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2일 오전 7시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정문 앞 보도가 피처럼 붉은 물감으로 뒤덮였습니다. 흰색 방호복을 입고 등짐펌프를 멘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 다섯 명이 순식간에 뿌린 것입니다. 활동가들은 ‘기후악당, 노동악당, 인권악당 포스코 삼진아웃’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포스코 직원들이 막아선 가운데,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시위를 이어갔습니다.활동가들은 철강을 만드는 포스코 사업장에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데다, 자회사 삼척블루파워가 강원도 삼척에 석탄발전소까지
지난 10일 서울 성수동의 전자제품 수리공장 ‘인라이튼 리페어 팩토리’. 고장 난 가전제품을 고치는 10여 명 전문가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공장 곳곳에 나사, 플라스틱 먼지통 등 부품과 송곳, 드릴 등 도구들이 쌓여있고 대형 선반에는 청소기 등 수리를 기다리는 가전제품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은 폐기장으로 갈 수도 있는 전자제품을 되살려주는 서비스 ‘배터리뉴’(Better Renew)를 운영하는 소셜벤처 인라이튼의 사무실이기도 하다.왕년의 전파사 장인들이 모인 가전제품 수리공장 신기용(36) 인라이튼 대표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12년이 된 11일 오후 2시, 부산 부전역 인근 송상현광장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12년, 탈핵행진’이 열렸다. 환경운동연합, 한국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한 20여 단체 회원 등 시민 7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것과 관련, ‘원전 참사의 피해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우리 정부가 부산 고리원전 2호기 등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친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 개선(Governance)을 중시하는 경영을 의미하는 ESG는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세계적으로 ESG가 기업을 평가하는 보편적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에서 ESG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3월부터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는 ‘지속 가능 금융 공시 규정(SRDR)’을 의무화했다. 또, ‘기업 공급망 ESG 실사법’ 도입 추진으로 국내외 협력사의 ESG
최근 수십 년 동안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삶의 질을 개선했다. 1950년에는 신생아의 평균 기대 수명이 48세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은 71세에 이른다. 하루 소득 1.9달러(약 2000원) 이하로 살아가는 극빈층이 1990년 이후 절반 이상 줄었고, 20억 명 이상이 처음으로 안전한 식수와 화장실을 얻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이 모두에게 고루 돌아간 것은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케이트 레이워스(52) 교수는 <도넛경제학>에서 “현재 우리는 과거 왕들보다 부유한 삶을 살고 있지만, 전 세계 인구 아홉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먹을 것이
“환경과 경제는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 아닌가요?”미국 환경‧자원경제학회(AERE) 회장을 지낸 톰 티텐버그 콜비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비행기 옆자리에서 직업을 묻는 승객에게 ‘환경경제학자’라고 답하자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을 쓴 홍종호(60)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환경‧자원 경제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갈 생각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만류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지구온난화’라는 용어조차 널리 쓰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홍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와 코넬대에서 환경경제학과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시립대로 4길 간데메공원 근처의 골목길. 음식점과 생활용품점 등 다양한 매장이 즐비해 전통시장 분위기가 나는 이곳에서 평범하지 않은 상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출입문 왼편에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마대와 정수기 필터를 모으는 플라스틱 박스가 있고, 오른편에는 ‘자원 수거 거점’ ‘종이팩-우유팩과 멸균팩’ ‘페트병-투명병만’ 등의 안내 사항이 빼곡히 적힌 칠판이 놓여 있다.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니 ‘공방 꽃피는 삼월에’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제로웨이스트 & 리필샵’이란 설명이
세계적 기후과학자인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가 시사만평가 톰 톨스와 함께 낸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는 이들과 같은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해 왔는지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하키스틱 곡선’으로 유명한 만 교수는 최근 1000년 동안의 지구 연평균 기온을 추정해 분석한 그래프를 통해 산업혁명 이후 15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급격히 올랐음을 보여주었다.
