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심각한 일입니다. 생각보다 더 심각해요." 2008년,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 지역에서 GM 자동차 공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1만 여명의 미국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실업자가 됐다. 지역경제 역시 활기를 잃었다.그렇게 6년이 흐른 후, 중국의 자동차 유리 생산업체 푸야오(FUYAO)가 GM의 옛 공장을 인수했다. 2천여 명의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었다. 데이턴에는 '푸야오'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푸야오 애비뉴’라는 거리가 생기고, 채용 설명회에는 포드 자동차
어느덧 4월이 돌아왔다다시 4월이 돌아왔다. 겨우내 건조했던 땅에 단비가 내렸고 파릇파릇한 잎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을 괴롭히던 매서웠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췄고 두툼했던 외투는 옷장으로 들어갔다. 추웠던 겨울을 보낸 사람들은 봄날을 만끽하기 위해 공원과 호수로 나왔다. 평소엔 쑥스러워 찍기 주저하는 사진도 함께 찍어본다. 어색하게 찍은 사진이 뭐가 좋을까 싶지만, 분명 언젠가 다시 꺼내 본다면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4월의 하루를 함께했다는 걸, 사랑하는 이와 행복한 일상을 함께 나눴고 그때 내 곁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전혜원/서해문집/15,000원 전혜원 <시사인> 기자는 한국 언론의 노동 보도 행태에 갈증을 느꼈다. 평소 출입처를 오가느라 바쁜 기자들은 큰 사건이 나야 노동 현장을 찾았다. 고공 농성이나 대규모 파업이 있기 전까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사건 중심으로 보도하느라 사안의 배경과 경과를 생략하고 단편만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정파성도 강했다. 보수언론은 ‘귀족 노조’, ‘강성 노조’라고 노동계를 공격했다. 진보 언론은 노동자를 ‘연약한 피해자’로만 간주해 방어했다. 그렇게 한국의 노동 보도는 입체적인 논의
소통이 필요한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냥한 공감일지도 모른다.
목조 주택에서 불이 나 어린이와 청소년 10명이 숨졌다. 여름날 밤샘 파티를 하러 모인 아이들이었다. 어른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숨진 이 가운데는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기도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화재 원인은 끝내 알 수 없었다. 다만 소방 당국은 폐허 안에서 이미 작동을 멈춘 화재경보기를 찾았다. 2018년 미국 시카고에서 있었던 일이다.지역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화재경보기를 제대로 갖췄다면 아이들이 살 수 있었을 거라고 건물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언론도 관련 보도를 내놓았다. 이 주택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언론 보도에서 ‘단독’ 표시는 다른 언론사는 구하지 못한 정보를 기자가 유일하게 찾아 보도한 것을 뜻한다. ‘단 하나’의 보도인 만큼 일반 기사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단독 보도는 내용에 독창성이 있거나 보도의 깊이가 있고 파급력이 큰 뉴스이다. 이런 단독은 이를 발굴하기 위한 언론사의 기획, 탐사 같은 노력의 결실이다. 숨겨진 진실을 파헤침으로써 권력 감시에도 큰 역할을 한다.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언론의 ‘단독’ 표시는 단지 다른 언론사가 다루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권력 감시나 진실 발굴 보도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단독’
너무 예상 밖이라 ‘이상한 시도’라고 불리는 방송이 있다. jtbc가 처음으로 선보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피크타임>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절정을 맞이하지 못한 아이돌들이 주인공이다. 오디션 사상 최초 팀 단위 대결 방식이며 이미 데뷔한 아이돌이 연차, 팬덤, 소속사, 팀명까지 전부 내려놓고 경연을 펼치는 서바이벌이다. ‘절정을 맞이할 시간’, ‘우리를 보여줄 시간’이라는 슬로건은 프로그램 제목 <피크타임>과 꽤 잘 어울린다.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이미 이전 작품인 <싱어게인>에서 이상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싱어
서울 영등포역 인근 골목에는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다. 청소년 통행금지·제한구역은 윤락가나 유흥가 일대를 대상으로 지정된다. 없애야 하는 구역이지만 그러지 못해 청소년의 통행을 24시간 금지하는 것이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고 대대적인 단속과 처벌이 이뤄졌지만, 19년이 흐른 지금도 성매매 집결지가 몇 곳에 남아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 집결지 수는 2004년 35개, 2016년 24개, 2021년 15개, 2022년 14개로 감소하는 추세다. 그중 영등포 ‘수도골목’은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다. ‘수도골목’이란 이름은 영등포역 앞에 있던 수도여관에서 유래했다. 수도여관은 이제 사라졌지만, 좁은 골목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무허가 건축물로 가득하다. 그곳에는 유리방 35곳, 휘파리 20곳, 쪽방 11곳으로 총 66개의 업소와 146명의 성매매 여성이 있다. 