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서남부 도시 안산(安山)은 곳곳에 있는 구릉이 평지를 감싸는 지형이어서 ‘편안한 산’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안산은 30년 전만 해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작은 마을이었다. 서해안 갯벌과 염전, 논과 밭이 맞닿아 있는 지역으로 2만여 명 주민이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며 평온하고 넉넉하게 살았다.역설적이게도 안산은 이런 지리적 특성 탓에 일찍부터 개발의 삽날에 파헤쳐질 수밖에 없었다. 1976년 정부가 ‘반월신공업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호주의 캔버라를 모델로 안산을 전원 공업 도시로 조성한다
‘기억하라. 만약에 악취가 나거나 보기에 좋지 않다면 그것은 좋은 농업이 아니다.’ 소에게 풀만 먹이는 등 자연의 섭리에 따라 가축을 키우는 농부 조엘 샐러틴이 쓴 책 <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의 한 구절이다. 보통 농업은 악취 나는 고된 노동현장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조엘 샐러틴이 말한 ‘좋은 농업’은 어떤 모습일까?대산농촌문화재단(이사장 오교철)이 재단장학생들에게 ‘좋은 농업’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재단이 ‘농업, 다양한 빛깔과 향기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마련한 이번 연수에는 농업CEO양성장학생 7명, 재단과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로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 이름이야?” 마르쉐@에 다녀왔다는 기자에게 주위 사람들이 물었다. 마르쉐@혜화는 2012년 10월 시작된 도시형 장터다. 시장이라는 프랑스어 ‘마르쉐’에 ‘@(장소 전치사 at)’와 지명을 이어붙인 이름이다. 매달 둘째 주 일요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옆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평균 30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 어떤 매력이 있기에 1년여 만에 이런 성공을 거뒀을까. 지난 2월 9일, 올해 첫 마르쉐@가 열린 대학로를
서울 중구 만리동과 회현동을 잇는 서울역 고가도로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표정 없는 도로는 잿빛이었고, 그 위를 바삐 오가는 차량에는 열흘 전 기억이 실려 있지 않았다. 지난 10일 오후 3시, 8m 높이의 고가도로 아래를 오가는 시민들은 두툼한 외투를 단단히 여미고 있었다. 영하 9도의 추운 날씨였다.지난해 12월31일 오후 5시27분, 고 이남종씨는 전라도 광주에서 몰고 온 은색 스타렉스 렌터카를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 세웠다. 1시 방향에 서울역이, 바로 밑 10차선 도로와 버스전용차로, 택시 승강장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일제강점기에 의성김씨 학봉종가 13대 종손 김용환 선생은 외동딸 혼수 밑천을 도박으로 날리고 헌 장롱과 함께 딸을 시집 보냈다. 종가 전답과 종갓집마저 날려버릴 만큼 가산을 탕진했으니 ‘파락호(破落戶)’라는 비난을 받을 만도 했다. 해방 후에야 밝혀졌지만 그것은 만주 독립군에 군자금을 보내기 위한 위장술이었다.그는 독립운동단체인 대동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임진왜란 때 순절한 학봉 김성일 선생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다. 학봉 집안에는 항일구국운동에 참여해 정부에서 훈장을 받은 직계후손만 16명이나 된다. 학봉종택은 후손
안동이 보존문화를 꽃피운 까닭안동은 동방유교의 본향으로 알려졌지만 불교와 민속 등 다른 전통문화 또한 제일 잘 보존해온 곳이다.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과 벽돌탑인 봉정사 극락전과 법흥동 7층전탑이 둘 다 안동에 있다. 가장 오래된 강원도 상원사 동종도 실은 안동에 있던 것을 예종이 세조의 명복을 비는 원찰인 상원사로 옮긴 것이다.양반의 고장이라지만 백정과 같은 천민이 양반을 풍자하는 하회탈춤이 5백년간 전승된 곳이 안동이고, 무당이 성주풀이를 할 때 불러 모시는 성주의 본향이 안동 땅 제비원이다. 차전과 놋다리밟기 등 민속놀이가 고려
27살 생일 맞은 한살림의 성공비결협동조합을 쉽게 만들 수 있게 하는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12월 1일 발효됨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협동조합 설립 붐이 일고 있다. 그러나 그런 붐을 걱정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때 지난 12월 4일로 27살 생일을 맞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은 지속 성장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 한살림의 생산 현장에서 유통 경로와 최종 소비자까지 성공비결을 추적해보았다.조합원 수가 35만명이나 되는 한살림은 생명농업을 바탕으로 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통해 ‘지구를 살리는 뜻깊은 생활실천’이라는 가
지방자치단체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지탄의 대상이 된지 오래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충북 제천시의 경우 2013년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모두 48명의 소속 공무원이 배낭여행(체험연수)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여기엔 한 명당 평균 2백 50만원씩 모두 1억 2천만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지난해 42명에 8천 4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데 비해 인원은 12%, 예산은 43%나 증가했다. 2010년 45명, 2011년 44명 등으로 미세하게나마 줄어들다가 올 들어 다시 크게 늘어났다. 배낭여행에 한 해 동안 1
옛사람들은 계절별로 술을 잘 마시는 법을 꼽아보곤 했다. 봄 술은 따뜻한 봄 기운과 함께 마시고, 여름 술은 누대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신다. 가을 술은 조각배를 띄워 뱃놀이 하며 마시고 겨울 술은 눈 오는 날 따뜻한 집에서 설경을 보며 마신다. 문득 옛사람들의 풍류를 흉내 내보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충북 단양이라면 지금도 그것이 가능하다. 봄에는 소백산의 고운 철쭉을 보며, 여름에는 상선암∙중선암 같은 천연누대 위에서 시원한 계곡 바람을 맞으며, 가을에는 옥순봉∙구담봉 같은 천연병풍을 두른 청풍호에서 뱃놀이를 하며, 겨울
