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원장 MBC 대담

▲ 23일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원장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한국 언론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 MBC

“가짜뉴스가 대중에게 먹혀 들어가는 걸 보면 심각합니다. 진짜뉴스가 ‘솔직’하지만 가짜뉴스만큼 ‘솔깃’하지는 않거든요.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론장을 파괴할 정도로 폐해가 심각합니다. 이 정도 상황이면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학계에서 가짜뉴스의 정의부터 다시 하자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일리는 있지만 한국 언론학계에 너무 자유주의자가 많은 것 같아요.”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23일 MBC 표준FM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한국 언론의 신뢰가 추락한 원인과 최근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파되는 가짜뉴스의 문제 등을 짚어봤다. 2008년부터 11년간 언론계 출신 다른 교수들과 함께 예비언론인을 교육해 200여 명을 범언론계에 배출한 이 원장은 특정 사안을 보도할 때 언론사마다 논조가 정반대인 현상에 관해 “정권에 따라 언론들이 공수교대가 이뤄지면서 진영논리가 작동하는 건데 이는 우리 언론이 사실과 의견을 뒤섞어 보도하는 잘못된 관습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이봉수 원장이 2017년 1월 미디어비평집 <중립에 기어를 넣고는 달릴 수 없다> 출판기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손준수

그는 “세계 일류 언론은 사실과 의견을 분리해 일선기자들이 기사 속에 자기 주장을 집어넣을 수 없다”며 “한 사안의 진실은 하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스트레이트 기사 속에는 마치 논설위원처럼 기자의 관점이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기성언론도 가짜뉴스 생산하고 정파성 드러내”

이 원장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져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게 된 데는 기성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성언론 중에도 가짜뉴스의 생산자인 동시에 전파자인 곳도 많고 사이비 매체처럼 정파성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가짜뉴스를 막을 대안으로 미디어를 올바르게 접하는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원장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전적 미디어 이론에 얽매여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악의적 왜곡보도에 대해 징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독일신문 판매대. 이봉수 원장은 한국 언론이 잃어버린 믿음을 회복하는 건 어려운 과제이지만 언론인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풀 수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 pixabay

“큰돈 안 들이고도 쉽게 1인매체 같은 걸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 그것이 오히려 여론의 다양성이 아니라 여론의 양극화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중도 언론의 입지가 매우 좁습니다. 내용이 극단적이어야 충성도 높은 독자와 시청자를 모을 수 있으니까 잘 나가는 유튜버들은 거의 다 양 극단에 포진해 있습니다. 객관주의와 중립은 언론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인데 그것을 우습게 아는 매체일수록 팬덤이 생기고 돈이 되니까 사이비 언론이 창궐하는 겁니다.”

미디어 자체비평과 상호비평이 절실한 시대

이 원장은 언론이 망가진 이유로 미디어 자체비평과 상호비평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는 “독자권익위원회에서 자체비평을 하고 있지만 위원들이 언론사와 똑같은 성향의 사람들로 구성돼 자화자찬을 하거나 지엽적인 걸 지적하는 데 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의 <가디언>은 매주 미디어 섹션을 만들어 사이비 보수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과 달리 우리 기성언론들은 동업자의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라는 공룡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공룡인 언론밖에 없다”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비영리 대안매체인 <단비뉴스>가 ‘한국 언론을 망친 사람들’을 연재하는 등 기성언론이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끊임없는 유혹과 압박 속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언론인들이 언론 환경 탓만 해서는 안 되고 개개인의 각성과 노력을 바탕으로 집단의지를 표출하고 집단행동도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23일 MBC 표준FM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을 맡은 박지훈 변호사가 이봉수 원장을 인터뷰한 방송 내용 전문>

◎ 진행자 > 제가 어릴 때는요. 어떤 문제를 두고 친구랑 말싸움하고 다투다가 이 말 딱 나오면 끝입니다. 무슨 말이었을까요? 야, 어젯밤에 뉴스 다 나왔어, 아침 신문에 다 나왔어, 네, 방송 신문에 나왔다, 이러면 더 할 말 없잖아요. 이건 그만큼 언론에 대한 믿음, 신뢰가 있었다는 뜻인데요. 그런데 지금은 어디 그렇습니까? 방송에 나왔다면 그래서 어쩌라고 이럽니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가 다 엉터리라서가 아니고 유튜브만 본다 이런 분도 있는데요. 우리 언론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오늘 ‘이슈이슈’ 시간에는 언론인을 교육하고 키우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이봉수 대학원장과 우리 언론의 문제점,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아주 구체적으로 심도 있게 짚어보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 이봉수 > 별로 안녕하지 못합니다.

