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2시,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 학생회관 3층의 한 동아리방을 찾았다. 바닥에 깔린 신문지 위에 두엄 같은 게 놓였다. 수업을 마치고 동아리방에 모인 6명의 학생들이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다루는 중이었다. 학생들 표정에 애벌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지난 방학 동안 밥 주러 왔었잖아. 걔네들이 낳은 새끼들이야” 동아리 회장 최도혁(20) 군이 뿌듯한 듯 동료들에게 말한다. 학생들은 그동안 키운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분리해 수를 셌다. “한 통에 너무 많이 들어가면 서로를
Q. 청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A. 실업률 등 공식적 통계를 위한 청년(15~34세)가 있고, 사회적 범주로서의 청년이 있다. 저는 지금의 청년이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경제적 위험 속에 놓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즉 저성장 시대, 고령화시대, 산업구조의 변동 등에 따라 일상화된 실업과 고용불안, 연금 갈등과 노후 등 문제를 겪고 있다.Q. 헬조선, 수저계급론 등 청년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는 신조어가 생기고 있다.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가장 고통 받는다고 생각하나?A. 예전에는 20대를 정치에 동원하기 위해 정치권이 심판을
Q. 청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A. 청년은 우리나라의 미래성장 동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국제연합은 청년을 “15~24세 젊은이”로 정의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노동과 관련된 청년의 연령을 15~24세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군복무, 취업난으로 인해 많은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있다. 청년의 범위를 30대 이상까지 확대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 청년세대는 정치·경제의 격변 속에서 자라온 기성세대의 ‘청년문화’나 ‘투쟁’과 같은 기존의 청년과는 구
Q. 청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A. 청년들을 정의하려는 시도들은 다양하게 있어 왔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특정연령이나 어떠한 속성들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시행령은 15세에서 29세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행복주택 등 청년들에 대한 지원 정책들을 살펴보면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사회적 속성을 기준으로 청년을 정의하고 있다. 정책적 시행에 있어 이러한 청년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필요하겠지만, 청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청년’의 정의는 ‘시작하는 단계’라는 것이
Q. 청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A. 요즘 여기저기서 청년에게 흙수저란 표현을 쓰며 청년에게 좌절과 실패의 이미지를 덧씌운다. 나는 청년을 흙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자양분이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배를 채울 그릇이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작품이 되기도 하는 그런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청년은 미래의 소중한 자원이다. 청년들이 젊은 시기에 직업을 갖고 자신의 꿈을 쫓아 성취를 이루는 것은 한 나라의 발전과 창조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 ‘젊다는 것의 힘
1. 토니 케이, <디태치먼트>‘교육은 백년지대계’라지만 교육 정책은 5년이 멀다 하고 바뀐다. 정책의 여파는 곧바로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참정권이 없는 그들은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 대해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없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가장 소외된 사회적 약자일지도 모른다. 교육이란 명분으로 정치적 발언을 자유롭게 못하는 교사 또한 마찬가지다.<디태치먼트>에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절망적이다. 학생은 선생에게 친구들을 시켜 강간할 거라 협박하고, 선생은 학생에게 역겨운 생명체라 욕한다. <디
"2010년에 방영된 <프레지던트>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거기서 최수종이 이런 말을 했어요. '청년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정치가 청년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이번 총선에 청년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치권이 청년들을 두려워했으면 좋겠어요."차분하게 4.13 총선에 거는 기대를 밝힌 정준호(24·인천)씨는 처음 참여했던 2012년 대선 기억도 떠올렸다. “‘내 동생 주호를 위해 투표하겠습니다’라고 쓴 투표 독려 현수막을 아파트 단지에 붙였어요. 투표권 없는 동생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겠다는 뜻이었지요.”
