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병원은 문턱이 낮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을 보면, 한국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5.7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비중도 2011년 34.9%에서 2021년 29.1%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의료 장비와 병원의 병상수 역시 OECD 평균보다 많다. 이 정도면 겉으로 드러나는 한국은 의료 선진국임이 틀림없다.하지만 겉보기에 번듯한 의료 선진국 한국은 안으로는 곪아가고 있었다.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의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영화제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장해랑, 이하 DMZ영화제)가 9월 14일부터 21일까지 경기도 고양특례시와 파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DMZ영화제는 ‘평화·생명·소통’ 메시지를 담은 국내외 우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국제 다큐멘터리 축제다. 15회를 맞은 이번 영화제에서는 54개국에서 출품한 147편(장편 83편, 단편 64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된다. 특히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개막식은 14일 오후 7시 경기도 파주시 평화누리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59)가 소유한 재산은 2021년 4월 약 2023억 달러(225조 463억 원)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재산이 많은 사람이다. 아마존 지분 약 10%, 그리고 2000년 설립한 우주개발기업 블루 오리진 자금을 위해 매각한 아마존 지분 100억 달러 이상이 그의 주요 재산이다. 이 액수가 실제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 돈인지, 이 금액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려낸 기사데이터 저널리스트 모나 찰라비(Mona Chalabi, 36)는 이 거대한 숫자를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은 이제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들은 가상화폐라고 불린다. 가상화폐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비우량주택담보대출) 이후, 기존 금융 시스템에 반기를 들며 등장했다. 모기지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 정부의 안일한 통화정책과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가 지목됐다. 이에 금융거래를 중앙은행이 아닌, 개인 간 기록으로 전환해 탈중앙화한 가상화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국내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설립된 이후 10여 년간 코인 시장은 무법지대였다. 법이 없는 곳에서 사기 가해자는 사라지고, 돈을 잃은 피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불리는 챗GPT가 출시된 뒤 콘텐츠 제작 방법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콘텐츠 생산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면서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콘텐츠 창작자들의 숫자도 크게 늘었다.구글코리아에서 유튜브를 담당했던 안정기 작가는 지난 24일부터 이틀 동안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앞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미래 세대의 콘텐츠 생산과 소비 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작가는 지난 6월 유튜브에서 전 세계 유튜브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월
업무추진비는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을 위해 마련된 경비이다.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는 두 종류로 나뉜다. 의장단이 쓰는 '의회운영 업무추진비'와 의회 전체가 함께 쓰는 '의정운영 공통경비'이다. 여기서 의장단은 기초의회를 대표하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말한다. 데이터 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이 가운데 특히 의장단이 사용하는 의회 운영 업무추진비에 주목했다. 의장단의 임기는 2년으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취재팀은 2018년 지방 선거에서 뽑힌 전국 226개 시군구 기초의회 의장단의 전반기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분석했
지난달 8일, 포털사이트 다음은 뉴스 댓글을 없애고 ‘타임톡’을 도입했다. 타임톡은 실시간 소통에 초점을 맞춘 댓글 공간이다. 기사 게재 후 24시간이 지나면 기사에 달린 댓글과 댓글창이 모두 사라진다. 이용자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면서도, 부적절한 댓글을 걸러내기 위해 타임톡을 도입했다고 다음은 밝혔다.댓글이 과연 공론에 기여하는지를 둘러싼 문제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순기능보다 익명성에 기대 허위 사실을 퍼뜨리거나 타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등의 부작용이 더 커졌다.