“한국은 모든 가치를 중앙에서 독점해왔기 때문에 지역의 관점에서 무엇을 바라본다는 것이 없어요. 지역에서 발행되는 책자만 봐도 중앙에서 내려온 가치를 섬기는 걸 최고로 여겨요.”세명대학교 교양학부 구완회 교수는 외면받는 지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구 교수의 지적처럼 제천에 있는 세명대의 저널리즘스쿨 학생들도 자신이 생활하는 지역이 얼마나 유서 깊고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곳인지 모른다.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그저 시멘트 공장이 많은 지역, 좀 더 관심이 있어봤자 음악영화제가 열리는 곳 정도로 안다.가까이 있지만
농사를 농사라 부르지 못해 속앓이를 해온 농부들이 있다. 농작물 대신 곤충을 기르는 사람들, 곤충하우스 대표 황규민(53)씨는 그 중 하나다. 그의 농장은 대전광역시에 속하긴 하지만 유성구 성북동의 한적한 시골에 있다. 버스종점에서도 차로 십여 분 거리에 있어 황 대표가 차를 몰고 마중을 나왔다. 그는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는 상점에 들어가더니 바나나 한 박스를 사서 차에 실었다. 손님 접대나 간식용으로는 좀 많다 싶었는데, “곤충 멕일 거”라고 말했다. 풍뎅이 번식력, 바로 이거야!그는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근속 10년을 채우던 날
'언론사가 당장 일을 맡길 수 있는 인재를 키웁니다.' 올해 개원 6년째인 충북 제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은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과 실무를 중심으로 교육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규 저널리즘스쿨이다.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해도 사설 아카데미나 현직 기자가 진행하는 글쓰기교실을 수강하는 등 별도로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현상이다. 시간과 비용의 중복을 피하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과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해 한국언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이곳의 목표다.2008년 개교 이래 스쿨 이름이
‘낮에는 밭 갈고 밤에는 공부한다’는 고사성어 ‘주경야독’은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오자서는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자 오나라로 도망가 임금인 합려와 손잡고 초나라 침공계획을 세운다. 오자서는 복수를 위해 그야말로 ‘주경야독’을 하며 전쟁을 준비한다.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은 대다수가 힘든 농사일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지만 소수는 주경야독으로 생계와 자존심을 함께 유지했다. 그런 자존심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는 농촌마을이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갓골이 바로 그곳이다. 주민들은 귀농자들과 함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산기슭에는 특별한 마을이 숨어있다. 박기호 다미아노 신부(64)와 신도들이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일군 신앙공동체 ‘예수살이 산 위의 마을’이 그곳이다.“산 위의 마을, 거기까지 어떻게 가려고?” 보발분교 앞에서 길을 묻는 취재진에게 마을 할머니가 놀란다. 산길을 한 시간 가까이 허위허위 올라가니 말 그대로 ‘산 위의 마을’이 나타난다. 마르티나라고 불러달라는 마을 주민이 내준 시원한 차 한 잔은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했다.똥오줌을 모으는 것도 하느님의 뜻 박기호 신부
마이산과 부귀산이 내려다보듯 먼발치에 둘러서 있고 작은 하천이 흐르는 조용한 원연장마을. 전북 진안에서 전주로 가는 26번 국도 초입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평범한 시골이었던 원연장마을은 이제 해마다 5월이면 뒷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꽃잔디 축제’로 관광객 홍역을 치른다. 오늘의 원연장을 이끈 산증인인 신애숙(51) 이장은 이 마을에서 ‘꽃다운 청춘’이다.“주민의 절대다수가 70~80대 어르신이에요. 제가 우리 마을의 유일한 50대고 막내지요.”특유의 털털한 웃음만큼이나 신씨의 말투와 행동은 시원시원하다. 웬
하루 4시간 일하고 낭만 찾을 순 없지만…충남 홍성군 홍동면은 ‘유기농의 메카’, ‘협동조합의 탄생지’라 알려졌지만 사실 주민들 삶이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마을 주민들은 다만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약간 풍요롭다”고 말하는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촌현실에서 그것은 예사롭지 않은 성과다. 외지인이 느끼기에는 주경야독과 행복이 공존하는 삶, 귀농을 꿈꾸는 도시민이 보기에는 부럽기 짝이 없는 농촌공동체가 아닐 수 없다. 홍동면 ‘마을활력소’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정민철(47) 젊은협업농장 일꾼이 막 일을 마치고 땀을 닦으며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왜 살아야 하는가?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적잖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런 질문의 해답은 학교나 교과서에서 배우는 지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사 조현 종교전문기자는 ‘우리는 선우 제천지회’(회장 김연호) 주최로 지난 5일 제천 유유예식장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봄으로써 근본적인 해답을 탐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스스로 진리와 깨달음을 찾고자 종교의 발상지들을 순례했다. 그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을까?그리스와 인도 여행에서 만난 깨달음의 비결 - 질문조 기자는 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