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김균미 서울신문 대기자 (한국여기자협회장)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는 예비 언론인들이 현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신문방송사 간부들을 초청해 다양한 세미나와 인터뷰 등을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김균미 대기자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로 초청, 미디어 지형의 변화와 신문방송사들의 혁신 노력, 언론사가 원하는 인재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여기자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에게 우리나라 언론계의 성평등 현황과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인터뷰 진행은 제정임 소장과 임형준 연구원이 맡았다. (편집자)


“무엇보다도 기자로서 근성과 사명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는 단순한 직장인(월급쟁이)이 아니잖아요.”

김균미(54) 서울신문 대기자는 언론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설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기자의 ‘근성’과 ‘사명감’을 꼽았다. 1989년 입사해 경제부 기자와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장, 부국장 등을 거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한 김 대기자는 <김균미의 글로벌이슈> 등 칼럼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다. 그는 “요즘 사명감을 말하면 꼰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자는 (공익을 위한) 사명감이 있어야 끈질기고 집요하게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기자의 ‘근성’과 ‘사명감’

▲ 서울신문에서 첫 여성 편집국장을 지낸 김균미 대기자(한국여기자협회장)는 언론사가 중시하는 기자의 덕목으로 근성과 사명감을 꼽았다. ⓒ 장은미

그는 특히 미디어 융합 추세와 함께 언론사들이 ‘멀티형 인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영상, 그래픽, 소셜 미디어, 유튜브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울러 취재하고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신입사원들에게 기대한다는 것이다. 김 대기자는 또 자신 만의 좁은 틀에 갇히지 않고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 호기심을 갖고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는 사람,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사람, 부지런히 발로 뛰는 사람, 유려한 글쓰기보다는 논리적 글쓰기를 잘 하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망생들은 언론사 시험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김 대기자는 무엇보다 “다양하게 많이 읽고 자기 생각으로 정리하는 훈련을 하라”고 조언했다.

“스터디를 통해서 정형화된 답을 써내는 것은 지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보니 답이 비슷해요. 너무 판박이 같은 답들이에요. 그런 답안은 채점과정에서 거르죠. 토론은 같이 하되 내 생각과 내 경험을 녹여서 자기 논리로 풀어내는 연습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또 “스펙을 위한 스펙을 쌓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입사지원자들이 해외연수, 교환학생, 인턴십, 자격증 등 너무 많은 실적을 내미는데, 언론사들은 지나치게 화려한 스펙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저희 입장에서 보면 지나친 ‘고스펙’은 부담스러울 뿐입니다. 스스로 내실을 다지면서 시야를 넓히고 하나의 사안을 깊게 보는 훈련을 했으면 좋겠어요. 인턴십 너무 많이 하지 말고 하나를 하더라도 나를 좀 더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을 내는 게 중요해요.”

▲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제정임 소장(가운데)과 임형준 연구원이 김균미 대기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 장은미

30년 전 입사한 김 대기자는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진 언론 환경에서 경영진, 중견 간부, 젊은 기자들이 각각 다른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경영진은 종이신문 등 전통언론의 위상이 추락하는 가운데 온라인 서비스 유료화 등 생존전략을 고민한다. 유선전화와 ‘삐삐’를 쓰며 현장을 누볐던 4050세대 언론인은 스마트폰이 보편적 뉴스 통로가 된 상황에서 ‘통합 뉴스룸’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 등에 시달린다. 2030세대 기자들은 회사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주문하며 부담을 주지만, 정작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은 주지 않아 불만이 많다.

2030기자와 4050기자의 같고도 다른 고민

서울신문도 올해 초 편집국장 직속으로 ‘디지털미디어센터’를 만들어 콘텐츠를 통합 관리하고 마케팅, 소셜미디어랩을 총괄하는 등 혁신 노력을 하고 있다. 사내에 남북관계 등을 다룰 ‘평화연구소’와 여성문제를 다룰 ‘젠더연구소’를 설립해 해당 분야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서울신문에서 탐사보도팀을 만들었다 없앴다 했는데, 지난해 부활한 탐사보도팀에서 ‘간병살인’ 보도로 기자상을 받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죠.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정통 언론으로 살아남는 방법은 역시 탐사와 심층보도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여기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균미 대기자는 인사상의 남녀차별 철폐, 여기자들의 연수 등 자기계발 기회 확대와 함께 남녀 기자들의 육아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여기자협회의 리더십 세미나 참가자들. (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김균미 회장). ⓒ 한국여기자협회

한편 지난해 한국여기자협회장에 선임된 김 대기자는 “최근 언론사 입사자 중 여기자가 40~50%가 될 정도로 채용단계에선 차별이 개선됐지만 간부, 임원으로 가면 여성 비율이 10~20%에 그친다”며 “회사별 여성 간부비율 공개 등으로 압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여기자들의 경력단절을 낳는 보육 문제 해결을 위해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당당히 쓸 수 있는 여건 조성과 언론사 공동육아시설 설치 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편집 : 황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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