취업 준비를 하다보면 ‘시발비용’이 필요하다. 시발비용은 비속어 ‘시발’과 ‘비용’을 합친 신조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뜻이다. 청년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충동적인 지출을 하는 것을 두고 시발비용이 발생했다고 표현한다. 취업 준비는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서류부터 필기, 실무와 최종 면접까지 기나긴 단계를 거치며 다른 지원자와 경쟁한다. 회사의 ‘제한된 채용인원 탓에’,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결국 누군가는 탈락한다.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취업준비생에게 시발비용은 사치가 아니라 재
산복도로란 ‘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라는 뜻이다. 주 도로의 교통난을 해소하거나 산마을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어느 지역에나 산복도로가 있지만, 부산 산복도로의 형태는 독특하다. 부산진구, 동구 등 다섯 개의 구를 지나는 22킬로미터(km)의 도로가 부산의 골격을 이루는 금정 산맥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산복도로를 따라가면, 부산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평지에는 일본인들이 살았다. 일자리를 찾아온 외지인들은 산에 올라가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한국전쟁 시절 부산에 내려온 피란민들은 더 높은 산으로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는 상황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라고 부른다. 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 앞까지 갔지만 받아주지 않아 돌아선 사례를 집계한 소방청의 통계를 보면, 2021년에만 해도 ‘응급실 재이송’ 사례는 7634건이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겪은 ‘표류’의 극히 일부만 보여준다. 직접 응급실로 가기 전에 전화 문의를 했으나 거절당한 경우, 응급실에 도착한 후에도 수술 의사를 찾지 못해 병원을 옮긴 경우 등은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조건희 <동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권일용, 고나무/알마/15,500원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맞닥뜨려야 하는 세계가 있다. 기자들에게는 범죄의 세계가 특히 그렇다. 잔혹한 범죄자들의 마음과 행동을 들여다보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힘들어하는 일이다. 사회의 병리적 징후인 범죄를 제대로 보도하려면 범죄를 직접 들여다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한겨레> 기자 출신인 고나무 ‘팩트스토리’ 공동대표와 권일용 전 경정이 함께 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는 김해선,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실제 범죄자들
1969년 6월 28일 새벽, 뉴욕의 크리스토퍼 가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 성소수자들과 경찰의 대치였다. 성소수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술집 스톤월인(Stonewall Inn)을 급습한 경찰이 주류 판매를 문제 삼으며 과잉 단속을 하고 이에 어느 레즈비언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경찰은 끝내 무력을 동원해 사태를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다쳤다. 사태는 점차 항쟁의 성격을 띠며 7월 3일까지 계속되었다. 이후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모습이 달라졌다. 억압을 견디고, 참는 방식 대신, 하나둘 모여 목소리
지난 3월 3일부터 4월 14일까지 매주 금요일 웨이브(WAVVE)에서 수사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가 방영됐다. 50분짜리 다큐멘터리 13부작인 ‘국가수사본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같은 탐사·시사 프로그램을 10년 이상 제작한 SBS 배정훈 PD가 제작했다. SBS 배 PD의 첫 OTT 프로그램이다.‘국가수사본부’는 사건 발생부터 범인 검거까지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는데 집중했다. 주인공인 경찰의 희로애락을 담아 사건을 파헤치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반작용으로 ‘국가수
2021년 8월,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미국 부시 행정부가 2001년 9·11 테러의 배후인 탈레반을 응징하겠다며 시작한 20년의 전쟁이 끝났다.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은 대공세를 펼쳐 수도 카불에 입성했다.다시 정권을 찾은 탈레반은 카불 점령 뒤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을 거론하면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들의 교육과 취업 허용을 ‘샤리아’(이슬람 성법)에 근거해 검토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 직후인 2021년 8월 말,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
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박수진, 조을선, 장선이, 신정은/인물과 사상사/15,000원바야흐로 디지털 혁명의 시대다. 업로드 버튼 한 번이면 누구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심지어 스스로 언론이 될 수 있다. 종이신문보다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을 매료시킬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언론의 숙명이 되었다. 어떤 뉴스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한 기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 고민을 해결하려고 누구보다 먼저 디지털 미디어의 세계에 뛰어든 이들이 있다. 그들은 숱하게 겪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가이드 라인을 엮어 <
2021년 1월 6일, 수천 명의 사람이 미국 워싱턴에 모였다. 분노에 찬 이들이 외쳤다.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었다. 트럼프는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백악관 남쪽 공원에서 “우리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죽도록 싸우라”고 연설하며 시위대를 자극했다. 흥분한 사람들은 의사당으로 몰려갔다. 의사당에선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었다. 시위대는 의회를 지키는 경찰을 제압하고 의사당에 난입했다. 미 의회 폭동 사
젊은 시절 남자와 함께 군에서 복무를 했던 한 동료가 남자를 찾아와 수년째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에 대해 털어놓았다.“스물여섯 마리 개가 날 쫓아오고 있었어, 사나운 얼굴을 하고 나를 죽일 기세였지.”“서른 마리도 아니고, 왜 하필 스물여섯 마리야?”“아직 말 안 한 게 있어, 레바논에서...”“레바논에서 뭐?”“전쟁 초기 레바논 여러 마을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잡으러 갔었지”부대가 마을에 가까이 다가가자 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차마 사람에게 총을 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