2017년 5월 4일 오후 1시, 45인승 전세버스 한 대가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홍보관 앞에 멈춰 섰습니다. 경주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학부모회 회원 등 40여 명이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학생 30여 명은 학부모들의 인솔 아래 원자력홍보관 정문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에너지투어'라고 적힌 현수막이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경주고 1학년 학부모회가 주관하고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에서 후원했습니다.모든 경비 한수원이 부담하는 '원전 투어
지난 6일 오전 10시쯤 서울 가회동 북촌 박물관 옆의 식료품점 겸 식당(그로서란트) ‘꽃밥에피다’에서 송정은(53) 대표와 직원 4명이 손님 맞을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식재료를 파는 꽃밥마켓에서는 진열대에 유기농 채소와 과일 등을 정리하고, 레스토랑 주방에서는 비빔밥에 들어갈 나물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벽면에는 20여 가지 식재료가 각각 어느 지역에서 어떤 농법으로 생산됐는지 표시한 지도가 붙어 있었다. 경기도 여주시에서 온 무항생제 자유방목 유정란, 전남 장성군에서 유기농 재배한 현미 등 모두 국내산이었다. 송 대표는 농축산물이 생산된 후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거리, 즉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는 것이 소비자 건강과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시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50여 분을 달리면 한수면 상노리가 나온다. 이 동네 언덕에서 인근의 청풍호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꽃잎 모양의 평평한 구조물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직사각형 구조물도 나란히 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단비뉴스> 취재팀이 한수면 어업계의 모터보트를 빌려 타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검푸른색 태양광 패널들이 부유물 위에 촘촘히 연결돼 있었다. 플라스틱과 철제로 된 부유물 발판에 올라가 드론을 높이 띄워 보니, 청풍호 수면을 수놓은 꽃잎 모양의 태양광발전소가 한눈에
2011년 3월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나기 전까지 대다수 일본인들은 원전의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원자력 프로파간다(선전)’의 영향이 컸습니다. 일본의 2대 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株式会社博報堂)에서 18년간 영업 담당으로 일했던 혼마 류는 2017년 국내에 번역된 <원전 프로파간다: 안전신화의 불편한 진실>에서 여론 조작의 실상을 폭로했습니다.혼마에 따르면 도쿄전력 등 원전을 운영하는 9개 전력회사는 1970년대부터 후쿠시마 참사 무렵까지 원자력 홍보를 위해 약 2조 4000억 엔을 쏟아부었습니다. 전력회사 등 ‘원자력마을(
지난해 10월 31일 평택~제천고속도로 진천나들목(IC) 방면 비탈면의 태양광 발전시설 ‘죽현 4호기’ 현장.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의 고속도로 아래쪽 5617제곱미터(㎡) 부지에 검푸른색 태양광 패널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고속도로 위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드론을 띄워 사진을 찍어보니 4차선 고속도로와 좁다란 마을 길 사이 빈 곳을 메운 패널들이 매끈한 모습을 드러낸다.잡초 무성하던 비탈에서 700가구 쓸 전기 생산원래 이 땅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국유지로 잡초만 무성했다. 2018년 나무를 베는 등의 큰 수고 없이 손쉽게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가운데, 해외 과학자들이 ‘오염수가 안전하게 처리됐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도쿄전력의 원전 오염수 처리 관련 자료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연구원·규제기관·학계가 똘똘 뭉쳐있습니다. 이런 마피아도 없을 것입니다.”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017년 8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노동조합에게 형사고소를 당했습니다.“현재 한국 정부나 한수원은 원전 한 기를 하루만 가동하면 10억 원의 경제적 이득이 생긴다며 가동을 멈추려고 하지 않습니다. 굳이 그들을 핵마피아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마피아처럼 조직의 이해관계를 깰 수 없기 때문입니다.”같은 대학 김익중 교수는 2016년 12월 서울
미얀마와 라오스 사이, 히말라야로 이어지는 해발 316미터(m) 고원에 태국 치앙마이(Chiang Mai) 주 치앙마이 시가 있다.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이 나라에서 방콕 다음으로 큰 도시다. 여의도 약 14배 크기(40.2㎢)에 30만 명 가량의 시민이 산다. 오랫동안 수도였던 역사와 천혜의 경관 덕에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치앙마이의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7km 가량 떨어진 곳에 국립대학인 치앙마이대학교가 있다.치앙마이대는 1964년 개교한 태국 최초의 지방 대학이다. 이 대학의 캠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사거리. 영하 1도의 쌀쌀한 날씨 속에 두꺼운 외투로 무장한 중·노년 남녀 10여 명이 모여들었다. ‘화석연료 OUT(추방)’ ‘기후정의 지금 당장’ 등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든 이들은 143번째 한국가톨릭기후행동 금요기후집회에 참가한 신도들. 오전 11시 20분쯤 이들은 집회 운영위원 박성재(50) 신부를 중심으로 작은 원을 만들어 예배를 시작했다. 박 신부는 “이번 집회를 통해 한 명이라도 환경보호에 힘쓰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바란다”며 시위가 무사히 진행되기를 소망하는 기도를 올렸다. 예배가 끝나자 신도들은 광화문 사거리를 중심으로 흩어져 1인 시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