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김성환 의원 분석, 6년 간 국가 손실 17조원

지난 2013년부터 약 6년 동안 국내 원자력발전소 24기가 부실시공·납품비리·부실자재 등의 문제로 누적 6000일 가까이 가동을 멈추면서 약 17조원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원전 관리부실이 여러 차례 사회적 쟁점이 됐지만 구체적 비용이 추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53·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국내 원전이 ‘문제 발생’으로 가동을 멈춘 날이 누적 5568일이었다. 이는 모든 원전이 18개월 간격으로 2달 동안 실시하는 ‘계획예방정비’를 제외한 것으로, 납품비리와 불량자재로 인한 핵심설비 교체, 부실시공된 부분의 보수·정비 등을 위한 것이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일부 언론 ‘탈원전으로 한전 적자 증가’ 주장

▲ 김성환 의원은 2013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납품비리, 부실자재, 부실시공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됐던 사례를 분석해 누적된 원전중단일수를 추산하고, 원전별 용량을 반영해 총 손실액을 분석했다. ⓒ 김성환 의원실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전기를 판매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매출 손실, 대체재인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전력 등을 비싸게 구매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김 의원은 여기에 원전 정비에 들어간 부품 및 설비 교체비용을 더했을 때 약 16조9천억원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이 중 부실시공에 의한 손실이 총 6조5144억원(2631일)으로 가장 컸고, 납품비리가 5조3639억원(1513일), 부실자재가 5조246억원(1424일)이었다.

김 의원은 최근 여러 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으로 원전가동률이 하락하고 한전의 적자가 커졌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지난해와 올해 원전가동률 하락은 정부의 인위적 중지 때문이 아니라 과거 건설된 다수의 원전에서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전남 영광의 한빛 4호기는 1만6428개의 증기발생기 전열관 중 26%에서 균열이 발견돼 원자로 가동을 멈추고 교체공사를 하고 있다. 증기발생기는 원자로, 터빈과 함께 원전을 구성하는 핵심시설이다. 그는 “원전업계가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납품비리와 부실시공 같은 문제에는 눈을 감은 채 정부의 탈원전정책이 원전가동률 하락의 주범인 것처럼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전남 영광군 홍농읍에 위치한 한빛원자력발전소 3, 4호기(왼쪽부터). 한빛 4호기는 원자로 핵심 시설인 증기발생기 균열, 격납건물 철판 부식 등의 문제로 지난해 5월부터 500일 넘게 가동을 멈춘 상태다. 지난 8월에도 방사선 유출을 막는 격납 콘크리트 내부 철판에서 공극(빈 공간) 14곳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같은 공법으로 건설된 한빛 3호기 역시 올해 5~8월 계획돼 있던 예방정비기간을 연장해 추가점검에 들어갔다. ⓒ 한국수력원자력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 8월 14일 자 ‘탈원전 1년의 악몽, 우량기업 한전이 적자 늪에 빠졌다’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원전이용률을 낮추고 값비싼 석유·석탄·LNG 발전을 늘린 탓에 한전이 올 상반기 814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부실시공과 납품비리 등에 따른 가동중단의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고 탈원전 정책에 따라 인위적으로 가동을 줄인 것처럼 서술했다.

탈원전은 60년 걸리는 과정, 아직 본격 시행 안 돼

이정윤(60)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그동안 국내 원전의 비리나 부품 위변조, 부실 공사가 제대로 손해 처리된 적이 없었다”며 “2013년 1월 이전에 가동 중단된 사례와 조기 폐쇄된 월성 1호기까지 감안하면 실제 국가손실액은 17조원 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잇따라 불거지는 원전 안전성 문제를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전남 영광 한빛발전소의 민관합동조사단과 같은) 독립된 기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 적자 논란과 관련해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한전 영업이익 적자는 국제연료가격 상승으로 인한 연료비 증가, 철판부식 등 원전 안전점검을 위한 예방정비로 인한 일부 원전의 일시적 가동 중지, 신규 전력설비 건설 등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이 원인”이라며 “탈원전정책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산자부는 “에너지전환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의 가동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60여년에 걸쳐 자연 감소시키는 것”이라며 “오는 2023년까지 추가로 5기의 신규원전이 준공·운영될 예정이고 현재까지는 수명연장 중단 등 전환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수원 홍보팀 관계자는 김성환 의원의 발표와 관련, “우리 측에선 김 의원 발표자료의 내용 중 정지일수와 손실금액의 3분의 1 정도가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며 “현재 의원실과 자료를 맞춰보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편집: 고하늘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