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어릴 때 자주 듣던 동요 ‘옥수수 하모니카’다. 옥수수는 변신의 귀재일까? 요즘 옥수수는 자동차의 휘발유를 대체하는 바이오 에너지로 탈바꿈하고 있다.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농업농촌문제세미나’에서 ‘농(農)과 식(食)의 정치경제학’이란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옥수수를 예로 들어 세계 식량 문제의 현실을 파고들었다. 지역농산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로컬푸드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옥수수 생산이 미국의 독무대”라며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40
지난 18일 밤 11시 50분쯤 서울 종로3가 버스정류장. 야근을 끝낸 직장인 김희남(49)씨는 시내버스 막차가 밤 11시 언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쳐다봤다. 한남동 집으로 향하는 471번 버스의 ‘운행중단’ 알림이 떠있다. 지하철 막차도 끊긴 시각. 김씨는 차도 쪽으로 몸을 내밀어 빨간 ‘빈차’ 등이 켜진 택시를 향해 팔을 흔들었다. 하지만 택시들은 행선지를 물어본 뒤 ‘돈 안 되는’ 단거리 운행에 손사래를 쳤다. 거듭되는 거절에 부아가 치밀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 또 다시
훤히 드러난 가슴골과 마네킹같이 쭉 뻗은 미끈한 다리. 동시다발로 터지는 수백개 카메라 플래시와 함께 수많은 남성의 시선이 그녀들의 몸을 훑는다. 인형 같은 눈으로 윙크하며 화답하는 그녀들을 선글라스 없이 자유롭게 탐닉할 수 있는 곳. 거기다 남자가 하지 말아야 할 3대 악취미 중 두 가지라는 자동차와 카메라가 최신형으로 모여 있는 곳. 연 100만명이 억대 수입 자동차와 레이싱모델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는 모터쇼장이다.지난달 29일부터 11일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3 서울모터쇼’에 105만명이 다녀갔다. 출품된 50
"삼춘~(무사) 삼춘~(무사게) 어디 감수꽈 (장에 감쪄)아덜 메누리 손~지덜 온덴 허난~ 괴기 사레 장에 감수꽈~”(※ 무사 : “왜?”라고 되묻는 제주 방언)제주도에는 촌수를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남녀 구별 없이 ‘삼춘(삼촌)’이라 부르며 가까이 지내는 풍습이 있다. 제주 노래 ‘삼춘’의 제주삼춘은 뭍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이 온다는 소식에 고기를 사러 시장에 가지만, 60년 만에 고향을 찾은 장기영(48•부산 동래구)씨 가족을 반기는 삼춘들은 없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부산에
세계 어느 도시에나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지만, 우리네 ‘달동네’는 세상에 유례가 없는 독특한 주거지역이다. 외국의 슬럼가는 범죄에 찌든 사람들이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곳이 많지만, ‘달동네’는 정반대다. 그들은 일할 의욕이 없어 가난해진 사람이 아니다. 자식 교육열도 높다. 이른 아침 비탈진 골목길을 쏟아져 내려오는 학생들은 ‘달동네’의 희망이다. 겉모습이 남루할 뿐 그들만의 행복한 보금자리요 건전한 공동체가 바로 달동네이다. 정감 어린 ‘달동네’들이 대부분 개발주의에 밀려 헐리고
그 섬으로 향하는 차창 밖은 온통 뿌연 무채색이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전날 새벽까지 읽은 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나를 '천국'의 현장으로 향하게 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소설의 배경과 등장인물은 나에게 낯설었다. 한센병 환자를 본 적도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에 몸을 실은 나 자신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눈으로 현장을 보고 싶었다. 작가는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소설이 나온 때가 70년대였으니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작가 이청준은
거제도에서 농사짓는 이는 농민만이 아니다자유무역시대에 거제시 농업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은 농민만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노고가 큰 버팀목이 됐다. 거제시농업기술센터 이양일 소장은 그 중 핵심인물이다. 이 소장은 지난해 농업과 관련된 공직에서 농촌 발전을 위해 힘쓴 이에게 주어지는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했다.그는 1998년에 동료들과 함께 바다를 메워 거제시농업개발원을 설립했을 뿐 아니라 거제시의 새로운 특화작물을 개발해온 주역이다. 유자, 한라봉, 알로에 등이 대표적인 지역특화작물인데 제각기 거제도 농민들의 고소득원이 됐다. 그는 또
유난히 한파가 기승을 부린 올 겨울. 남쪽 지방인 경남 창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중리초등학교는 낙동강 지천 옆에 있어 바람까지 세게 불 때가 많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이곳에 축구 장비를 갖춘 아이들 한 무리가 모여든다.1월의 한 일요일, 오늘은 일곱 명이 전부다. 축구를 하기에는 적은 숫자지만 개의치 않는다. 초등학생답지 않게 눈빛들이 매섭다.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몸을 풀기 시작하더니 곧 이어 각종 연습에 들어간다. 공을 잘 간수하기 위한 드리블, 패스된 공을 발과 가슴 등으로 멈추게 하는 트래
