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3회 민송 백일장, 전국에서 662명 참가

"백일장은 처음 참가했는데요. 세명대에서 백일장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선시대 과거 보는 것처럼 한 곳에 일렬로 앉아 바쁘게 글만 쓰다 가는 줄 알았는데 시간도 넉넉하고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친구들이랑 자유롭게 앉아 나무와 꽃도 보고 바람도 맞으면서 글을 쓸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 민송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이 드넓은 세명대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 고하늘

제3회 민송 백일장은 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에서 열렸다. ‘세상을 밝게 비추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세명대 설립자 민송(民松) 권영우 박사의 건학이념을 기리는 이 백일장에는 지난해보다 많은 662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중등부와 고등부, 대학•일반부 3개 영역으로 나뉘어 운문(시)과 산문(수필) 부문에서 글 솜씨를 뽐냈다. 원유경 세명대 인문예술대학장은 “오늘만큼은 백일장에 참가한 모든 분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동심으로 돌아가 문학의 세계에 취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기태(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장) 백일장 운영위원장이 참가자들에게 참가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 고하늘

제시어 ‘노래’에 참가자들 당황

이날 백일장 제시어는 ‘노래’. 참가자들은 제시어를 보고 일순 당황했지만 이내 각자 생각을 가다듬으며 글을 써 내려 갔다. 심사 결과 운문 부문 대학•일반부 영예의 장원은 김은혜(충북 제천시) 씨가 차지해 세명대 총장상과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운문 고등부에서는 오세은(자양고) 양, 운문 중등부에서는 김하은(유봉여중) 양이 장원의 영광과 함께 상금 50만 원씩을 받았다. 이밖에 운문 대학•일반부에서 박하성씨가 금상을 받는 등 17명이 금상부터 동상까지 선정돼 상장과 상금을 받았다.

▲ 엄재민 대제중 선생이 산문부문 대학•일반부에서 장원을 차지해 단상에 올랐다. © 황진우

산문 부문에서는 대학•일반부 엄재민 대제중 선생이 장원의 영광을 누렸다. 그는 "아이들이 받아야 할 상을 받아 쑥스럽다"며 "아이들을 더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산문 고등부에서는 장원이 나오지 않았고 산문 중등부에서는 김하진(유봉여중) 양이 영예의 장원을 차지해 총장상과 상금 50만 원을 받았다. 산문 고등부에서 황채원(고양예술고) 양이 금상을 받는 등 16명이 금∙은∙동상을 차지했다. 운문과 산문을 합쳐 단체상은 의림여중과 고양예술고가 받았으며 고양예술고는 3년 연속 수상했다.

백일장에 참가한 최고령 김순자(77) 씨는 "제시어를 들은 후 어머니와 고향에서 부르던 노래가 생각나 시를 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백일장을 통해 글쓰기의 첫발을 내딛길”

운문 부문 심사위원인 박수연 충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교육과정이 올라갈수록 문학적 감성을 점점 잊어버리는 것 같다"며 "언어를 고민할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문 부문을 심사한 진형준 문학평론가는 "많은 분이 참가해 놀랐고 많은 작품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봤다"고 감탄하면서도 "중등부와 고등부에서 자신의 경험을 녹인 글이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기태 민송 백일장 운영위원장은 "민송 백일장을 통해 문학의 향기가 죽지 않았음을 증명했다"며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문학의 향기를 듬뿍 발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걸 세명대 총장은 "민송 백일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많이 보고 천천히 보는 것이 중요해"

백일장을 마친 뒤 북 콘서트가 진행됐다. 2시부터 펼쳐진 북 콘서트에는 <별명의 달인> 구효서 작가와 <와락> 정끝별 작가가 등장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 구효서 작가가 참가자들에게 작가가 된 이유를 말하고 있다. © 고하늘

구효서 작가는 "글을 잘 쓰는 건 어렵지만 많이 관찰해야 한다"며 "쓸모없는 것이라도 많이 보고 천천히 보는 관찰이 글쓰기에 도움 된다"고 강조했다. 정끝별 시인은 "요즘 책을 통하지 않고도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책은 꼭 읽어야 한다"며 "책을 읽으면 기존 관점이 아닌 나만의 관점이 생긴다"고 책 읽기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 정끝별 시인은 좋아하던 사람이 시를 좋아해 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 고하늘

제3회 민송 백일장 수상자

장원

산문 중등부: 김하린(유봉여중) 
산문 고등부: 수상자 없음
산문 대학•일반부: 엄재민(제천시) 
운문 중등부: 김하은(유봉여중) 
운문 고등부: 오세은(자양고)
운문 대학•일반부: 김은혜

금상

산문 중등부: 수상자 없음
산문 고등부: 황채원(고양예술고)
산문 대학•일반부: 박진홍(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운문 중등부: 최하늘(의림여중)
운문 고등부: 최혜나(독수리기독고)
운문 대학•일반부: 박하성

은상

산문 중등부: 최재원(의림여중)
산문 고등부: 김서연(서문여고) 전수현(문정여고)
산문 대학•일반부: 김준형(세명대) 백재열(중앙대)
운문 중등부: 이하은(제천여중) 황태하(의림여중) 
운문 고등부: 김민경(반송고) 김현서(고양예술고)
운문 대학•일반부: 최병규 황익순

동상

산문 중등부: 윤수민(제천여중) 유지민(의림여중) 조은서(의림여중)
산문 고등부: 최재훈(양천고) 김세진(고양예술고) 정서현(압구정고) 
산문 대학•일반부: 남설희 우두솔(부산시) 이준호
운문 중등부: 조민영(대제중) 권정은(의림여중) 정민영(의림여중)
운문 고등부: 김서영(유봉여고) 김현주(서울여고) 이예린(고양예술고)
운문 대학•일반부: 서정건(세명대) 김명래(한림대)

단체상

고양예술고 의림여중


편집 : 이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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