◎ 진행자 >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아요.

◎ 이봉수 >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코맹맹이 소리 나도 양해 바랍니다.

◎ 진행자 > 전 언론에 대한 불만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개인신상 때문에 그렇다. 제가 서두에 잠깐 말씀드렸는데요. 요즘 기사 밑에 따라 붙는 댓글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기사 포털 기사를 보면 ‘믿고 거르는 ◯◯일보’ 그리고 ‘◯◯신문은 그냥 패스’ 이런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해당 언론의 기사와 논조를 불신한다,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문제라고 봐야 될 것 같은데요.

◎ 이봉수 > 자기가 좋아하는 신문과 방송만 보고 듣는 거죠.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논조가 다른 매체를 크로스체크 해야 되는데 좋아하는 것만 보니까 균형된 시각을 가질 수 없습니다. 좋아하는 논조의 기사만 편식하면 편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거죠. 음식이야 항상 자기가 좋아하는 맛집에 가더라도 말릴 수 없지만 뉴스의 편식은 여론을 양극화해서 우리 사회를 갈등사회로 몰고 갑니다. 민주주의가 작동되는 데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 진행자 > 그런데 과거에도 이런 말 있긴 했어요. 어떤 신문은 보수다, 어떤 신문은 진보다, 자기가 보기 싫다, 못 믿겠다 했는데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된 건가요?

◎ 이봉수 > 네, 큰 돈 안 들이고도 쉽게 1인매체 같은 걸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

◎ 진행자 > 유튜브.

◎ 이봉수 > 네, 유튜브 같은 경우, 그게 오히려 여론의 다양성이 아니라 여론의 양극화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중도언론의 입지가 매우 좁습니다. 내용이 극단적이어야 충성도 높은 독자와 시청자들을 모을 수 있으니까 잘 나가는 유튜버들은 거의 다 양 극단에 포진해 있습니다.

◎ 진행자 > 그렇죠. 중도는 없다고 봐야죠. 아무도 안 들어요. 그건.

◎ 이봉수 > 떠오르는 게 없죠. 객관주의와 중립은 언론이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인데 그걸 우습게 아는 매체일수록 팬덤이 생기고 돈이 되니까 사이비 언론이 창궐하는 겁니다.

◎ 진행자 > 이게 특정 사안도 보면 보도 태도를 딱 보면 언론사마다 논조가 완전 정반대예요. 완전 O 아니면 X인데 이게 언론들 사이에 소위 말하는 진영논리가 작동된다, 이런 지적도 많은데요. 진영논리가 작동되는 것 괜찮습니까?

◎ 이봉수 > 한 사안에 대한 진실은 하나 밖에 없죠.

◎ 진행자 > 하나 밖에 없잖아요.

◎ 이봉수 > 우리나라는 주요 언론사들마저 너무나 다르게 보도를 합니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보수언론이 호위무사 구실을 하고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공격과 수비에서 공수교대가 일어납니다. 진영논리가 작동하는 건데 이것은 우리 언론이 사실과 의견을 뒤섞어 보도하는 잘못된 관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사실과 의견을 섞어서 보도한다.

◎ 이봉수 > 예, 세계 일류 언론들은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고 일선 기자들은 기사 속에서 자기주장을 못 펴게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트레이트 기사에 기자의 관점이 막 들어갑니다. 우리나라 기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거의 논설위원급이에요.

◎ 진행자 > 기자들이 제목 달아놓은 것 보면 이 말 써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가관입니다. 다르기도 하고요. 자기가 뭐라고. 논설위원급이라는 건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잖아요. 평기자가.

◎ 이봉수 > 예, 그래서 진영논리와 정파성은 우리 언론의 참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니까

◎ 진행자 > 아, 저는 진영이 없습니다.

◎ 이봉수 > 외국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거죠?

◎ 진행자 > 외국 이야기가 절반입니다. <세계는 우리는>이니까요.

◎ 이봉수 > 영국의 가디언이라는 진보신문이 있는데 원래 노동당을 지지했고 노동당이 집권하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했습니다. 그런데 토니 블레어가 자꾸 우경화하니까 가장 신랄한 비판자로 변신합니다. 심지어 당시 야당인 보수당을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 진행자 > 보수당 지지를 한다고요. <가디언>지가.