프로야구 제9구단 엔씨(NC)다이노스의 연고지인 통합창원시가 구단의 홈구장 부지를 진해의 (구)육군대학으로 결정하자 구단주인 엔씨(NC)소프트와 팬들은 물론 대다수 창원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부지로 지정된 곳의 교통 접근성이 낮아 야구팬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흥행에도 불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합창원시(시장 박완수)는 지난달 30일 야구장건설부지 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선진 스포츠시설을 배치함으로써 통합도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후보지였던 마산종합운동장과 육군대학부지가 예비타당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과도한 매장 조명에 대해 정부가 규제에 나섰다. 환경부는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의 조명 밝기가 기준을 넘어설 경우 최고 과태료 300만원을 매기는 내용의 ‘빛 공해 방지법’ 시행령 제정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23일 밝혔다. <단비뉴스>가 13일 보도한(‘삼성•LG 가전매장, 절전 캠페인 ‘반역’) 가전매장들의 지나친 조명 사용도 규제를 받게 된다.시행령을 보면, 앞으로 시·도지사가 정하는 조명환경관리구역 안에서 연면적 2천㎡ 또는 5층 이상 건축물의 장식조명, 가로등이나 보안등 등 공간조명, 광고조명이
‘날이 춥다’는 이유로 집안에 틀어박혀 있기엔 좀이 쑤신다. 막상 집 밖으로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생각에 막막하기만 하다. 방송에 소개된 겨울축제에 가보려 하지만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가격도 비싼데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런 걱정이 드는 사람이라면 의림지 동계민속대제전에 가 볼만하다.충청북도 제천시 모산동에 있는 의림지는 원삼국시대에 세워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다. 충청도의 별칭인 ‘호서’의 뜻도 의림지의 서쪽 지방이라는 것에서 유
10일 오전 10시 전국 곳곳에서 재난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겨울철 전력 사용이 급증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비하는 훈련 경보였다. 공공기관의 위기 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훈련이지만, 민간에서도 함께 절전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사람들은 일부 조명등을 끄거나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TV나 컴퓨터를 끈다. 또 트위터나 카카오톡 등에 절전하자며 글을 올리고 리트윗하기도 한다. 굳이 절전 캠페인을 하지 않더라도 서민들은 전기를 아끼는 게 습관이 된 이가 많다.충북 제천 대형매장들 낮에도 ‘불야성’그러나 절전을 하자는 국민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시는 독자를 삶의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쉽게 지나치는 일상을 관찰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한다. 안도현의 시는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것을 진심 어린 시선으로 본다. 문학 교과서로 시를 만난 학생도 그런 주제를 머릿속에 새겼을 터이다. 그런데 시를 읽은 학생 가운데 연탄재를 차 본 이가 얼마나 될까? 연탄은 이미 지나간 유행마냥 일상에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다.다시 불어오는 싸한 연탄 바람그런데 사라졌던 싸한 연탄 냄새에, 골목마다 나동그라져
“들고 있는 공을 한 명씩 선생님 앞에 있는 공에 가깝게 굴려 보세요.”“다시, 한 명씩!”선생님의 시작 신호가 떨어지자 아이들은 서로 앞다투며 공을 굴렸다. 아이들이 정해준 규칙을 어기자 선생님이 설명하고 반복하기 10분 가량 지났을까. 아이들은 한 명씩 차례대로 공을 굴렸다. 기준점이 되는 공에 가깝게 붙인 아이는 환한 미소를 띠고 그렇지 못한 아이는 아쉬워했다.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선생님의 기분 좋은 잔소리가 하나가 되는 이곳은 ‘장애학생 겨울 계절학교’ 교실이다. 자립과 협
’최대 90% 세일.’ 찬바람에 나부끼는 선홍색 대형 현수막이 몇 주째 ‘전자랜드 제천점 오픈 기념 세일’을 알리고 있다. 화려하게 내걸린 만국기와 ‘90%’라는 파격적 할인 혜택은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첫 세일행사가 시작되는 27일 낮 12시가 가까워오자 제천시민 여럿이 제천시 의림대로에 있는 전자랜드 앞에 모였다. “아직 12시 안됐어요?”매장 밖에 설치된 특별 세일 코너에서 기다리던 이아무개(53ㆍ여)씨가 판매 직원을 재촉했다. 세일 기간은 27일 낮 12시부터 8시까지. 이씨는 ‘90% 할인’ 상품인 3인용 전
“자~ 떠나자 몽구 잡으러~, 대법 판결 무시하는 몽구 잡으러~.”17일 저녁 8시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송전탑 앞에서 열린 ‘울산 현대차 3차 포위의 날’에서 밴드 액트(ACT)가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개사해 부르자 무대 아래 모인 비정규직노동자, 학생 등 1600여명이 함께 움직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큰 소리로 휘파람을 불며 호응했다.이날 오후 3시 태화강역 앞에서 모인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뒤 송전탑 앞까지 행진해 왔다. 지상 25미터(m) 철탑 위에서 33
‘송송이’의 소원, ‘죽기 전에 날 데려가 주세요’내 이름은 송송이(4․암컷․슈나우저 믹스견). 나는 아기 코끼리 ‘덤보’를 닮은 큰 귀와 하얀 털을 가졌다. 지난 해 8월까지 다른 이름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이름도 주인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의 흔적은 당시 입고 있던 빨간 옷과 작은 목줄이 전부다. 지나가는 차에 치일까 노심초사하며 경기 포천시 죽엽산 터널을 걸었던 게 거리 생활의 마지막이다. 누군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나는 피부병에 걸려 등쪽 피부가 일부 벗겨진 상태였다. 생명의 은인은 경기도 포천시 동물사랑실천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