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재활용품 대란’을 보는 ‘한 나라 두 언론’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지난 4월 불거진 ‘쓰레기 대란’을 대하는 시각은 어떤 신문을 보느냐에 따라 다를 듯하다. 진보와 보수의 논조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사안이었지만 강조하는 프레임이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언론이 쓰레기 대란의 원인을 강조하거나, 대책을 제시하는 등 보도의 관점은 다양할 수 있다. 이를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프레이밍’(framing), 곧 ‘틀짓기’의 관점에서 언론 보도들을 비교해 보았다.

중국 환경보호부가 페트병 등 24개 재활용 품목의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 폐기물 가격은 급전직하했고 한국은 큰 영향을 받았다. 폐비닐·스티로폼·페트병 수거에서 나는 손해를 메우기 힘들어진 재활용 업체들이 폐비닐을 포함한 일부 품목 수거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실책, 제도정비, 시민의식, 과포문화, 산업구조… 무엇이 심각한가

사건이 불거진 2018년 3월 30일부터 4월 23일까지 진보지인 <경향신문>과 <한겨레>, 보수지인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재활용 쓰레기 대란’ 관련 보도들을 분석했다. 분석할 기사는 <경향> 22건, <한겨레> 15건, <조선> 20건, <동아> 26건이다. ‘재활용 쓰레기’, ‘쓰레기 대란’ 두 검색어를 네이버 기사 검색 시스템에 입력해 추출한 기사 전부를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에 사용될 프레임으로 ‘정부실책’ ‘제도정비’ ‘시민의식’ ‘과포(과대포장) 문화’ ‘산업구조’ 5가지를 뽑아냈다. 5개 프레임은 4개 언론사 총 83건의 기사에서 유사하고 상호 연결성이 있는 주제문을 묶거나 맥락이 다른 논조를 분리해 만들었다. 5개 프레임 외에 ‘기타’에는 설정한 프레임으로 분류하기 모호한 경우를 모았다. 특정 언론사만이 점유한 관점이거나 사용 빈도가 현저히 낮은 프레임 역시 ‘기타’로 분류했다.

프레임의 적용 여부와 빈도를 분석하면 언론사들이 독자들에게 제공하려는 현실 인식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각 프레임이 담고 있는 핵심 주제문을 정리했다.

<표1> 프레임별 핵심 주제문

 

1차적으로 총 83건 기사의 제목을 대상으로 프레임 분석을 시도했다. 그 뒤 제목 프레임과 본문 주요 프레임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각 언론사의 관점을 파악했다.

‘제목 프레임’ 진보∙보수지 확연히 달라

<그래프1> 진보∙보수지별 ‘제목 프레임’ 비교

 

<그래프2> 신문별 ‘제목 프레임’ 비교

 

제목에는 기사의 내용과 관점이 압축적으로 담긴다. 진보지와 보수지는 제목에 한정한 프레임 분석만으로 그래프상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보수지의 프레임 구성은 ‘정부실책’ ‘시민의식’ ‘과포문화’ 순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에 반해 ‘제도정비’ 4%, ‘산업구조’ 2%로 이 두 프레임이 제목에 녹아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진보지는 반대 경향을 보인다. 보수지가 부각하지 않았던 ‘제도정비’와 ‘산업구조’ 프레임이 각각 16%, 19%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다만 ‘정부실책’이나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제목도 각각 16%, 8%였다. ‘과포문화’ 프레임이 5%로 적은 이유는 ‘제도정비’ 프레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보수지가 ‘쓰레기 대란’의 원인으로서 ‘과포문화’를 부각했다면 진보지들은 대안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제도정비’를 부각한 측면이 있다. 전체로는 진보지가 각 프레임을 균형 있게 사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목 프레임 분석에는 ‘진보·보수지 모두 ‘기타’ 비율이 높다. <한겨레> 36%, <경향> 33%. <조선> 40%, <동아> 23%의 기사 제목이 5개 프레임으로 분류하기는 모호했다. 이는 사실 전달에 치중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이거나 취재원의 코멘트를 제목에 활용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문에는 일부를 제외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각 언론사가 강조하고 싶은 프레임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진보·보수지를 막론하고 제목 프레임과 본문의 주요 프레임이 꼭 일치하지는 않았다.