◎ 이봉수 > 그때 인디펜던트 신문 미디어면에 이런 기사가 났어요. ‘Guardian is playing the blues’, 그러니까 가디언이 블루 편을 든다 이런 얘기인데, 블루는 세계 공통의 보수당 색깔입니다. 우리나라는 보수당이 족보에도 없는 빨간색으로 이렇게 써서 헷갈리기 작전

◎ 진행자 > 바뀌었죠.

◎ 이봉수 > 지금도 빨간 색 아닙니까?

◎ 진행자 > 지금은 민주당하고 바꿨잖아요. 자유한국당은 빨간색이죠.

◎ 이봉수 > 자유한국당 말씀이죠. 그런데 그 기사를 읽어보면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대표가 “우리는 감세하지 않겠다”, 그리고 National Health Service, 영국의 의료보험체계입니다. “의료복지도 강화하겠다”, 이러는 거예요. 그런데 원래 보수당 정책은 감세하고 복지 축소잖아요. 그래서 보수가 오히려

◎ 진행자 > 보수당의 기본적 취지가

◎ 이봉수 > 그런데 가디언은 이 진영논리가 아니라 자기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서 보도하는 겁니다. 때론 지지하고 때론 말하자면

◎ 진행자 > 그게 맞다는 거죠.

◎ 이봉수 > 비판하고. 그런데 우리 언론은 양쪽 다 그렇지가 못하죠.

◎ 진행자 > 한번 그쪽 가버리면 돌아올 길이 없습니다. 보수언론이 계속 보수 쪽으로만 하고 진보언론이면 계속 진보적으로만 하고 그 말씀인데 자, 이런 행태도 문제지만 또 다른 또 심각하게 보시는 현상, 교수님 뭐가 있습니까?

◎ 이봉수 > 요즘 경제뉴스 보니까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

◎ 진행자 > 경제요?

◎ 이봉수 > 경제뉴스보도가요. 특히 그 보수언론은 정권을 비판하려는 의지가 너무 강해서 경제가 나쁘다는 뉴스를 끝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경제는 세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자꾸 나쁘다는 기사를 내보내면 실제로 국민의 소비성향이나 또는 기업의 투자의욕이나 고용의욕 같은 게 떨어지게 됩니다. 경제 전망기사에 무슨 뭐 ‘자기 실현 효과’라고 할 수 있겠는데 언론도 경제를 악화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진행자 > 경제뉴스를 너무 자의적으로 보도한다는 말씀이네요.

◎ 이봉수 > 예를 들면 부동산 보도만 하더라도 정부 부동산 정책을 그렇게 비판하더니 요즘 조금 가격이 내리니까 기사를 또 안 써요. 값이 오를 때도 극단적 사례, 예를 들면 한국에서도 부동산 값 폭등의 진원지인 서울에서도 강남, 거기서도 가장 많이 오른 사례만 취재해서 어떤 때는 또 실제 거래도 되지 않은 호가 위주로 값이 폭등했다, 이렇게 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파트 내놨던 사람들도 ‘내가 너무 싸게 내놨나’ 이러면서 매물을 거둬들입니다. 그렇게 되니까 아파트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경제뉴스에서 이걸 지렛대 효과라고 할 수 있겠는데, 신문 팔아먹고 아파트 분양 광고 따먹고 이것도 좋지만 결국 경제 현실을 왜곡하고 궁극적으로는 좋은 경제정책을 무산시키는 겁니다.

◎ 진행자 > 그런 문제점이 있다는 거네요.

◎ 이봉수 > 또 하나 예를 들면 종합부동산세를 두고 보수신문이 ‘세금폭탄’이다, 이런 프레임을 동원했죠. 그런데 실은 극소수 보유층이 엄청나게 벌어들인 자산소득에 대해 세금 내는 거고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근로소득세 같은 세부담을 줄여주는 건데 서민들도 ‘이거 폭탄 터지면 나도 하다못해 파편이라도 맞겠구나’, 이런 걱정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종부세를 반대합니다.

◎ 진행자 > 사실 제대로 보도하려면 아주 부자들한테만 적용되는 거지, 90몇 % 서민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 이렇게 보도돼야 된다는 거잖아요.

◎ 이봉수 > 서민들한테는 이게 ‘세금폭탄’이 아니라 ‘세금폭죽’이에요. 왜냐하면 전혀 겁낼 필요가 없고 좋은 거거든요.

◎ 진행자 > 폭죽이에요?

◎ 이봉수 > ‘세금폭죽’.

◎ 진행자 > 팡팡 터져서.

◎ 이봉수 > 축배잖아요. 축배를 드는 거죠.

