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대남병원 소식을 듣고 터질 게 터졌구나 했습니다. 폐쇄병동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불’이 난 것과 마찬가지예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늘 걱정했던 것이 불이었어요. 작은 불이라도 나면 피할 틈도 없이 다 죽겠구나 했는데 코로나가 덮쳐 버렸네요.”(박민호∙가명∙46∙정신병원 입원 경험자).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뒤 첫 사망자는 지난 2월 19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나왔다. 숨진 사람은 몸무게 42kg의 63세 남성으로, 20년 넘는 장기입원 환자라는 것만 알려졌다. 이틀 뒤 2월 21
전통적 이민 국가인 캐나다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농업 분야에 이주노동자를 최장 8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는 계절근로자제도(SAWP)를 운영한다. 캐나다 서비스청(Service Canada)이 고용주의 채용∙대리인 자격 여부를 심사해 ‘노동시장영향평가서(LMIA)’를 발급한다. 이것을 받은 사업주만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자국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려는 취지인데, 심사∙평가 항목에 ‘숙소 점검’도 들어간다.고용주는 이주노동자에게 캐나다연방정부주택청(CMHC)의 기준에 맞는 숙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침실은 다른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터에서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감수하는 외국인들은 마음 편히 쉬기도 어렵다. 시끄러운 공장 옆 흔들리는 가건물과 농촌 비닐하우스 안 샌드위치패널 숙소, 파도에 출렁이는 바다 위 컨테이너에서 많은 이주노동자가 숨죽인 채 살아간다. <단비뉴스>가 지난 5월 21월부터 3회에 걸쳐 이런 현실을 심층 보도한 ‘이주노동자 주거실태’ 시리즈가 2일 본격 인터랙티브(반응형) 기사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3차원 조감도와 영상·음성 등으로 더욱 생생하게 <단비뉴스>가 처음으로 별도의 웹페이지를 개설하면서 본격 시도한 인터랙티브
밀폐 공간 속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있다. ‘질식’이다. 산업 현장에서 밀폐 공간은 사람보다 공간의 용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작업자의 안전을 고려한 공간은 아니지만, 노동자가 직접 들어가 작업을 해야만 한다. 공간은 유해가스와 산소결핍 등의 유해인자를 만나는 순간 ‘밀폐 공간’이 된다. 천장이 없는, 뚫린 수조라도 그렇다. 작업자는 의식조차 못한 채 쓰러지고, 그를 구하려는 구조자의 생명도 함께 스러진다. 재해를 당한 2명 가운데 1명은 반드시 죽는 치명적인 산업 재해다. 무심코 내디딘 한 발자국이 그들의 생사를 가른다.단비뉴스 기
발을 내딛자 10cm 높이로 차오른 빗물이 찰박 거렸다. 사다리를 타고 4m 내려온 맨홀 아래에 직경 600mm의 상수도관이 있다. 이날 일반 가정과 공업단지에서 쓸 깨끗한 물 9,052톤이 이 관을 통해 흘렀다. 충북 제천시 고암동에 있는 이 맨홀 아래는 상수도 물길을 가르는 시설이다. 여기서부터 한쪽은 의림 배수지로, 한쪽은 제천 시내로 이어진다. 상수도관 한 가운데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제수밸브’라는 이름의 큰 밸브가 설치돼 있다. 수문이 나비날개처럼 좌우로 회전해 버터플라이 밸브라 부른다. 이런 제수밸브가 상수도 관로 곳곳
답답하고 묵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 9월 16일에 찾은 경기도 포천의 한 양돈농장. 농장 입구에 선 한 남자가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우려로 방역이 강화돼 출입자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사전 약속이 되어 있던 터라 신분을 밝히고 들어선 농장에는 돼지를 키우는 축사 외에도 그들의 분뇨를 처리하는 시설이 함께 있었다. 비에 젖은 흙길을 따라 열린 철문 안으로 들어가자 한켠에는 축사가, 맞은편에는 분뇨 집수조가 먼저 눈에 띄었다. 슬쩍 들여다 본 집수조 안에는 돼지 분뇨가 쌓인 채 굳어있어, 마치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 높이에 직경 200mm 하수도관이 있었다. 10초 쯤 지나자 단호박빛 덩어리를 머금은 물이 흘러 나왔다. 시큼한 냄새가 짙어졌다.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맨홀 내벽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다. 방진마스크를 통해 들이마신 맨홀 안 공기는 텁텁했다. 지난 9월 1일 충청북도 제천시의 최고 기온은 24.6도였다. 일주일에 한번 여는 하수도 맨홀 안 공기는 바깥보다 습하고 더웠다. 맨홀 내벽에 붙은 누런 이물질이 회색 방진복에 묻어났다. 5일장을 열 때면 이곳 하수도 맨홀의 수위가 높아진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은 각 지역의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다. 집집마다 씻고 먹는 데 쓴 물이 흘러내려 모이는 곳. 충북 충주 시내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 충주 하수처리장에는 읍·면을 제외한 충주 시내 26개 동의 주민 약 15만 명이 사용한 하수가 지하에 묻힌 26km의 하수관을 타고 흘러 들어온다. 하루 평균 6만 7천 톤의 하수가 들어와 정화 과정을 거친다. 지난 10월 13일 방문한 충주 하수처리장은 설비들이 모두 크고, 공간이 넓었다. 물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 많은 하수를 처리하는 곳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윙윙 날아다니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산업 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업무와 관련된 질병에 걸려 숨졌고, 현장에서는 추락하고, 끼이고, 깔려 죽었다. 2019년 한 해, 산업 재해를 겪은 노동자는 10만 9천 242명이다. 이 가운데 2,020명이 죽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산업재해 현황에서 ‘질식’은 기타로 집계된다. 다른 재해 유형과 비교하면 재해 수가 적기 때문이지만, 한번의 질식 재해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질식 재해’를 겪은 작업자의 절반이 숨졌다. 10년 동안 산업 재해로 집계된 질식 사고는 1
