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10주년, ‘저널리즘연구소 설립 기념 세미나’

국내 최초로 철저한 실무중심 교육과 인문사회교양 교육을 통해 실무에 유능하면서도 저널리즘의 표준과 가치에 충직한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해 2008년 설립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10년 만에 주로 언론사에 183명을 취업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 세미나 발제는 임형준·이연주 저널리즘스쿨 재학생(사진 왼쪽부터), 이봉수 원장, 정준희 중앙대 겸임교수가 했고, 토론은 이성철 <한국일보> 편집국장, 남재일 경북대 교수, 서영지 <한겨레> 기자가 맡았다. ⓒ 이창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이봉수 원장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저널리즘 교육 혁신모델의 실험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소장 제정임) 설립 기념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개원 10년만에 언론사 160명, 광고홍보사와 여론조사기관 등 23명을 포함해 모두 183명을 입사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언론사별로는 KBS가 12명으로 가장 많고, <오마이뉴스> <한겨레> <뉴스토마토> <조선일보> <국제신문> 등이 계열사 포함 9~7명씩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MBC <중앙일보> <연합뉴스>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에 6~5명씩 입사했다. 

이 원장은 “2007년말 저널리즘스쿨 설립안을 브리핑할 때 ‘메이저 언론사에 한 해 5명 입사하면 성공’이라고 전망했는데, 결과는 기수별로 20명 안팎이 진학해 19~23명이 언론사 등에 입사함으로써 단연 최고의 합격률을 자랑하는 언론인 배출 명문으로 자리잡았다”며 “1~7기생은 전체 166명중 5명만 빼고 전원 취업해 96.4%의 합격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과정을 마친 8기생도 5명만 미취업 상태에 있다고 이 원장은 덧붙였다.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특종들⋯ 권위있는 언론상만 50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출신자의 언론계 활동 상황을 조사해본 결과 전국 모든 매체들이 경쟁하는 권위 있는 주요 언론상만도 5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스쿨 출신 언론인들은 실무 역량이 매우 우수하고 한국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출신 기자·PD 50대 언론상. ⓒ 이봉수

특종보도와 기획을 통해 스쿨 출신 언론인들은 단독 또는 공동으로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상과 이달의 기자상, 삼성언론상, 관훈언론상,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좋은 기자상, 방송기자연합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한국PD연합회 한국PD대상 작품상, 국가인권위 인권보도상 등을 받았다.

이 원장이 보도내용과 졸업생들을 상대로 취합한 언론상 수상 주요 특종보도는 △민간인 불법사찰 △청와대행정관, 채동욱 혼외 아들 정보 유출 △서울대 교수 인턴 여학생 성추행 혐의 △송파 세 모녀 집세 공과금 남기고 집단자살 △공시생 지역선발시험도 조작 △진경준 검사장의 수상한 주식 대박 의혹 △국정원 적폐청산 연속보도 △누가 18살 민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삼성, 노조파괴 문건 보도 등이다.

인문교양교육 강화로 역사⋅비판⋅윤리의식 고취 

이 원장은 “이런 가시적인 성과보다 더 자부심을 갖는 것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출신 중 아직 심하게 지탄받는 ‘기레기’가 없다는 사실”이라며 “스쿨에서 기자로서 기본기는 물론, 인문사회학적 교양교육을 통해 비판의식과 역사의식, 나아가 윤리의식을 탄탄하게 배양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 교수연구실 등에서 주로 야간 과외로 이뤄지는 튜토리얼은 실무능력과 인문사회교양을 집중적으로 쌓기 위한 제도로, 독서와 토론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첨삭지도 등을 받는다. ⓒ KBS 1TV 휴먼다큐 '봉발대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이처럼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재학생 전원 기숙사 숙식제공과 70% 가까운 학생들의 등록금 감면 등 파격적인 장학제도와 기숙학교 시스템, 튜터(Tutor) 제도 등에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튜터 제도는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이튼 등의 교육 시스템을 한국에서는 처음 도입한 것으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는 정규수업에 이어 진출 희망 분야에 따라 학년별로 4~5명씩 튜티를 배정받은 튜터교수가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맞춤형 강의와 토론, 글쓰기/기사작성 첨삭지도, 취업지도와 인턴 파견 등을 진행한다.

“<단비뉴스>로 훈련된 경력기자, 안 뽑아가면 언론사 손해” 

학생들의 실무능력은 2010년 창간한 <단비뉴스> 제작을 통해서도 길러진다. <단비뉴스>는 실습매체인 동시에 기성언론의 대안매체 구실을 하면서 기성언론이 경쟁적으로 기사를 전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2017년 10월호는 '탐사보도·지역보도에서 산소 같은 존재감'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단비뉴스>는 지역·농촌·청년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춘 대안매체로서 기능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뉴스타파> 등과 함께 한국의 3대 비영리 매체로 소개됐다. <단비뉴스>는 그동안의 성과가 입증돼 지난해 10월 사단법인으로 승격했다.

