년 이후 미세먼지가 다시 늘어났고, 동시에 미세먼지 예보제가 도입되면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지금 미세먼지 수준도 절반가량으로 낮춰야 하지만 공포감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저감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줄이면 ‘기후붕괴’도 막는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기후변화라는 공감대는 전 세계적으로 있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줄이고 소각을 줄여야 하는데 그것은 곧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우리 인류의 미래와 자라나는 세대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장 대표는 미세먼지 대책이 곧 기후변화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덜 쓰고 에너지소비를 줄이면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적극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야당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석탄발전이 늘어 미세먼지가 심각해졌다’며 원전 확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통계를 보면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오히려 줄었다”며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장 대표는 또 우리 사회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불편한 대중교통을 쾌적하게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환경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편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우리사회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환경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편한 사회’가 되도록 대중교통 개선 등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재연 대표.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경제방송 SBSCNBC는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9 시즌방송을 3월 14일부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임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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