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주 52시간 노동’

▲ 윤연정 기자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여가는 없다. 여가는 노동이 존재하기에 생겨나는 시간이다. 여가를 뜻하는 ‘레저(leisure)’란 영어 단어의 어원은 ‘~로부터 면제되다’, ‘자유로워지다’라는 라틴어 '리세레(licere)'이다. 이는 의무, 곧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구속 없는 상태를 말한다. 여가는 노동하지 않는 시간을 부르는 말인 셈이다. 

근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노동은 사회구성원의 의무가 됐다. 세계 1위 부호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부터 매일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아무개까지 모든 사람은 일을 한다. 이들의 24시간은 보편적으로 세 가지 구속시간으로 나뉜다.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생리적 구속시간, 노동을 하는 시간인 사회적 구속시간, 그 외 나머지 시간을 여가시간이라 한다. 우리 삶의 질은 어떻게 이 세 가지 시간을 재분배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시간의 재분배는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 곧 ‘워라밸’을 요구하는 시대상황과 맞닿아 있다. 잠자는 시간과 같은 생리적 구속시간은 절대로 필요하니 시간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 때문에 삶의 질은 일이나 공부를 하는 사회적 구속시간과 나머지 여가시간을 조율하는 데서 시작한다.

▲ 우리 삶의 질은 어떻게 시간을 재분배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 Getty Images

통계청에서 삶의 질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한 2014년 국민생활시간조사표에 따르면 20세 이상 취업자는 하루 24시간 중 교제와 여가활동에 쓰는 시간이 고작 3시간 40분정도다. 이는 평균 생리적 구속시간 약 11시간과 사회적 구속시간 7시간보다 현저하게 짧다. 진정한 여가사회가 출현하려면 법정 노동시간 단축과 적절한 최저임금 보장 그리고 업무상 지위나 고용형태에 따른 적절한 휴일이 차등 없이 제공되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확정된 법정 노동시간 최대 주 52시간과 최저시급 8350원은 ‘워라밸’ 사회로 향하는 좋은 조짐이다.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지만 법정 휴일 사용을 권장하는 문화가 확산된 것은 앞으로 여가 생활을 ‘어떻게’ 누려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사회적으로 여가 시간을 향유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면, 시간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여가 시간이 불충분해 또 스트레스가 쌓이는 악순환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이들과, 무엇을 하며 여가를 보낼지를 결정하는 조건은 여분의 시간과 경제적 여력이다. 그것이 확보돼야 우리네 삶의 질과 사회의 품격도 높아질 것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김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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