◎ 진행자 > 그렇게 보도 되는 게 더 맞다는 거죠?

◎ 이봉수 > 그게 맞다는 거죠. 제가 보기에는.

◎ 진행자 > 교수님 얘기 들어보니까 지금 언론이 제목이라든지 진영논리에 빠져서 조금 호도하는 측면도 있다 생각이 듭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데 이 언론은 조금 위상이 추락하면서 한편으로 유튜브 또 소설미디어 이런 건 엄청나게 영향력이 커지고 있거든요. 신재민 전 사무관 같은 경우는 1인방송 형식을 통해서 정부의 의혹을 폭로 했습니다. 왜 언론이 아니라 유튜브 같은 걸 택했다고 보십니까?

◎ 이봉수 > 프랑스 신문의 르몽드 신문이라고 아시죠. 거기 콜롱바니 회장이 언론의 두 주적을 꼽았는데

◎ 진행자 > 뭐죠?

◎ 이봉수 > 하나는 돈, 하나는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 진행자 > 돈과 시간?

◎ 이봉수 > 예, 왜 그러냐 하면 돈은 재정독립이 없으면 언론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거 잘 아실 거고요. 그래서 언론의 하나의 적이고 또 하나는 시간은 그 속보성이 중요해지면서

◎ 진행자 > 빨리 가야 되니까요.

◎ 이봉수 > 권위 있는 논평을 낼 여유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또 다른 언론의 적이다,

◎ 진행자 > 제가 답을 해볼게요. 시간과 돈이 있는 곳이 있습니다. 1인 미디어.

◎ 이봉수 > 네, 1인미디어.

◎ 진행자 > 바로 즉각으로 올릴 수 있고 돈 10원도 안 들거든요.

◎ 이봉수 > 1인미디어 유튜버들은 이 두 측면에서 아주 유리합니다. 왜냐 하면 돈도 별로 안 들이고 신속하게 대충 만들어서 올리는데 그게 또 돈을 벌어들이는 이런 수익구조로 운영됩니다.

◎ 진행자 > 그렇군요.

◎ 이봉수 > 신재민 전 사무관은 정책결정 과정의 극히 일부분만 보고 나름대로 정의감이 발동한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유튜버로 뜨고 싶은 생각도 했을지도 모르겠다,

◎ 진행자 > 모르겠다. 예. 수요일에 마련한 ‘이슈이슈’, 오늘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이봉수 원장 모시고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잠시 광고 듣고 와서 다시 이어 가겠습니다.

<이슈이슈>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이봉수 원장과 함께 유튜브 1인미디어가 약진하는 시대에 우리 언론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 짚어보고 있습니다. 1인미디어 참 많이 잘 되고 있어요. 자, 3부에서 짚어봤는데요. 더 문제는 기성언론에서 유튜브에서 나온 내용을 그대로 전하는 경우가 있어요. 결국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데 언론이 가장 큰 역할한다, 이런 얘기까지 있습니다.

◎ 이봉수 > 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게 된 데는 기성언론 책임도 큽니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이버 매체는 기동성 있게 움직이는데 기성언론은 굉장히 굼뜨죠. 또 기성언론 중에는 가짜뉴스 생산자인 동시에 전파자인 곳도 많습니다. 또 사이비매체 못지않게 정파성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 진행자 > 전파를 한다는 거죠?

◎ 이봉수 > 네?

◎ 진행자 > 그러면 유튜브 등을 통한 가짜뉴스 생산 확대, 이걸 우리가 그냥 봐야 됩니까? 아니면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나요?

◎ 이봉수 > 가짜뉴스가 대중에게 먹혀 들어간 걸 보면 정말 심각합니다.

◎ 진행자 > 심각합니다.

◎ 이봉수 > 진짜 뉴스가 ‘솔직’하지만 가짜뉴스만큼 ‘솔깃’하진 않거든요.

◎ 진행자 > 사실 보고 싶지 않아요. 가짜뉴스가 더 듣고 싶고 보고 싶어요.

