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정두언 전 국회의원

“서울시장은 행정가지만 대통령은 정치가예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가 빵점이에요. 몰라도 너무 몰라요. 그러면 주변 사람 도움으로 정치를 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형을 비롯해서 간신들 데리고 정치를 하더라고요.” 

이명박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에서 ‘엠비(MB·이명박) 저격수’로 변신한 정두언(62) 전 국회의원이 28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뇌물·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을 때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17~19대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대통령을 지켜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 지난 6일 병보석을 허가받았고, 지난 27일 항소심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욕설을 해 재판부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상득 전 의원 등 인사권 휘두르며 돈 거래” 

▲ 정두언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까지는 일도 잘 하고 소통도 잘 했는데 대통령 되더니 달라졌다”며 “친형 등 ‘간신’만 데리고 정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과 측근들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인사권을 휘두르며 돈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인수위 시절에 딱 보니까 인사니 뭐니 이루어지는데 다 그 뒤에 돈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여요.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사람이 감투를 쓰는데, 그 사람이 심지어는 친박(친박근혜), 친노(친노무현)예요. 그럼 그게 결국 뭘 갖다 줬단 얘기밖에 더 되냔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걸 챙기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권력을 잡으면 챙기는 거다...”

정 전 의원은 천문학적 대선자금을 관리하면서 ‘권력 사유화’를 시작한 이상득 전 의원이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박철언(처사촌), 김영삼 시절의 김현철(아들), 김대중 시절의 김홍일·홍업·홍걸(아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노건평(형)처럼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한 ‘55인 사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득 의원은 출마를 강행했고, 정 전 의원은 이후 권력 기관의 사찰 대상이 돼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정두언과 친한 자들 씨를 말리겠다” 지인들 피해도 

“나만 미행하면 넘어갈 수 있죠. 같이 저녁을 먹은 지인들이 다 미행을 당하는 거예요. 기준은 자기잖아요. 자기가 받으니까 나도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주변 사람 다 조사하는 거예요. 정두언에게 뭘 줬겠거니...”

▲ 이명박 정부 초기 이상득 전 의원 등 ‘실세’에게 반기를 들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나는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미행과 검찰조사, 세무조사 등을 당했다”고 말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정 전 의원은 당시 “대한민국에서 정두언과 친한 자들의 씨를 말리겠다”는 권력 실세의 발언을 전해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은 세무조사, 검찰조사를 받는 등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사찰의 배후로 의심 받은 이상득 전 의원은 이명박 집권 말기인 2012년 7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돼 1년2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개인 비리와 함께 ‘사자방’으로 불리는 사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등의 의혹도 받고 있다. 정 전 의원은 특히 자원외교는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세상에 자원에 외교를 붙이는 것처럼 어리석은 게 어디 있어요? 우리가 자원을 사는데 ‘나 사러 간다’, 그것도 그냥 사러 가는 게 아니라 ‘우리 국가 목표야’, 그리고 ‘무지 센 사람이 사러간다’ 그러면 저쪽에선 어떻게 하겠어요? 쾌재를 부르는 거죠. 그렇게 어리석은 일을 벌인 거예요. 자원분야가 국제적으로 가장 브로커(거간꾼)들이 많은 분야거든요. 그러니까 브로커들만 먹여 살린 꼴이 된 거죠.”  

실제로 ‘미얀마 해상 석유광구 개발’과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 등 당시 추진한 자원사업은 상당수가 막대한 손실을 남긴 채 무산됐다.

‘왕정 종식’ 위해 대통령이 반대 의견 들어야 

한편 정 전 의원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가 지난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후 반민특위로 국론이 분열됐다”고 한 말에 대해 “역사에 무지한 자신의 콘텐츠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해달라”고 한 것에 대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원수모독죄’라고 한 것 등은 과잉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정(軍政)은 종식됐지만 왕정(王政) 종식이 안 됐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왕조시대 권력관이 이어져 대통령도 오만과 독선에 빠지기 쉽다”고 정치인들의 충성 경쟁을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은 곁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둬야 한다”며 “현재 문재인 대통령 옆에도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 정두언 전 의원은 우리 정치가 아직 왕조시대의 권력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으려면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이날 방송에서 정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 낙선한 후 이혼까지 겪으면서 ‘극단적 시도’를 했다가 살아난 적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음반을 4집까지 낸 ‘가수’이자 연기자의 꿈도 갖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소재로 대본을 쓴 뒤 자신이 최태민 목사 역을 맡을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젊은이들에게 어떤 삶을 조언하고 싶은가’하는 질문에는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라고 답했다. 그는 “많이 배우고 지위가 높았던 사람일수록 나이 들어 경로당도 못가고 외롭게 지내더라”며 “평범하게 산 사람들이 이웃과 어울리고 불려 다니며 삶의 질이 더 좋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경제방송 SBSCNBC는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9 시즌방송을 3월 14일부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오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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