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음악영화제] 빗속의 개막식에도 뜨거운 호응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올해도 비켜가지 않은 비 만난 영화제

청풍호반무대 행사장 입구에 200여 미터나 늘어서 있던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 빗방울이 떨어지자 줄 서있던 사람들이 ‘비가 많이 내리려나’ 걱정되는 듯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그러나 주최 측은 비가 올 줄 알았다는 듯 우비를 나눠준다.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 음악영화제의 선전문구가 천기를 누설했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은 항상 비를 몰고 왔다는데 올해도 비켜가지 않았다. 영화제에는 야구경기처럼 우천시 행사가 연기되는 레인체크가 없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비를 배경으로 무대가 꾸며진다. 연예인∙감독 등 유명인의 등장과 다양한 행사, 그리고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비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화려한 ‘레드 카펫’에 관객들 비명

▲ 자신의 수트를 취재진 앞에서 뽐내고 있는 고창석씨(위),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이영아,알렉스.ⓒ유동열

많은 영화 관계자와 연예인들이 개막식을 찾아 청풍호반무대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녹색 옷을 입은 봉사자들이 웃음을 참으며 우산을 받쳐준다. 심사위원장인 배우 윤여정을 비롯해 영화평론가 김영진, 작곡가 페이만 야즈다니안 등 심사위원들이 들어서자 청중들의 박수가 호반무대를 채웠다. 사회자인 알렉스와 이영아, 배우 고창석이 뒤를 이었다. 홍보대사 정겨운과 이윤지가 들어서자 관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고창석은 수트로 한껏 차려입고 등장해 남자 출연자 중 단연 베스트 드레서로 꼽힐 만했다.

영화음악상 수상자인 강근식 음악감독과 매년 제천영화제를 찾는다는 안성기와 강수연, 그리고 현재 제천에서 드라마 촬영중인 윤소이, 박준규, 지창욱은 드라마 복장을 한 채 등장해 또 다른 볼거리를 주었다. 박준규는 언론 인터뷰에서 “물이 좋고, 여름에도 물이 차다”며 제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명예위원장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계 인사들도 레드 카펫을 밟았다.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같은 개막식

진행자 알렉스는 “5회에 이어 올해도 진행을 맡게 되어 기분이 남다르고 고향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했다. 비가 오자 그의 능숙한 진행이 더욱 돋보였다. 멎은 듯하던 비가 갑자기 쏟아지자 “저희 진행이 딱딱했는지 웃음 잃지 말라고 하늘에서 비가 왔다 갔다 하네요”라며 능청을 떤다.

▲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개막식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 김인아

조직위원장인 최명현 제천시장이 힘차게 개막을 알리고, 오동진 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서자 곧 비가 그쳤다. 관객들이 우비를 벗어제치고 부채질을 시작한다.

“제천 영화제의 더위는 단순한 더위가 아니고 저희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열정이 지금과 같은 열기로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덥지만 곧 청풍호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더워도 덥지 않은 영화제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입니다.”

오 위원장의 말마따나 잠시 뒤 호수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과연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같은 개막식이었다.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의 무대로 꾸며진 축하공연은 한여름 밤 청풍호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했다.

개막작 <뮤직 네버 스탑>, "어디선가 들어본 노랜데…"

▲ 이번 영화제 개막작 <뮤직 네버 스탑>.ⓒ 영화제 홈페이지

이날 올려진 개막작은 <뮤직 네버 스탑>. 제작자 출신 감독 짐 콜버그의 첫 연출 작품이다. <뮤직 네버 스탑>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도 다르고 정치적 견해도 다른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영화다. 영화 속에서 아버지는 20년전 가출했다가 뇌종양에 걸린 채 돌아온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아들이 좋아하는 락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락그룹 ‘더 데드’의 노래에 흥겨워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영화위원장인 전진숙 프로그래머는 “60~80년대 미국 음악과 히피 문화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버펄로 스프링필드, 그레이트풀 데드, 비틀즈, 롤링스톤즈 등의 노래가 관객을 즐겁게 한다. 마치 70년대의 락페스티벌에 참여한 듯하다.

다만 영화 상연 도중 음향이 고르지 못하고 자막이 사라지는 사고가 연출돼 관객들의 불편을 산 점은 아쉬웠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레인 네버 스탑. 행사장을 나서는 사람들마다 영화 속 노래를 흥얼거린다. 흥분도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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