◎ 이봉수 > 이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론장을 파괴할 정도로 폐해가 심각한데 이 정도 상황이면 사실 저는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학계에서 “가짜뉴스 정의부터 다시하자”, 또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일리는 있지만 우리 한국 너무 자유주의자가 많은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고전적 미디어이론에 얽매여서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정말 악의적 왜곡 보도에 대해선 징벌적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대안으로 미디어를 올바르게 접하는 미디어교육을 강화하겠다, 그런데 글쎄요. 필요는 하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들이나 교사들 중에 미디어를 열심히 모니터링 하는 사람이 드문데 누가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 진행자 > 그렇군요. 언론이 제 역할과 제 기능을 다한다면 유튜브도 뭐 없어지겠죠. 유튜브에서 뉴스를 퍼뜨릴 일도 없을 것 같은데 결국 중요한 건 우리 언론이 그 역할을 잘해야 되는 거거든요. 어떻게 해야 됩니까? 교수님 제가 너무 진부한 질문을 드렸네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면 잘해야 된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건데.

◎ 이봉수 > 저널리즘 위기와 관련해서 기성 언론들이 늘 하는 말이 뉴미디어가 출현하고 언론환경이 변화해서 그렇다, 그렇게 얘기하는데 사실 저는 상당 부분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이건 핑계라는 거죠.

◎ 이봉수 > 잘하는 데도 있기 때문에요, 외국에 특히. 우리 언론의 진정한 위기는 신뢰의 위기에서 출발했다.

◎ 진행자 >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 이봉수 > 그럼요. 그래서 잃어버린 믿음을 회복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과제지만 언론인들이 마음먹기에 따라선 풀 수 없는 과제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언론인들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끊임없는 압박과 유혹을 받고 국민들로부터 기레기 소리를 듣지만

◎ 진행자 > 기레기요.

◎ 이봉수 > 네, 그래도 프로들은 이런 언론환경 탓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 개개인의 각성과 노력을 바탕으로 집단 의지를 표출하고 또 집단행동도 필요할 땐 해야 됩니다. 그래서 사실보도와 의견을 엄격하게 보도하고 정파성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노력을 스스로 해야 됩니다. 데스크가 부당한 지시를 하면 저항할 줄도 알아야 되고요.

◎ 진행자 > 안 쓸랍니다. 그만 할랍니다. 이렇게 해야 됩니까?

◎ 이봉수 > 네, 요즘은 그렇게 얘기하면 데스크들이 쉽게 또 재차 지시를 하고 강압적으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거든요. 그런데 스스로 자기검열하고 우리 데스크는 무슨 기사를 좋아해, 이런 식으로 가는 거예요.

◎ 진행자 > 우리 신문은 이렇게 써야 돼, 기자가, 논설위원처럼. 결국은 사실 보도 하고 의견을 엄격하게 분리해서 정파성에 매몰되지 말아야 된다, 이게 지금 우리 언론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네요.

◎ 이봉수 > 그렇습니다.

◎ 진행자 > 교수님이 지금 학교에서 예비언론인들 교육하고 있잖아요.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합니까? 강조합니까? 이런 것.

◎ 이봉수 > 물론이죠.

◎ 진행자 > 강조하는데 왜 나와선 바뀝니까? 사람들이 다.

◎ 이봉수 > 우리 출신들은 안 바뀝니다. 아직까지 기레기 없고요.

◎ 진행자 > 기레기는 없습니까?

◎ 이봉수 > 201명을 배출했지만. 우리 언론이 이렇게 된 데는 사실 언론인 교육과정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널리즘의 표준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채 언론사에 들어간 뒤에는 도제식 교육을 받는 게 우리 언론입니다.

◎ 진행자 > 도제식이요.

◎ 이봉수 > 이게 일본하고 우리하고인데 일본도 지금 거의 없어졌어요.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언론고시에 수만 명이 몰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글 쓰는 테크닉만 좀 익혀서 언론사에 들어간 뒤에는 선배의 판에 박힌 문장스타일, 제작기법, 심지어 그 언론사 가치관까지 그대로 빨리 닮아가는 사람이 좋은 부서 배치 받고

◎ 진행자 > 그래야 그 신문사에서 승진하잖아요.

◎ 이봉수 > 그렇게 되니까 요즘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기자들은 밥도 같이 안 먹는답니다.

◎ 진행자 > 대화 나눠보면 신문사가 어딘지 알겠어요.

◎ 이봉수 > 밥 먹을 때 밥맛 떨어지니까 밥도 같이 안 먹는다고. 그러니까 나라가 두 쪽이 나는 거예요.

◎ 진행자 > 그렇군요.

◎ 이봉수 >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저널스쿨 같은 데서 언론보도의 스탠더드, 표준을 제대로 공유한 뒤에 성향에 따라서 진보나 보수언론에 들어가는 게 보통입니다.

◎ 진행자 > 시험 쳐서. 너는 암만 봐도 보수다, 저쪽 신문사로 가라. 넌 진보다, 진보신문사로 가라.

