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집, 재밌는 곳] 제천의 여름 책임지는 광천막국수

▲ 충북 제천시 봉양읍에 위치한 광천막국수. ⓒ 윤성혜

지루한 장마 끝에 숨 막힐 듯 이어지는 무더위. ‘시원한 거 뭐 없을까’를 이구동성 찾게 되는 한 여름이면 이 집은 문턱이 닳을 지경이 된다. 살얼음 동동 뜬 진한 육수와 쫄깃한 메밀면발, 싱싱한 야채가 어울려 내는 감칠맛으로 제천 시민들을 사로잡은 광천막국수가 바로 그 집이다.

주변에 논두렁밭두렁이 보이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 미당리 외진 곳에 자리 잡았지만 여름이면 하루에 적게는 700명, 많게는 800명이 찾을 만큼 인기가 높다. 입소문을 듣고 서울, 이천, 청주 등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다. 까짓 막국수 한 그릇이 뭐기에 더위를 무릅쓰고 그 먼 길을 오는 것일까. 

“다진 양념부터 육수, 면, 밑반찬까지 모두 제 손으로 직접 만들죠. 맛과 영양에 모양까지 정성을 다합니다.”

한약재 들어간 육수에 잠긴 메밀면, 각종 고명까지 얹어 입맛 당겨

▲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광천막국수의 대표메뉴 물막국수. ⓒ 윤성혜

5년 전 개업했을 때부터 주방을 직접 책임지고 있다는 최영자(49) 사장의 말이다. 최 사장은 막국수 맛의 비결이 육수와 다진 양념에 있다고 말한다. 육수는 황기 등 몸에 좋은 한약재를 넣고 두 시간동안 끓여서 진한 국물을 낸다. 다진 양념에는 제철 과일과 해물, 인삼가루, 한약재 등 무려 48가지 재료가 들어간다고 한다. 면은 메밀을 써서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느낌이 나게 뽑아낸다. 여기에 얇게 채를 썬 오이와 김 가루, 깨를 얹고 파릇파릇한 새싹으로 고명을 한다. 4, 5종류의 새싹이 막국수에 향긋한 풀내음을 더한다.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이미지도 중요하죠. 단지 새싹을 올렸을 뿐이지만 막국수를 더 먹음직스럽게 만들죠. 그 만큼 정성을 담습니다.”

최 사장은 막국수 면의 재료인 메밀에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고 배변을 촉진하는 성분이 있어 다이어트 하는 여성과 고혈압 환자 등에게 좋다고 설명했다.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B1, B2와 칼슘, 철분 등이 함유돼 숙취해소, 피부미용, 당뇨완화 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 매콤하고 달콤한 맛의 비빔막국수. ⓒ 윤성혜

광천막국수에서는 물과 비빔, 두 종류의 막국수를 판다. 물막국수는 아사삭 씹히는 살얼음육수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고, 비빔막국수는 매콤하고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가격은 둘 다 6천 원인데, 보통 여자 혼자라면 다 먹기 힘겨울 만큼 양이 푸짐하다. 반면 양이 아주 많은 남자 손님들에겐 ‘곱빼기’ 주문도 받는데, 놀랍게도 곱빼기 가격 역시 6천 원이다. 같은 돈 내고 시원한 막국수를 두 배나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막국수에 돼지고기보쌈과 꿩만두 곁들여 먹기도...겨울엔 꿩만두국 인기

▲ 한약물에 삶은 돼지고기보쌈(위)과 꿩만두(아래).   ⓒ 윤성혜

막국수 가게지만 막국수만 파는 것은 아니다. 돼지고기보쌈과 꿩만두도 인기 메뉴에 들어간다. 막국수 한 젓가락에 보쌈 한 조각을 얹어 같이 먹으면 고기의 부드러움과 막국수의 새콤함이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행복감을 선사한다. 보쌈은 생삼겹살을 한약물에 삶은 것이라 건강식으로도 좋다는 설명. 꿩만두는 꿩을 기르는 농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꿩고기에 야채를 섞어 만두소를 만든다. 만두피도 메밀로 만들어 막국수와 궁합이 잘 맞는다. 막국수를 찾는 손님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꿩만두국이 주력 메뉴 중의 하나가 된다. 

▲ 모든 음식의 재료를 손수 만드는 최영자 사장. ⓒ 윤성혜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누룽지막걸리도 광천막국수의 자랑. 쌀누룽지의 고소함을 잘 살려 만든 이 막걸리는 부드럽고 달콤한 뒷맛을 남긴다. 단골손님들은 보쌈에 막국수를 싸서 한 입 먹은 뒤 누룽지막걸리를 한 잔 마시면 더위가 싹 가신다고 입을 모은다. 제천에 사는 고은자(47) 씨는 가족과 함께 이곳을 자주 찾는 단골. 

“여름만 되면 이 집에 꼭 와요. 막국수 국물이 시원하고 개운해서 여름나기 하는데 필수 음식이죠. 다른 집과는 차별된 맛이 이 집에 발을 끊을 수 없는 이유예요.”

최 사장은 남편 사업을 돕다가 음식 솜씨를 꼭 한번 살려보고 싶어 용기를 내 개업했다고 한다. 

“나이 들어 음식 맛을 내는 감이 떨어지기 전에 제 솜씨를 발휘하고 싶었는데,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오시는 손님들이 계시니 너무 감사하죠. 앞으로도 제가 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정성을 다해 대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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