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신생아 수 265명. 소멸위험지수 전국 1위. 경북 의성군 이야기다. 소멸위험지수란 20~39세 가임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로 나눈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30년 안에 없어질지도 모르는 의성군은 ‘농촌 인구 급감’이라는 도도한 흐름을 어떻게 막고 되돌리려 하고 있을까? <단비뉴스> 지역농촌취재팀이 의성군에 찾아간 이유다. 소멸지수에 대해 김주수 의성군수는 “인구수보다 노인과 가임여성의 인구비례로 결정되기 때문에
지난 21일 토요일 오전, 김천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자 ‘사드배치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왕복 2차선 도로 양옆은 플래카드로 가득 찼다. 빼곡한 플래카드 너머로 수확기 황금 들녘이 가을바람에 출렁였다. 9월 7일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임시배치가 단행되던 날. 소성리 주민과 경찰 8천여 명이 밤새워 대치하던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 않을 만큼 평화롭고 고즈넉한 분위기다. 갈등의 현장 소성리 보건진료소 앞에 도착하자 2명의
조선시대 양반들이 현대 외국인을 보면 '상놈'이라고 부를까? 안동은 양반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서민의 민속문화 역시 가장 잘 보존해온 곳이 안동이다. 하회탈춤은 '상놈'이 양반을 풍자하는 놀이인데 5백년간 전승됐다. 안동은 상류 문화와 하류 문화를 함께 이어온 고장이다.중국·베트남·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 110여명과 한국어 교사 10명이 3일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 '한국어연수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하회 세계탈박물관, 하회별신굿마당, 하회마을 등을
고소한 계란빵 냄새가 진동하는 서울 양재동 aT센터 2층 전시장.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2017 계란 페스티벌’이 지난 1일 개막식에 이어 각종 행사와 전시를 하고 있다. 6회째인 계란 페스티벌은 국내산 계란의 우수성을 알리고 계란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다양한 체험관도 마련되어 있으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소비자 안심시켜 제대로 홍보해야죠”올여름 계란업계는 살충제 파동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추락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자 계란 페스티벌 산업전에 참가한 업체들은 관
부산광역시 남구 문현동은 북쪽으로 황령산, 남쪽으로 우룡산이 있다. 문현교차로에서 대연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지게골’이라 부르는데 이 지점을 지나는 지하철 2호선 역 이름도 ‘지게골역’이다. ‘지게’는 옛날 가옥에서 마루와 방 사이의 문이나 부엌의 바깥문을 말한다. 이 일대 지형이 양쪽 산에 에워 싸여 마치 방으로 들어가는 문처럼 생겼다고 지게골로 불러온 것이다. 지게골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 문현동(門峴洞)이다. ’쌈, 마이웨이’ 남일빌라는 부산에 있다지난 여름 많은 관광객이 지게골을 찾았다.
춤 동작 하나하나에 관중들이 열광했다. 긴 분홍색 가발, 가슴과 엉덩이만 가린 의상, 무릎 위까지 올라온 분홍색 부츠. 무대를 휘어잡은 쿠씨아 디아멍(27‧활동명)씨는 ‘게이 남성’이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부산에서 공연을 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 눈에는 마스카라를 짙게 바르고, 입술에는 붉은 립스틱을 발랐다. 턱 아래에는 거뭇한 수염 자국이 있었고, 목울대가 솟아있었다. 귀에 걸린 금빛 귀걸이가 흔들릴 때마다 반짝였다.국내 성소수자들의 잔치인 퀴어문화축제가 23일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열렸다.
하루 한 끼가 간절하던 시절, 벼농사 풍년은 농민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간절한 소망이었다. 추수가 끝나 추석이 오면 햅쌀로 떡을 만들고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감사의 의례를 올렸다. 지금은 정반대다. 이제 농민에게 풍년은 골칫거리다. 농업기술 발달로 쌀 생산력은 늘었지만,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가 줄어 재고가 넘친다.2017년 현재 쌀 재고량은 351만톤으로 보관료만 매년 2천억원이 소요된다. 쌀 개방을 미루기 위해 매년 떠맡아야 하는 의무수입물량은 40만8700톤이다. 남아도는 쌀에 내려가는 가격은 농민의 쌀 주권을 위협
“여자가 농사지어서 뭐하게”전북 김제시 진봉면에는 ‘바람난 농부’가 산다. 유지혜 ‘바람난 농부’ 대표(32)는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할 무렵 교육기관을 많이 찾아 다녔는데 주위에서 젊은 농부가 바람났다며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농업도 네이밍이 중요하다고 배웠는데 김제는 1년 중 350일 바람 부는 곳이라서 내 브랜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2년간 평범한 도시 직장인으로 생활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들은 평생교육원의 ‘농식품 마케팅’이라는 강의를 듣고 귀향해 가업을 잇는 전문 농업인의 길을 걷게 됐다.
