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혐오’

▲ 황진우 기자

지난 2014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0라운드 FC 바르셀로나와 비야레알 경기 중 관중들의 눈을 찌푸리게 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FC바르셀로나 소속이던 브라질 출신 ‘다니 아우베스’ 선수에게 비야레알 관중들이 바나나를 던진 것이다. 아우베스는 코너킥을 차려고 구석으로 가는 도중 바나나를 발견해 재치있게 까먹고 경기에 다시 임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언론을 통해 ‘스페인은 인종차별 문제로는 후진국에 속한다’며 비판한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2014년부터 ‘SAY NO TO RACISM'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축구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FIFA가 주관하는 대회를 비롯한 모든 축구 경기에서 이 구호를 볼 수 있다. 캠페인은 경기를 넘어 PC게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EA SPORTS’가 만든 게임 ‘FIFA’ 시리즈 게임 화면에도 이 구호를 볼 수 있다. 축구를 단순히 즐기는 게 아니고 인종차별을 없애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행동은 좋은 결실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17년 11월 우리나라와 콜롬비아의 친선경기에서 콜롬비아 ‘카르도나’ 선수가 우리나라 ‘기성용’ 선수를 향해 눈을 찢는 행위를 했다. 눈을 찢는 행위는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카르도나’ 선수는 뒤에 SNS(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사과했지만 FIFA 징계를 피하긴 어려웠다. 2017년 5월에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우루과이 ‘발베르데’ 선수가 관중석을 향해 눈을 찢는 행위를 해 비난을 받았다.

▲ FIFA(국제축구연맹)는 2014년부터 ‘SAY NO TO RACISM'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google

일곱 달 전 막을 내린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인종차별 행위는 계속됐다. 우리나라와 같은 조였던 독일과 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관중들은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에게 ‘푸토(PUTO)’라는 동성애를 비하하는 용어를 썼다. 덴마크와 호주 경기에서도 덴마크 관중들이 호주 관중들에게 물건을 던지며 성차별과 관련한 용어를 사용해 덴마크 축구협회가 벌금을 물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축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인종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는 게 미덕임을 모르는 걸까? 2014년과 2018년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과 프랑스만 봐도 국가대표 선발 때 이민자 선수들을 받아들이고 인종차별을 없앤 나라들이다. 차별을 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하면 다양성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법이다. 평화와 화합의 장인 스포츠 축제에서 인종차별 같은 행위가 벌어진다면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2014년부터 시작한 FIFA의 캠페인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 벌금 규정을 강화하거나 인종차별 행위를 한 선수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관중한테도 인종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국가 이미지는 국가대표 선수뿐 아니라 대회 개최국 관중이나 원정응원단의 행동거지를 통해서도 형성된다. 너무 승부에만 집착하지 말고 선전한 상대팀에도 박수를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스포츠 강국은 매너 강국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황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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