‘헬조선’과 ‘이생망’. '지옥 같은 한국'에서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대학 진학률, 기대수명 따위로 본 나라의 위상은 역사상 그 어떤 시기보다 눈부신 게 오늘의 한국인데, 청년들은 왜 절망하면서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약해 빠진 요즘 젊은 애들’이란 질책에 앞서, ‘더 노력하라’는 충고에 앞서 청년의 현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있어야 기성세대도 ‘꼰대’라는 비아냥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청년 세대는 왜 특별히 더 불안한 것인지, 어떻게 해야 갑갑한 현실이 조
“지금부터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사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장례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곧 사라질 신생 단과대학의 영정사진을 바라봐 주십시오. 학교는 학우들의 꿈이자 미래였던 우리의 학과, 그리고 단대를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상식에도 맞지 않는 신규 과들을 개설하려고 합니다. 이에 구조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마음을 담아 절하겠습니다. 일동, 절.” 교육부 지원금 받으려 취업 부진 학과 통폐합 추진 2016년 새 학기 개강 첫날인 2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동선동 성신여대 잔디밭에서 ‘단
아직도 ‘만화는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유치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뉴미디어 시대의 추세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핀잔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통해 구독하는 요즘 ‘웹툰’은 정확한 정보와 생생한 감동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인포테인먼트’ 수단으로 떠올랐다. ‘이 웹툰을 교과서로 삼자’는 베스트 댓글(베댓)이 발견될 정도다. 재미나게 술술 읽다보면 역사의 비극, 장애인 문제, 로봇사회 등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손에 딱 잡게 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재미와 지식, 감동을 한꺼번에 안겨주는 ‘영양가
1. 구병모,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문학과 지성사소설의 쾌감은 현실을 비트는 데서 온다. 2015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구병모의 단편소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은 도무지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심한’ 이야기를 담았다. 어찌 보면 오컬트(Occult: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 문학 같기도 하다. 그러나 소설 속 기괴한 세계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간강사, 콜센터 상담원, 경비원 등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작가는
수십 개의 전선에도 각자의 길이 있었다. 박성준(18·가명)군의 손이 미로처럼 얽힌 전기선들을 헤집었다. 회로 단자를 빼고 끼우며 전류의 길을 뚫거나 끊었다.서울로봇고등학교 학생들이 장비마다 붙어 앉아 회로와 씨름했다. 학교 건물 5층 시스템통합실에서 안전 시스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안전사고 방지 장치인 자동 멈춤 회로를 직접 설계해보는 과정이었다. “교사가 일부러 고장내고 해당 부분을 찾으라고 하면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교실에 남아 문제를 해결하려 애쓴다”고 여수경 마이스터 기획부장은 전했다. 3학년 박성준 군은 멋쩍
김준수(26·가명)씨는 대학을 자퇴했다.건축학을 전공했으나 적성과 맞지 않았다. 기술을 배워 빨리 취직하고 싶었다. 대학교는 2학년 1학기까지만 다녔다. 그는 배를 만드는 용접공이 됐다. 한 대기업 조선소의 기술교육원에 지원했다. 이 조선소에선 용접과 선체 조립 등의 기술을 최장 2개월까지 가르쳤다. 기술교육원 홈페이지는 교육 성적 우수자에게 ‘생산직 직영 선발’이나 ‘협력사 취업 알선’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공지했다. 교육비용 및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교육수당(월 20만원)을 지급한다고도 했다.‘생산직 직영 선발’ 꿈꾸며 지원
“저는 무역회사 사장이 되고 싶어요. 돈을 많이 벌면 세계여행도 가고, 우리나라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나라도 하고 싶어요. 아프리카 국가나 파키스탄 같은 어려운 나라에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기술학교를 만들고 싶어요.”검은 곱슬머리 사내아이가 어눌한 한국어로 다부지게 ‘꿈’을 발표했다. 알리우스만(설비과 1학년)은 3년 전 파키스탄에서 온 중도입국 청소년이다. 파키스탄에 ‘다솜학교’와 같은 기술학교를 짓는 꿈을 갖고 있다. 이번에는 말간 얼굴의 짧은 머리 소녀가 무대 위로 올랐다. 7년 전 몽골에서 입국한 이진아(전기과 1학년)는
‘고졸’은 낙인이다.“점심시간이면 고졸과 대졸 출신들이 나뉘어서 따로 밥을 먹었어요. 구내식당에 대졸자들끼리만 몰려 앉는 구역이 있었거든요. 함께 앉아 어울리며 밥 먹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괜히 그쪽으로 갔다가 무슨 소리라도 들을까 눈치가 보여 저도 고졸 동기들하고만 밥을 먹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가시적 여성 차별의 장벽으로 치솟듯, 눈에 보이지 않게 둘러쳐진 ‘고졸 존(zone)’이 고졸 노동자들을 배제와 구별의 동심원 안에 가둔다.최윤수(21·가명)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마이스터고
“60점 이상 맞힌 사람?”교사의 물음에 학생 7명이 손을 들었다. 지난 9월1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공업계열 특성화고등학교 건설정보 3A반에서 물리 문제풀이가 한창이었다. 이날 수업은 내신을 위한 것도 수능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기술 토목직을 지원하는 3학년 학생 대상의 9급 공무원 시험 대비가 목적이었다.교사는 문제를 풀 때마다 답을 틀린 학생들을 확인했다. 오답률이 높은 문제를 골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학생들은 칠판을 보며 열심히 받아적었다. 교실 뒤쪽에 있던 학생은 앞자리로 옮겨 앉으며 수업에 집중했다.2015년 고교
"게이로 태어나서 너무 행복합니다."무대에서 춤을 마친 남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남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가발을 쓰고,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잠시 후 등장한 사회자 두 명도 '이상한' 모습이긴 마찬가지였다. 남자 사회자는 하늘거리는 검정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었다. 여자 사회자는 파랗게 염색한 짧은 머리를 왁스, 스프레이 등으로 바싹 세웠다. 성소수자를 일컫는 영어 단어인 ‘퀴어(queer)’는 기묘하다, 괴상하다는 뜻인데, 무대에 오른 이들은 이 개념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국내 성소수자들의 집회인 제 16회 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