※ VR(가상 현실) 360도 영상입니다. 영상의 화면을 클릭해 움직이면 전체 화면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하루 평균 6명이 산업 재해로 목숨을 잃는 사회. <단비뉴스> 기획탐사팀은 산업 재해 가운데 사망 위험이 특별히 높은 ‘질식 재해’ 문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질식 재해가 일어날 수 있는 산업 현장의 밀폐 공간을 직접 찾아가 VR(가상현실) 360도 영상 속에 담았습니다.※ 유튜브 <단비뉴스> 채널에서 바로보기[VR 360] 하수가 흐르는 곳에 질식 위험이 숨어있다. (촬영 : 이정헌, 이예슬, 김성진 / 영상 편집 : 이정헌)
지난해 10월 9일 저녁 6시 30분쯤, 강원도 영월군 북면의 한 주택에서 이진철(50·가명) 씨가 어둠이 내린 거리로 나왔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얻은 그가 집 밖으로 나선 것은 사흘 만이었다. 검은색 야구모자를 쓰고 바닥을 바라보며 터덜터덜 약속장소로 걸어 온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공황 증상이 심해 매주 한 번씩 병원에 갈 때 빼고 집에만 있어요. 사람들과 마주하는 게 힘들어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인적 드문 길로만 걸어왔죠.”이 씨는 지난 2013년 영월군 환경시설관리사업소에 입사해
지난해 9월 15일 오후 4시쯤, 충청도의 한 대형 철강회사 하청업체에 다니는 박성국(34·가명) 씨는 작업장에서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그는 산소절단기로 뜨거운 철판을 자르는 작업을 하는데, 일을 마치고 부스(기계조작실)로 돌아가다 안전화 밑창이 녹아내려 미끄러지면서 무릎과 허벅지를 철판에 부딪쳤고, 절단면에 손이 닿으며 2도 화상을 입었다. 현장 관리자의 연락을 받고 달려 온 안전보건실장은 구급차를 부르는 대신 자기 차에 타라고 했다. 허벅지 전체가 쓸려 걷기가 불편하고 손바닥은 화상으로 물집이 올라온 상태였지만, 박 씨는 그의
한 대형 학습지회사 소속 교사인 윤성희(59·가명) 씨는 지난 2018년 9월 수업하러 가던 길에 골목길에서 차를 빼다가 사고를 당했다. 골목을 돌아 내려오던 차에 받히면서 윤 씨의 차가 앞으로 튕겨 나가 다른 차들을 들이받은 것이다. 핸들에 눈을 부딪힌 윤 씨는 현장에서 기절했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윤 씨는 검사를 기다리는 중에도 수업이 걱정돼 사무실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 자신이 담당하는 30여 명의 학부형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수업을 못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눈이 시퍼렇게 멍들어 붓고 뒤통수에는 큰 혹이 났다. 온몸
산업재해 피해자들은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산재보상 신청을 망설인다. 회사 측의 회유로 산재가 아닌 공상 처리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공상은 산재를 공식 기록에서 사라지게 하며, 피해자의 장기적 후유증 치료 등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산재보험이 부담해야 할 치료비 등을 전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으로 전가한다.산재 신청을 결심한 피해자들은 자신의 사고 혹은 질병이 일 때문이라는 것을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진단서와 소견서, 증언기록 등 서류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위협과 동료들의 따돌림을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700명 이상의 미얀마 시민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실상은 알 수가 없다. 미얀마 언론은 군부에 의해 모조리 폐쇄됐다. 해외 언론의 몇몇 기자들이 미얀마에 입국했지만 자유로운 취재가 불가능하다. 제한적 정보만 담은 외신을 받아 전하는 한국 언론의 기사에는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의 실체가 온전히 담겨져 있지 않다.<단비뉴스>는 미얀마 시민들이 직접 찍은 기록을 입수해 보도한다. 언론의 취재가 불가능해진 곳에서 미얀마 시민들은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초점이 흐리고
30대 초반의 A씨는 ‘행동하는 미얀마 청년 연대’의 활동가다. <단비뉴스>는 A씨와 지난 한달 동안 3차례 만나고 인터뷰했다. 그가 쿠데타 발발 직후 지난 두 달 동안 겪었던 일을 인터뷰기사 형태로 정리하여 보도한다. 미얀마 군부가 민주 항쟁에 가담하는 이들의 신분을 추적하고 있으므로 현지에 가족을 둔 그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이름은 익명으로 표기했다.# [미얀마 민주항쟁 연속보도] 보기① 저항과 학살을 기록한 시민들의 사진 첫 공개③ 6만 미얀마 시민들의 텔레그램 단독 취재 ④ 봄의 혁명 100일 기록⑤ 한국 거
지난달 14일 <단비뉴스>는 미얀마 현지인들이 쿠데타 이후 찍은 사진을 모아 ‘여기, 사람이 죽고 있습니다’를 내보냈다. 이후 <단비뉴스>는 한국에 머물고 있는 미얀마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 나날이 엄혹해지는 현지 상황에 관한 증언을 수집해왔다. 이 과정에서 현지의 미얀마 시민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올려 공유하는 텔레그램 채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3월 5일 만들어진 이 텔레그램 채널에는 5월 17일 밤 현재, 6만 3899명이 접속해 있다. 군부 탄압으로 미얀마의 모든 언론 활동이 중단되면서 현장 상황을 미얀마 시민들