유리방은 유리문 안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호객하는 형태의 업소로 주로 20, 30대 여성들이 종사하고, 휘파리는 중장년 여성들이 종사한다. 이러한 집단적 성매매 장소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3가 막을 내렸다. tvN에서 오리지널 시즌9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뒤 쿠팡 플레이로 돌아온 SNL 코리아는 리부트 시즌1에서 ‘주 기자가 간다’ 코너로 큰 인기를 얻었다. 시즌3에는 ‘MZ오피스’라는 코너가 화제였다. ‘MZ오피스’는 이른바 ‘MZ’(엠지) 세대가 주류인 가상의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콩트다. MZ세대는 대략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세대를 구분하는 정확한 개념이기보다는 마케팅 용어로 처음 사용되어 미디어에서 자의적으로 쓰이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허위·조작정보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바이러스 외에도 기승을 부리던 게 하나 있다. 바로 잘못된 정보를 담은 ‘허위·조작정보’다. ‘표백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 ‘소 배설물을 바르면 코로나가 없어진다’, ‘마늘을 먹으면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등등은 모두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코로나19와 관련된 잘못된 주장이다. 2020년 3월,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코로나19를 둘러싸고 퍼지는 허위 정보들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인포데믹(infodemic)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기록하거나 이를 제시하는 보도다. 미국 솔루션스 저널리즘 네트워크(Solutions Journalism Network, SJN)가 제시한 솔루션 저널리즘의 핵심 가운데는 ‘복제 가능성’이 있다. 다른 이들이 따라 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뒤집어 보면, 비슷한 문제를 이미 겪은 이들의 문제 해결 과정을 소개하는 것도 훌륭한 솔루션 저널리즘이 될 수 있다. <시사인>이 그 전형을 보여줬다.지난해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대규모 압
전쟁은 가장 잔혹한, 물리적인 폭력이다. 그 폭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그래서 더욱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다. 전쟁을 보도하는 것은 이런 끔찍한 비극을 생생하게 목격함으로써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쟁의 참상을 보도한다면서 잔혹한 장면을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자극적이고 오락적인 콘텐츠로 만들어 보도하는 것은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화물운송 시장은 화주(화물의 주인)와 운수사업자(운수사), 그리고 화물차주(화물차의 주인)로 구성된다. 화주가 운수사에 화물 위탁을 맡기면, 운수사가 개인 화물차주에게 운송을 맡기는 식이다. 예를 들어 철강 회사 같은 화주가 인천에서 포항까지 철강을 실어달라고 저가 입찰을 붙이면, 최저가에서 살짝 높은 정도의 운임을 제시한 운수사가 계약을 따낸다. 대형 운수사는 다시 소형 운수사에 하청을 주고, 소형 운수사는 다시 화물차주에게 물량을 준다. 하청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화물차주는 낮은 임금을 받는 구조다.‘안전운임제’는 화주가 화물차
<다음 소희>는 실화인 2017년 있었던 전주 콜센터 현장 실습생 자살사건을 소재로 만들었다. 영화는 우리에게 동시대성을 경험하게 하고 사회에 대한 물음을 제시한다.
‘페미사이드’란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모든 살해를 뜻한다. 여성을 뜻하는 라틴어‘femina’와 살인을 뜻하는 ‘homocide’의 합성어로 1976년 여성주의 작가 다이애나 러셀이 처음 사용했다. 중세의 마녀사냥은 물론 오늘날의 가정 폭력, 젠더 폭력, 스토킹 범죄, 데이트 폭력 등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여성을 향해 일어난 구조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이 페미사이드이다.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에서 여성이 살해당한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페미사이드가 수면 위로 올랐지만, 페미사이드에 관한 국내의 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않
왜 그냥 온천이 아니라 ‘야생’ 온천일까? <오프로드 야생 온천>의 공저자인 황상호, 우세린 부부는 5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광활한 자연에 숨어 있는 자연 온천 30여 곳을 여행하고, 그 생생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 그들이 다닌 야생 온천은 ‘하늘빛 욕조와 키 큰 야자수, 부드러운 목욕 가운 같은 것이 있는 곳’이 아니라 ‘죽은 이끼가 떠다니고 쿰쿰한 유황 냄새가 나며, 덤불 속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곳’이다. 조금이라도 지저분하거나 고생스러운 것에 질색하는 사람들은 돈을 쥐여 줘도 찾지 않을 장소. 그런데도 이들이 야생 온천에 푹 빠진 이유는 뭘까?
동물학대 보도는 동물과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이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대중의 동물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언론도 동물권 의식을 키우고, 섬세하고 주의 깊은 보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