‘제목·본문 프레임’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그래프3>​ 신문별 ‘제목∙본문 프레임’ 비교 

 

언론사별로 <경향> 36.4%, <한겨레> 26.7%, <조선> 20%, <동아> 19.2%의 기사는 제목 프레임과 본문 주요 프레임이 불일치했다. <경향>이 타 언론사보다 불일치율이 높은 이유는 스트레이트성 기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고 글과 사설 비중이 높은 까닭이다. 4월 3일 기고 ‘폐지 줍는 노인의 눈물’과 ’쓰레기 대란, 올 것이 왔다’는 기고 글 특유의 문학적 표현이 제목으로 사용됐다. 본문 프레임을 분석하면 각각 ‘제도정비’와 ‘산업구조’가 주요 프레임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겨레> 4월 23일 칼럼 ‘일회용 종이컵’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제목만으로는 칼럼의 내용을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본문에는 환경부의 ‘일회용컵 보증금제 재도입’ 정보를 담고 있어 ‘제도정비’ 프레임으로 연결된다. 4월 5일 기사 ‘이미 ‘폐기물 재활용률’ 세계 2위인데…시민들만 책임이라고요?’도 제목만 봤을 때 ‘시민의식’ 프레임이 아니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본문을 보면 아파트 단지와 상가, 주택의 쓰레기 처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짚는 등 ‘산업구조’ 프레임, ‘쓰레기 피로감’을 생산자가 적극 분담해야 한다는 ‘제도정비’ 프레임으로 연결된다.

<조선> 4월 2일 기사 ‘’대한민국 쓰레기 대란’ 중국 때문만은 아니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제목을 달았지만 본문은 ‘시민의식’ 프레임으로 이어진다. <조선> 3월 31일 기사 ‘재활용업체, 폐비닐 거부…난리난 아파트’는 스트레이트성 제목을 사용했지만 본문에는 서울시와 환경부가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부각했다. 4월 2일 기사 ‘환경부 “비닐·페트병 평소처럼 분리해서 버리세요”’는 정부의 대응이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모두 ‘정부실책’ 프레임으로 분류된다.

<그래프4>​ 진보∙보수지별 ‘제목 프레임’ 비교 

 

<그래프5>​ 신문별 ‘제목∙본문 프레임’ 비교 

 

제목 프레임만 분석한 <그래픽1>, <그래픽2>와 본문 주요 프레임을 분석한 <그래픽4>, <그래픽5>를 비교해보면 그 관계는 눈에 띄게 드러난다. 우선 ‘기타’ 처리한 기사의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5개 프레임이 적용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경향> <한겨레> <조선> 모두 제목 프레임이 모호해도 본문의 논조는 각 언론사에서 강조하는 프레임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조선>의 ‘정부실책’ 프레임 비율은 30%에서 40%까지 증가했다. <한겨레>의 ‘산업구조’ 프레임 역시 27%에서 47%로 급등했다. <경향> 역시 ‘제도정비’ 프레임과 ‘산업구조’ 프레임이 각각 18%, 14%에서 36%, 32%로 올랐다. 세 매체 모두 중립적 보도를 지향하는 듯하지만 실은 중점 프레임을 부각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동아>는 다른 경향을 보인다. <동아>는 제목에 ‘정부실책’ 프레임을 가장 많이 사용한 언론사지만 대부분 제목과 본문 논조가 일치했다. 그래픽에서도 제목 프레임에서 ‘기타’ 비율이 가장 낮고 제목과 본문 프레임 일치율이 가장 높다. 제목 프레임에서 ‘기타’로 분류된 기사들은 본문 프레임 분석에서 <동아>가 강조하는 ‘정부실책’이나 ‘시민의식’이 아니라 ‘제도정비’ ‘산업구조’ 등의 프레임으로 분류된다. 매체에서 미는 주요 프레임을 제목에 여과 없이 드러내는 한편, 그렇지 않은 기사들의 제목은 모호하게 처리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강조하려는 의제를 거칠게 부각하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실책’에 초점 맞춘 <동아> <조선>

<동아> 기사 26건 중 10건의 기사에서 ‘정부실책’ 프레임이 쓰여 38.5%를 기록했다. 4월 2일 기사 ‘재활용쓰레기 대란, 정부-지자체 환경재앙 부를 건가’, 4월 3일 기사 ‘업체들 동의도 직접 안받고… “정상수거” 거짓말한 환경부’, 4월 6일 기사 ‘쓰레기 대란, 뒷북 말고 근본 대책을’ 등의 제목들이 대표적이다. 다른 프레임은 시민의식 15.4%, 과포문화 15.4%, ‘제도정비’ 15.4%, 산업구조 7.7%다.