◎ 이봉수 > 네, 스스로 그렇게 가는 거죠. 추천에 의해서 주로 입사를 많이 하니까요.

◎ 진행자 > 우리가 가지고 마음이 바뀌는 겁니까? 그러면 신념이.

◎ 이봉수 > 그러니까 물이 배는 거죠. 들어가서 회사 규범을 객관적인 저널리즘의 표준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그러니까 나중에는 서로 만나지도 못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요. 그래서 이제 제대로 교육을 받으면 사실 팩트를 가지고 장난 치고 이런 일이 없어지거든요. 우리 스쿨에서는 실무교육과 함께 인문사회 교양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 하면 그런 교양이야말로 비판의식, 역사의식, 그리고 윤리의식을 갖추는 데 기초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진행자 > 지금 말 딱 기억나는 게 팩트, 사실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그리고 자신의 윤리의식이나 인문사회 교양 기본으로 있어야 된다.

◎ 이봉수 > 교양이 쌓이면 역사의식, 비판의식, 윤리의식이 자동으로 생기는 거죠.

◎ 진행자 > 저도 언론 이거 공부하러 가고 싶긴 한데 더 하고 싶은 말씀 있습니까? 오늘 강의하시는 것 같아요.

◎ 이봉수 > 죄송합니다.

◎ 진행자 > 아닙니다. 좋습니다.

◎ 이봉수 > 저는 미디어의 언론인 교육·충원과정이 잘못돼 있다는 것 말고도 한국언론이 외국언론하고 다르고 이렇게 망가진 이유가

◎ 진행자 > 잘못된 이유

◎ 이봉수 > 우리 미디어가 자체비평이 없고 상호비평이 사실 유명무실합니다. 사실 자체비평은 독자권익위원회 같은 게 있어서 지면평가도 하고 있지만 위원들이 언론사와 좋아하는 것 똑같은 성향 사람들로 구성돼 있어요. 그러니까 자화자찬이나 하고 지엽적인 걸 지적하는 데 그칩니다. 로마 교황청에서 성인 추대할 때 후보자의 문제점만 들춰서 얘기하는 ‘악마의 변호인’, 우리 박 변호사님

◎ 진행자 > 저는 악마 아닙니다.

◎ 이봉수 > 잘 아시잖아요. 그런데 우리 언론사 독자위원회 싫은 소리 대신 좋은 소리하는 팬클럽처럼 운영이 돼요.

◎ 진행자 > 맞습니다. 그런 게 있습니다.

◎ 이봉수 > 그러니까 <한겨레> <경향>도 그 시민편집인 제도를 도입했는데 없어지거나 유명무실하죠. 그리고 미디어 자체비평 말고 미디어끼리 상호비평은 우리나라 기성언론들이 특히 동업자 의식이 강해요. 그래서 ‘너나 잘해’, 이런 식으로 서로 그냥 간섭을 안 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영국이나 이런 데 제대로 된 언론이 있는 나라들 보면 진보신문 <가디언> 예를 들면 매주 미디어섹션을 만들어왔습니다.

◎ 진행자 > 일부러 만들죠.

◎ 이봉수 > 네, 그래서 사이비 보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랬죠. 그래서 언론이라는 공룡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공룡인 언론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저희들이 오죽하면 자체 매체인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라고 있는데 거기서 ‘한국언론을 망친 사람들’ 시리즈 하고 있습니다. 어느 기성언론도 못하는 일을, 이거 미디어 비평을 제대로 해보자.

◎ 진행자 > 망친 언론사나 언론인을 지금 바로 합니까?

◎ 이봉수 > 예, 한번 들어와서 보십시오.

◎ 진행자 > 누군지 궁금합니다. 알 것 같기도 한데요. 시간이 다 됐습니다. 그래서 이 얘기만 드리겠습니다. <뉴욕타임스>가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인데, 이 신문의 이름 딴 <뉴욕타임스> 법칙이란 게 있는데요. 어떤 행동을 할 때 다음 날 아침에 <뉴욕타임스> 1면에 나와도 떳떳한지 생각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 행동 하지 말라 이런 뜻이라고 하네요. 기본적으로 <뉴욕타임스>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법칙인데요. 우리 언론, 이 법칙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여기까지.

◎ 이봉수 >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 진행자 > 동감합니까?

◎ 이봉수 > 예.

◎ 진행자 >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이봉수 원장님과 함께 말씀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봉수 > 예, 감사합니다.


편집 :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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