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환경운동가 슈마허, 무섬마을 청년과 결혼

‘내성천이 맺어준 ‘국경을 넘은 사랑’’(단비뉴스 2017년 10월 9일)이 전통혼례로 결실을 맺었다. 4월 22일 일요일 경북 영주 내성천변 무섬마을의 ‘마당 넓은 집’에서 전통혼례가 열렸다. 신랑은 무섬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용기(37) 씨, 신부는 독일인 환경운동가 카리나 슈마허(Karina Schumacher·34) 씨. 

슈마허 씨는 무섬마을을 돌아 흐르는 내성천을 살리는 운동에 앞장서왔다. ‘모래가 흐르는 강’으로 유명하던 내성천은 영주댐 건설 이후 아름다움은 물론 생태적 가치마저 심각하게 훼손됐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흐른 2014년 이곳을 처음 방문한 슈마허 씨는 내성천의 아름다움에 반한 데 이어 무섬마을 청년인 김용기 씨에게도 반했다.

▲ 신랑 김용기(37) 씨와 신부 카리나 슈마허(34) 씨는 무섬마을에서 만나 사랑을 키우다가 같은 장소에서 백년가약을 맺게 되었다. © 김서윤

슈마허 씨는 지난해 10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내성천에서 만난 김용기 씨와 그녀의 운명적 사랑을 털어놓았다. 그 사랑이 백년가약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슈마허 씨는 특별한 만남이 처음 이루어졌고, 역사와 전통이 함께 어우러지며, 내성천이 내다 보이는 시댁에서 전통혼례를 올리기를 원했다. 신랑은 무섬마을에 사는 선성 김씨의 종손 격이다.

▲ 풍물패가 연주를 시작하자 한바탕 각설이 극이 벌어졌다. 각설이는 혼례가 열리는 것을 알리는 구실을 한다. © 김서윤
▲ 주례를 맡은 강일호 성균관 유도회 총본부장은 전통혼례의 가치에 관해서도 강조했다. © 김서윤

주례를 맡은 강일호 성균관 유도회 총본부장은 “이번 혼례는 퇴계선생의 <혼례홀기婚禮笏記>에 따라 진행된다”며 “<혼례홀기>는 신랑과 신부가 함께 결혼하는 것이지만 신랑이 신부를 손님으로 모시고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혼례는 독일 신부를 맞이하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신부의 부모인 토마스 슈마허 씨와 코넬리아 슈마허 씨는 딸의 삶을 응원한다며 새 아들(사위)을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 김서윤
 
▲ 퇴계선생의 <혼례홀기>에 따라 신부와 신랑이 절을 하고 있다. © 김서윤

독일 쪽에서는 부모와 남동생을 포함해 많은 친지들이 와서 전통혼례식을 지켜봤고, 무섬마을에 온 많은 관광객들도 이들의 이색적인 결혼식을 축하했다. 종일 비가 왔으나 결혼식 동안에는 잠시 비가 그쳐 날씨도 이색 결혼식에 ‘부조’를 하는 듯했다.

▲ 표주박을 쪼개어 술을 나누어 마시고 표주박을 다시 붙여 맞히는 의식을 함으로써 두 사람이 부부로 맺어졌음을 알린다. © 김서윤
▲ 양가 혼주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신랑 오른쪽이 신랑 부모인 김광옥∙송재월 씨. © 김서윤
▲ 독일에서도 많은 하객들이 찾아와서 신랑신부 친구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김서윤

슈마허 씨는 앞으로도 영주와 서울을 오가며 내성천 살리기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무섬마을과 내성천을 중심으로 생태교육과 체험뿐 아니라 문화에 대한 관심을 합쳐 환경∙문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성천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것이 안타깝고 영주댐이 있는 동안에는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며 “찾아오고 싶어하는 이들과 연대해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 혼례가 끝나고 슈마허 씨는 개량한복으로 갈아입고 인터뷰에 응했다. © 김서윤
▲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는 무섬마을을 찾게 만드는 명소다. 슈마허 씨는 “모래의 질이 달라지고 육화(陸化) 현상으로 모래밭에 풀이 자란다”며 안타까워했다. © 김서윤

편집 :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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