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손준수 기자

   
▲ 손준수 기자

정교한 계산으로 움직이는 합리적 인간은 없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인간의 경제활동은 경제지표 등에 기초한 계산보다 심리에 더 영향을 받는다. 인간이 모여 형성한 시장도 그렇게 작동한다.

한국 경제는 이런 점에서 부화뇌동의 역사였다. 강남개발부터 가상화폐까지 한국사회를 강타한 광풍들은 투기심리에서 비롯됐다. 땀의 보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불로소득을 기대하며 사람들은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를 웃돈 주고 사들였다. 비이성적인 시장의 모습은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심화한다.

최근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투기심리와 결합한 ‘소유효과’가 원인이다. 소유효과는 일단 무언가를 소유하고 나면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성향을 말한다.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이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 제값에 팔아도 손해를 보는 생각이 드는 심리상태가 된다. 이는 시장에서 부동산의 합리적인 가격 형성을 방해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아파트 가격 담합은 소유효과의 전형적 사례다. 여기에 저금리와 불투명한 경제상황으로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유입되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부동산은 집단심리에 좌우되는 감성적 자산이다. 투기와 소유효과가 커질수록 시장은 요동칠 것이다.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공급 부족 문제로 보는 이들이 있다.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풀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시각이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14년 97.9%로 10년 전의 93.7%보다 4.2% 증가했다. 서초구에서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반면에 서울의 자가소유율은 2006년 44.6%에서 2014년 40.2%로 떨어졌다. 공급은 늘고 있지만, 집을 가진 사람은 줄고 있다. 공급 부족을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 공급을 늘리려 해도 토지보상과 건축을 완료하는 데 2년은 넘게 걸린다. 부동산 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에는 너무나 멀리 있는 ‘물’이다.

▲ 부동산 시장은 경제 여건을 반영하기보다 자산에 대한 집단심리적 현상에 좌우된다. 강세장에서 과잉 상승하고 약세장에서 과잉 하락하는 비이성적 현상이 종종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pixabay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소유효과를 제거해야 한다. 더 큰 동기 부여가 필요한 이유다. 근로소득에는 상대적 역진성을 부여하고 불로소득에는 현재보다 누진성을 강화하는 조세제도 개편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국은 부동산에 물리는 보유세와 임대소득세가 터무니없이 낮은 나라다. 반면 근로소득은 높은 세율의 세금이 부과돼 땀 흘리는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

사람들이 건물주를 꿈꾸는 이유도 근로소득으로는 생활안정과 노후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불로소득에는 현재보다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근로소득에는 세율을 낮춰 상대적으로 세부담을 줄인다면, 소유효과를 억제할 뿐 아니라 현 정부가 지향하는 소득주도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개입방식이 강압적이면 안 되고, 사람들에게 부담을 덜 주는 방식으로 부드럽게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다. 국민들의 유일한 자산이지만, 청년세대를 위축시키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동산 경기 과열은 한국사회의 빈부격차와 세대갈등을 부추긴다. 부동산은 심리가 시장을 좌우하는 만큼 심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자본친화적인 조세제도를 하루빨리 노동친화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조세제도 개편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부드러운 ‘넛지’가 될 것이다.


편집 :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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