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음악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 <플레이> 리뷰

사랑하고 헤어지는 우리들의 연가

“그대는 언제나 참 특별하죠. 어둠을 비추는 빛이 있어 환하게 미소 짓는 그댈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죠. 나는 그걸 알죠. 그대의 동그란 이마가 좋아.”
“하나 둘 소리 없이 모두 그대 곁을 떠나도 걱정하지 말아요. 항상 그대의 손을 잡아 줄 테니.”

이렇게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들의 마음도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변해간다.

“우린 너무 달라. 잘 알고 있잖아. 서로의 진심을 알 수 없잖아. 이해하지 않아. 기억하지 않아. 늘 말뿐인 말들 기대하지 않아.”
“넌 다를 거라고 느꼈어, 너를 봤을 때.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랐는데.”

이들은 자연스레 헤어지고 이내 그리워한다.

“맘 없는 사랑은 진실할 수 없다는 걸 알잖아. 두려운 믿음을 너를 지치게 할 것도 알잖아. 여전히 내딛고 있는 그 마음을 돌려.”
“우리 왜 이렇게 힘들기만 했는지, 왜 그렇게 널 놓지 못했는지. 참 바보 같아, 참 바보 같아, 너를 아직도 비워내지 못해.”

▲ 영화 <플레이>의 주인공이자 모던락밴드 '메이트'. ⓒ 네이버 영화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 한국영화 중 최단시간 매진을 기록한 남다정 감독 영화 <플레이>의 주인공이자 실존하는 모던록밴드 ‘메이트(MATE)'의 노랫말들이다. <플레이>(PLAY, 2011)는 밴드 메이트의 사랑과 음악 이야기를 담은 음악영화답게 밴드가 이미 발표한 노래와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든 곡들을 통해 멤버들의 성장담을 풀어낸다. (앞서 소개한 노랫말들은 차례대로 ’그대 때문이죠‘, ’이제 다시‘, ’난 너를 사랑해‘, ’리얼‘, ’우울한 너에게‘, ’너에게 기대‘.)

<원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뮤지션 영화

영화는 정준일, 임헌일, 이현재 세 명으로 구성된 밴드 ‘메이트’가 만들어진 과정과 멤버 각각의 사연을 담은 노래들이 탄생된 배경을 그리고 있다. 감독이 1년 넘게 인터뷰를 해서 듣게 된 ‘메이트’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현실과 픽션을 오가는 <플레이>가 탄생했다. 실제로 ‘메이트‘는 2007년 화제의 아일랜드 독립영화 <원스>의 두 주인공(마르게타 이글로바, 글렌 한사드)이 만든 밴드 ‘스웰시즌’의 내한공연 무대에 우연히 오르게 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음반도 내지 않았던 무명의 신예 밴드가 무작정 ‘스웰시즌’ 내한공연장 로비에서 사전 공연을 했고, 이를 본 글렌 한사드의 즉흥제안으로 본 공연 무대에 서면서 ‘메이트’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영화는 그들의 운명을 바꿔놓은 '스웰시즌' 공연 버스킹과 본무대에 오르는 뒷모습으로 끝나지만, 이어지는 음악으로 '메이트'의 음악적 ‘플레이’는 미래에도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 '스웰시즌' 내한 당시 '메이트'가 버스킹 공연하는 영화 속 장면.  ⓒ 네이버 영화

영화 <플레이>는 자기 스타일 음악을 고수하는 실력파 키보디스트 준일이 캐나다 자신의 방에서 혼자 키보드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해, ‘메이트’가 결성되기 전 좌절과 방황을 겪는 준일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한국으로 돌아온 준일이, 선배들의 세션과 모델 일을 하며 어렵사리 생활하던 기타리스트 헌일과 드러머 현재에게 모던락밴드 결성을 제안하면서, 이들이 진정한 음악적 동반자, 곧 ‘메이트’로 완성되기까지 ‘PLAY▶’가 이어진다.

<플레이>는 실제 뮤지션이 나와서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고 그들의 음악이 영화에 쓰이고 음악과 사랑으로 방황하는 청춘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원스>를 많이 닮았다. 하지만 <원스>가 음악을 통해 두 남녀가 사랑을 알고 연인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면, <플레이>는 몰입하지 못하는 사랑과 청춘의 불안 때문에 떠나는 연인들을 그리고 있다. 해외 인턴십에 합격해 네덜란드로 떠나야 하는 연인 수현을 준일은 잡지 않는다. 헌일 역시 영국 유학 중 잠깐 귀국한 은채에게 반하지만, 일과 사랑 모두 어려워하는 예민한 감성의 그녀를 끝내 잡지 못한다.

“두 사람 마음은 여전히 같은데 몸이 떨어진다고 마음까지 미리 정리하려는 거 이상하지 않아?”

▲ 영국으로 돌아가야하는 은채를 잡지 못하는 헌일.  ⓒ 네이버 영화

수현이 준일을, 헌일이 은채를 설득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관계의 약속으로 삶의 미래를 구속하기 싫다는 말뿐이다.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은 시간에 맡겨두자는 은채에게서 무력하게 물러난 헌일과 자기 것을 위해 사랑을 체념한 준일의 노래에 온통 그리움이 가득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을 생각하며 보내는 박수

<플레이>는 연인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진심과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오랜 꿈의 간절함을 노래한 ‘메이트’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보니, ‘메이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없는 이들에게는 예상 수순대로 흘러가는 ‘귀여운 음악영화’쯤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멤버들의 실제 삶에 기초한 영화에 대단한 스토리가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플레이>를 본 관객들은 과장이 끼어들지 않은 그들의 삶과 사랑, 음악 이야기와 이를 음악적 영감으로 엮어낸 솔직한 가사와 담백한 멜로디, 꾸밈없는 음색의 뮤지션이자 배우, ‘메이트’들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누구에게나 대단하고도 극적인 스토리는 있지 않더라도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은 하나쯤 있을 테니까.

▲ '메이트'의 키보디스트 정준일, 기타리스트 임헌일, 드러머 이현재.  ⓒ 네이버 영화

음악적 열정과 달리 사랑하는 이를 항한 열망을 속으로 삭이려고만 드는 ‘메이트’의 노래와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머뭇거리며 흐르는 우리의 시간들을 노래하며, 너를 사랑하고 나를 위로하려 노래한다.

“마음이 없는 이 길 끝에서 난 늘 노래할게. 끝나지 않을 어둠 속에서 난 늘 노래할게. 지켜내야 할 소중한 기억이 있잖아. 그날들을 생각해.” (OST 메인 타이틀 ‘PLAY'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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