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18 청주 채용박람회

“TV에서 보면 정부에서 (청년 일자리 정책을) 한다, 했다고 하는데 체감은 잘 안 됩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 입장에서 솔직히 와 닿는 게 없어요.”

청주지역 기업들의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 지난 24일 청주시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18 청주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구직자 박범서(27·충북 청주시)씨는 “솔직히 뭐가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SK하이닉스 시스템 아이씨, 메타바이오메드 등 지역기업 63개가 참여하고, 사람들이 박람회장을 거의 채우다시피 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행사를 위한 행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 적지 않아, 일자리를 찾아 나온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실효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 박람회 방문객들이 이날 참가한 기업들의 목록을 확인하고 있다. 행사를 주관한 청주시 일자리종합지원센터는 참여한 방문객을 3천여 명으로 집계했다. ⓒ 박진홍

채용을 위한 건지, 행사를 위한 행사인지, 알 수 없는 박람회

이날 박람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행사 진행 시간이었다. 청주시의 위탁으로 청주시 일자리종합지원센터가 개최한 이 날 박람회 팸플릿에는 행사시간이 ‘오후 2시~오후 5시까지’ 세 시간으로 돼 있었다. 단비뉴스 취재팀이 오후 2시부터 취재를 하고 있는데 오후 5시가 되자 주최 측이 안내방송을 통해 ‘행사를 마감해 달라’며 행사 종료를 독려했다. 행사 시작 때 관계기관 관계자들의 개막식 행사를 제외하면 세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구직자에게 참여 기업들 일자리를 소개하고 취업상담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

▲ 2018 청주채용박람회 팸플릿. 2018 청주채용박람회는 청주국민생활관에셔 5월24일 목요일 14시부터 17시까지 진행됐다. ⓒ 권성진

실제 단비뉴스 취재팀이 돌아보니 대부분의 기업들이 2~3명의 상담원을 배치해 놓고 구직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고, 마감 시간이 되자 일부 부스는 상담하는 사람이 없는 곳도 눈에 띄었다.

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 ㅂ씨(27·청주시)는 “내 전공에 맞는 기업들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 그나마 찾아낸 기업 부스에 들어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십 분이 휙 지나간다”며 “열 군데도 채 못 돌아봤는데 행사가 끝났다”고 말했다. ㅂ씨처럼 한 사람의 구직자가 한 기업 부스에 들러 일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의 내용이나 처우 복지 등 구직과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최소한 15~20분은 걸린다. 그렇게 해서 한 구직자가 세시간 동안 알아볼 수 있는 기업은 최대 12곳 정도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전체 63개 참여 기업 중 20%도 채 못 알아보고 박람회가 종료된 것이다. 구인을 위해 참여한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당 상담 인원을 3명을 배치해 구직자 1인당 15분 상담을 해도 세시간 동안 36명을 보고 부스를 닫은 셈이 된다. 수백 명 수천 명이 참석해 본들 기업 입장에서는 박람회에서 겨우 30~40명밖에 상담을 할 수 없고, 참가자들도 제대로 10곳 남짓한 기업만 알아볼 수밖에 없는 등 제대로 된 구직 구인 활동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구직자와 구인기업 간에 전공영역이나 선호도, 취업 조건 등이 다양한 점을 감안하면 세 시간 동안 과연 얼마나 되는 인재를 찾고 일자리를 찾았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이야기다.  

생산직에 편중된 일자리, 남성들을 더 선호하는 기업들

박람회 개최시간도 그렇지만 내용 면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람회장을 찾은 심수정(23·여)씨는 “(일자리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구직자들이 직접 나서서 찾아야 하는데, 이런 행사도 와서 보면 도움이 되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4년제 대학 졸업생인 심 씨는 “저는 의상을 전공했는데, 오늘 행사에는 그쪽 관련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며 “원하는 직군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모집하는 분야와 인원이 대부분 생산직에 치중해 있어 본인이 찾는 일자리는 없었다는 것이다.

참가 기업들이 여성보다 남성을 더 많이 구하고 있는 것도 여성 구직자로서는 아쉬운 점이라고 참가자들은 말한다. 여성 참가자 ㄱ씨(27)는 “성별은 대부분 ‘무관’이라고 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았다”며 “남성만을 뽑겠다고 하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 방문객들에 배부된 자료에 따르면 이날 참여 기업들이 뽑겠다는 전체 734명 중 성별을 ‘무관’으로 표시한 인원은 431명(58.7%)이었고, 남성은 190명(25.9%), 여성은 113명(15.4%)이었다. 지원 분야별로는 생산직이 638명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했고, 사무직이 53명(7%), 영업직 35명(5%), 연구직 8명(1%)으로 나타났다. 지역기업의 특성상 생산직과 남성을 찾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주최 측이 박람회에 찾아오는 구직자들의 전공이나 성별 등을 감안해서 참여 기업들을 다양하게 초청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주시 일자리종합지원센터 김두호 센터장은 '일자리가 특정 직무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무직종이 선호되는 것은 과거의 얘기”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오늘 참여한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라며 “제조업이라고 해서 교대 근무를 하는 단순 제조 인력이 아니고,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다”라고 설명했다.

▲ 방문객들이 4차 산업을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3D 프린팅과 VR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 박진홍

“1회성 채용박람회로 그쳐서는 안 돼”

“채용박람회가 끝나면 저희는 바로 기업체와 구직자를 중심으로 조사를 합니다. ‘면접이 잘 됐나’, ‘취업이 됐나’ 등을 살핍니다. 또 행사장에서는 면접과 관련해 깊은 얘기를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박람회가 종료되면 기업체나 구직자를 개별적으로 모셔서 면접을 보게 하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김 센터장은 “기업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지역의 채용박람회가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주시 일자리종합지원센터 측은 그러나 그동안 취업박람회를 통한 취업실적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자 "공문서를 통해 요청해 주면 내부 회의 등을 거쳐 자료 공개 여부를 결정한 뒤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 증명사진 촬영 부스는 방문객들이 가장 붐비던 곳 중 하나였다. ⓒ 박진홍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14일 발표한 ‘새 정부 출범 1년 청년 일자리 대책 평가’ 설문조사 결과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전혀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답변은 46.3%, '체감하지 못하는 편'이 36.6%로 ‘체감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전체의 82.9%였다. '약간 체감한다(13.9%)'거나 '많이 체감한다(3.2%)'는 응답은 많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중 하나인 채용박람회가 이처럼 겨우 세 시간 동안 시작하자마자 바로 걷어치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 일자리 정책 체감도는 저조하게 나올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편집 :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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