제천은 시장의 도시다. 인구 13만의 도시가 7개 전통시장을 품고 있다. 같은 충북의 청주시가 인구 83만에 전통시장 15곳이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제천 전통시장 중 규모가 제일 작은 박달재시장은 상설시장이 아닌데도 전성기에는 800평 규모로 장이 섰다.그러나 제천의 시장도 도시의 부침에 따라 영고성쇠를 함께한다. 제천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시장은 노천장이 열릴 때부터 강원도 원주나 영월에서도 장꾼들이 몰려왔다. 1989년 노천장 자리에 아케이드를 세우고 828개 점포를 품었던 중앙시장은 현재 350개 점포만이 남았다.‘도시의 섬’이
주식이 '쌀'이라는 말은 오래된 얘기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약 169.5g. 한 공기를 200g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하루에 밥 한 그릇도 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농촌연구원(KREI) ‘2016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1인이 먹는 쌀은 연간 61.9kg에 불과하다.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56만9천 명으로 이 중 40대 미만 청년 농가 인구는 약 1만호밖에 안 된다. 65세 이상이 40%에 가깝다는 통계는 고령화해가는 우리 농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젊은 농가 인구가 적은 이유는 농업이 그
경상북도 안동 내앞(川前)마을 초입의 반변천이 굽이쳐 흐르는 곳. 임하댐의 보조댐이 있는 곳에 작은 섬이 하나 있다. 섬 안에는 노송들이 늘어서 있다. 이름하여 개호송(開湖松). 내앞마을 의성김씨 후손들이 문중 이름을 걸고 보존해온 숲이다. 조선 성종 때 입향조(入鄕祖)인 김만근이 소나무 종자를 심어 조성했다. 임진왜란 직후 홍수로 숲이 유실된 적은 있지만, 세금을 내기 위해 나무를 베어 팔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을 때도 문중 결의를 통해 지켜왔다. ‘이 소나무가 없으면 내앞마을도 없음이 분명하다(無此松卽無川前必矣). 내앞마을은 우리
‘70인과의 동행’은 70인의 명사가 이끄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경향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아 시작한 것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유적지 답사를 하는가 하면 문학기행을 하고 때로는 그냥 산수 유람을 하기도 한다. 지난 5월 20일 동행은 윤희철 대진대 교수(56•건축학)와 함께 떠나는 군산 근대건축기행이었다. 건축가이자 펜화가이며 음악가인 윤 교수는 군산으로 떠나기에 앞서 경복궁, 인사동 등 서울의 명소를 세밀하게 표현한 펜화를 선물로 주었다. 건축을 공부하고 명소를 그리는 그에게 건축물은
’높은 다락에서 술잔 들고 한번 웃어 보는데수많은 푸른 봉우리 뾰족뾰족 무더기를 이루었고십년 세월 하는 일 없이 귀거래시만 지었는데백발이 다정하여 자꾸만 재촉하누나’세종 때 문장가인 서거정이 도봉산 만장봉 아래에서 읊은 시 구절이다. 산 전체가 큰 바위로 이루어진 도봉산의 웅장한 경관에 감탄해서 지은 시다. 줄지어 늘어선 바위봉우리의 다양한 기복과 굴곡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절경으로 손꼽힌다.지난 4월 15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둘이 ‘경향 70년, 70인과의 동행’에 참여했다. 전철 1호선 망월사역 3번 출구 앞, 사람
‘두 신이 있었다. 서라벌에 찾아온 신들은 경치를 둘러보았다. 그중 남신이 외쳤다. “우리가 살 곳은 이곳이구나!” 빨래하던 처녀가 남신의 목소리에 놀라 바라보니 산처럼 거대한 두 남녀가 자기 쪽으로 오고 있었다. 처녀가 깜짝 놀라 “산 봐라, 사람 살려”라고 외치며 정신을 잃었다. 처녀의 비명에 두 신은 그 자리에서 산이 되어버렸다.’경주 ‘망산’과 ‘남산’의 유래다. ‘산이 된 신이 있는 곳’이니 산 자체가 신성할 수밖에. 신라인들의 천 년 보금자리 남산에는 다양한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대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신비로운
옛말에 ‘농민은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고 했다. 농민에게 씨앗은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1년 농사가 끝나면 농민은 이듬해 파종할 종자부터 챙겼다. 씨앗은 수천 년 전부터 농민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왔다. 그런데 토종 씨앗이 설 자리를 잃고 점점 사라져 간다. 종자는 농사의 시작이다. 소수 다국적기업에 빼앗긴 종자 주권을 되찾아 농부에게 종자권을 돌려주려 애쓰는 단체가 있다. 토종 종자와 전통농업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씨드림이다.씨드림은 ‘Seed’와 ‘Dream’의 합성어로 ‘씨를 드린다’는 의미도 있다. 전국여
2016년 9월 12일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 일대를 뒤흔든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했다. 그 후에도 작은 지진이 600여 차례나 계속돼 경주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흔들리는 땅’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반년이 훌쩍 지난 올 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지역농업문제세미나’ 수강생들이 경주를 찾아갔다. 피해가 컸던 경주시 내남면에는 인적이 드물고 간혹 눈에 띄는 주민들은 묻는 말에도 잘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복구하지 못한 지진의 흔적들이 이곳이 진앙지였음을 말해주었다. 기왓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몰락을 계기로 청와대와 관련한 풍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청와대 터가 안 좋아 대통령의 말년이 불행해진다는 건데 물론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그런 얘기가 도는 것은 우리 민족이 오랜 기간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과 집터(양택)는 물론 무덤(음택)까지 정해왔기 때문이다. 자연이 인간생활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곳에 터를 정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실제로 유서 깊은 마을은 대개 풍수지리적으로 빼어난 길지에 자리 잡았다. ‘배산임수’만 하더라도 찬 북풍을 막아주는 남쪽 산기슭에 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