▲ <단비뉴스> 편집 간부인 임형준(왼쪽)⋅이연주 학생이 PPT 화면을 통해 아이템 발제 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안형기

<단비뉴스> 편집 간부인 임형준⋅이연주 학생은 ‘<단비뉴스>의 도전’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기성언론이 소홀히 하는 경제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대안매체, 예비언론인들이 제작 실무능력을 길러 2년차 경력기자만큼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실습매체, 매체환경 변화에도 발 빠르게 대비할 수 있는 실험적 융합매체라는 세 가지 특징이 단비뉴스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봉수 원장은 “교육은 학교가 맡고 언론사는 교육받은 인재를 뽑아가는 방향으로 체용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언론사 경영환경은 점점 더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은 2년차 기자⋅PD 이상 실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낸다는 교육목표를 수행하고 있는데 훈련된 인재를 뽑아가지 않는 것은 언론사에 손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입생 확보와 재정⋅수업 부담 등 넘어야 할 과제 많아 

이 원장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지독한 서울중심주의 사회에서 아직도 편견이 사라지지 않아 언론인 지망생들이 제천 시골 대학원까지 오는 데는 결단이 필요하고, 세명대 재단의 재정 부담과 교수들의 과중한 수업 부담 같은 한계도 많다”며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의 출신대학은 이른바 ‘명문’이 아닌 곳도 많다”며 “우수한 입학자원을 확보하려는 욕망도 있지만 학교는 이른바 ‘스펙’이 좀 모자라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은 전과목 수능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재단하는 한국 대학입시 시스템에 반역을 꾀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총학생등록금과 스쿨비용의 비율이 1:3에 이른 적도 있다”며 “매년 수억원씩 10년간 수십억원의 적자를 낸 것은 여느 재단이라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세명대 재단이 다른 수입원을 갖고 있고 상당히 건실한 재정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산농촌재단에서 2009년부터 해마다 3천만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유치하고 단비를 사단법인화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저널리즘 교육과 ‘현장’ 불일치 해소해야

이날 세미나에서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는 ‘직업규범의 재정향, 디지털 시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국내외 저널리즘 교육현황과 미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저널리즘 교육의 내용과 형식이 저널리즘 현장에서 실제로 요구하는 바와 일치 되지 않는다”는 점을 중심으로 저널리즘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저널리즘 교육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결과로 저널리즘 현장에서 무자격 저널리스트 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저널리즘에 대한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널리즘 현장은 객관성, 균형성, 책임성 등을 비롯한 제반 직업윤리, 심층적 취재역량,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글쓰기와 말하기 등의 저널리즘적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저널리즘 교육은 매스커뮤니케이션 효과론 등 현장에서 크게 의미를 갖지 않는, 그것도 과거의 커리큘럼에 얽매인 아카데미즘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저널리즘 교육은 저널리즘 현장에서 필요한 실제적 기능과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면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도래와 소셜미디어 증가 등으로 전통적 매스미디어 기반의 ‘프로페셔널 저널리즘’에 대한 사회적 도전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전통적 저널리즘의 가치와 품질을 더욱 고도화하는 한편, 저널리즘 행위의 대중화에 대응하고 이를 선도할 수 있는 교육내용과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저널리즘 교육은 아카데미즘이냐 프로페셔널리즘이냐는 고전적 구도를 넘어 글로벌 조건에서 생성되고 있는 이중 과제의 해결에 이르기까지 삼중고 상태에 놓여 있다”며 “그런 면에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지난 10년간 실험은 지금까지 언급한 거의 모든 이슈와 연관돼 있는 매우 독특한 사례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든 새 좌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스스로 더 깊이 성찰하고 또 다른 실험을 기획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튜토리얼은 학생 전원이 무료로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가능한 교육 시스템이다. ⓒ 세명대

“기자의 비교우위는 현장과 글쓰기에 있다”

토론자로 나온 이성철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우리 신문사에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출신들이 와서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트레이닝은 잘 받은 기자들이라는 이미지와 평판이 있다”며 “저널리즘 교육과 현장의 간극은 어떤 식으로든 메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방식으로 전문적인 의견이나 분석 같은 것을 내놓으며 활동하는 시대에 기자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현장’이라며 현장교육과 글쓰기 교육을 강조했다.

경북대 남재일 교수는 “(기자 지망생들은) 기능적인 능력으로 글쓰기와 교양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며 “여기에다 소명의식이나 윤리규범 같은 것이 가미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출신이면서 수많은 대특종 보도를 한 <한겨레> 서영지 기자는 “언론과 관계 없는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기자가 되기 위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들어와 기숙사에 있으면서 멘토제도(튜터제 도입 전 졸업)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기자생활 하면서도 어려울 때 스쿨 교수님이 정신적 멘토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단비뉴스>를 통해 현장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한겨레> 시험을 볼 때 ‘연극영화과 출신을 왜 뽑아야 하는지 설명해 보라’고 주문해 그때 <단비뉴스>에 올린 기사들을 제시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가 끝난 뒤에는 종로 피맛골의 '문화공간 온'으로 장소를 옮겨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졸업생과 재학생, 이용걸 세명대 총장과 교수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널리즘스쿨 총동문회가 열렸다.


편집 :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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