<조선>보도의 프레임 비율은 ‘정부실책’ ‘시민의식’ ‘과포문화’ ‘제도정비’ 순이었다. ‘정부실책’ 프레임은 40%를 기록해 <동아>보다 높았다. 4월 4일 기사 ‘환경부, ’폐비닐 수거 거부‘ 자초해놓고 중국 탓만’, 4월 3일 사설 ‘폐비닐 소동, 환경운동 출신 장·차관 무능 탓 아닌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발표된 중국발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정부, 특히 환경부의 실책은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일은 언론으로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대비 안 해” “부처들은 나 몰라라” “제때 대처 않고” 등 비슷한 표현의 비판을 매일 써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독자들이 기사 제목만 보고 정부 비판적인 태도에 매몰돼 사태의 다른 맥락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지들이 ‘정부실책’ 다음으로 제목에 많이 쓴 프레임은 ‘시민의식’과 ‘과포문화’다. <동아>는 4월 6일 기사 ‘다자녀 집은 매일이 쓰레기 대란’, 4월 10일 기사 ’1회용품 안녕...외출 때 텀블러, 여행 땐 수저부터 챙기세요’, 4월 16일 기자칼럼 ‘일회용품 권하는 사회’ <조선>은 4월 3일 기사 ‘물건 주문하면 포장이 산더미… '과포 문화'가 쓰레기 더 키워’, 4월 4일 기사 ‘주민들 페트병 등 던져놓고 가면...경비원은 밤새 씻고 라벨 떼고 재분류’ 등으로 시민들의 일회용품 사용 습관과 미숙한 분리배출 행태, 사회에 만연한 과포장 문화를 부각했다.

보수지들이 강조한 프레임을 좀 더 크게 보면, ‘개별 주체들의 책임과 성찰’로 정리할 수 있다. ‘정부’와 ‘시민’ 양쪽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논조는 ‘사태의 원인 분석’과 ‘비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경향>은 ‘제도정비’, <한겨레>는 ‘산업구조’ 강조

<경향> 기사의 프레임은 ‘제도정비’에 36.4%, ‘산업구조’에 31.8%, ‘정부실책’에 18.2%,, ‘시민의식’에 9.1%, ‘과포문화’에 0%로 분류됐다. ‘정부실책’ 프레임과 ‘제도정비’ 프레임은 결국 정부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측면에서 한 몸이다. 두 프레임의 차이는 ‘정부의 실책을 드러낼 것인가’와 ‘앞으로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관점의 차이다. <경향>은 ‘정부실책’보다 ‘제도정비’ 프레임에 더 역점을 둔 것이다. 4월 19일 ‘1회용 컵 보증금 10년 만에 부활’, ‘재활용 앞서 발생 억제...후퇴한 폐기물 감량정책’ 되돌린다‘ 등의 제목으로 여러 제도를 개선하려는 환경부의 의지를 드러냈다.

<경향>은 정부 잘못인지 개인 잘못인지를 따지는 책임 돌리기에서 벗어나 독자들이 놓치고 있는 지점을 환기한다. 4월 15일 기사 ‘‘쓰레기대란’ 와중에…성남 재활용선별장에서 노동자 사망’은 스트레이트 기사지만 ‘쓰레기대란’이라는 난리 중에 ‘6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질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보도했다. 4월 3일 기사 ‘영세기업 의존한 재활용 산업…정부가 생산 단계부터 전략 짜야’는 한국의 폐기물 재활용률이 OECD 국가 중 2위임에도 재활용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의 77.1%가 5인 이하 영세업체라는 구조 문제를 알렸다.

<한겨레>의 프레임 비율은 ‘산업구조’ 46.5%, ‘정부실책’ 13.3%, ‘제도정비’ 20%, ‘시민의식’ 6.7%, ‘과포문화’ 6.7%다. <한겨레>는 네 언론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핵심의제를 부각했다. ‘정부실책’ ‘시민의식’ ‘과포문화’ 프레임은 네 언론사 중 가장 적은 비중이었지만 ‘산업구조’ 프레임은 <경향>보다도 훨씬 높다.

‘쓰레기 대란’이라는 해프닝에서 ‘쓰레기산업의 문제적 구조’ 전반으로 의제 확대를 시도한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4월 5일 기사 ‘서울 페트병 울산에서 처리하는 ’쓰레기 불평등‘ 시대’, 4월 13일 기사 ‘재활용 쓰레기 사태, ’세계 위험산업‘의 관점에서 보자’ 등이 그렇다. ‘단지 넘쳐나는 쓰레기를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쓰레기를 생산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점은 없는지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본문 내용은 <한겨레>가 ‘쓰레기대란’을 보도하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정부실책’ ‘시민의식’ vs ‘제도정비’ 프레임

‘정부비판’과 ‘시민의식’은 사태의 원인을 개별 주체로부터 찾으려는 프레임이다. 반면 ‘과포문화’ ‘제도정비’ ‘산업구조’ 프레임은 사건을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려는 구조주의적 프레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보수지와 진보지가 각각 강조하고 싶은 논지가 무엇인지 선명해진다. 보수지들이 ‘개별 주체’, 그리고 ‘원인과 비판’에 초점을 뒀다면 진보지들은 거시적 구조로 시선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미래와 대안’에도 상당한 비중을 뒀다.

양쪽 모두 독자들이 ‘쓰레기 대란’이라는 현실을 인식하는 틀을 제공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개별 언론사가 제공하는 ‘인식틀’의 강조점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일련의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제목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결국 본문에서 각 언론사의 강조 프레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편집 :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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